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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칼럼] 자유시장경제와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

입력 2023-08-2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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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반기업 정서는 한국인의 경제관을 대표하는 특징의 하나로 지목되어 왔다. 반기업 정서란 기업 또는 기업인이 자신의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거래 상대방의 이익을 침탈할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환경오염과 부정부패 등의 외부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인식하에 기업(인)을 불신하고 비판하는 태도를 일컫는다.

더 나아가 반기업론자는 경쟁에 기초한 시장과정을 약육강식 또는 승자독식의 불공정을 낳는 주범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이에 반기업·반시장 정서는 자유시장주의, 자유기업주의를 반대하고 그 대신에 정부의 강력한 시장개입과 기업규제를 적극적으로 촉구하거나 또는 지지하는 여론의 물결을 끊임없이 흐르게 하는 근본적인 원천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비판적 인식과 태도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기업의 소유지배구조와 경영, 시장거래와 경쟁은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제도의 영향을 받는다. 제도는 모든 시장 참여자가 준수해야 하는 규칙이다. 그러나 제도는 사회적 선택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완전무결할 수 없고 진화의 대상이다.

따라서 만약에 비판적 인식이 경제조직의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는 제도 개선으로 이어진다면 이 경우 반기업 정서는 음식의 숨은 맛을 끌어내는 소금의 생산적인 역할에 비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터무니없는 비판을 포함해서 기업과 시장에 대한 과도한 비판과 문제 제기는 소금을 지나치게 투입해서 음식을 아예 먹을 수 없게 만드는 것과 같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교훈은 반기업 정서에도 적용된다.

반기업 정서는 선진국, 후진국을 막론하고 기업이 존재하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한다. 한국의 문제는 반기업 정서가 다른 나라보다 확연히 높아 위험한 상황일 뿐 아니라 그러한 위험 수위가 완화되지 않고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외에서 누가 국민인식 조사를 하는가와 관계없이 결과는 한결같다.

비근한 예로 올해 6월에 한국경제신문사가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 “전문가들은 한국의 반기업·반시장 정서가 세다고 입을 모았다. 52.8%(28명)가 ‘다소 세다’, 35.8%(19명)는 ‘매우 세다’고 했다. ‘약하다’는 응답은 2.0%(1명에) 그쳤다.

또 다른 예로, 광고회사 에델만이 작년 11월에 조사해서 올해에 발표한 ‘2023 에델만 신뢰지수(Edelman Trust Barometer)’에서 한국 기업에 대한 신뢰지수는 38%로, 함께 비교 조사한 27개 국가 중 단연 ‘꼴찌’였다. 국가 순위와는 별개로 신뢰지수의 값에서도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27개국의 평균 신뢰지수는 62%인데 한국은 38%에 불과했다. 에델만은 신뢰지수가 50% 미만이면 ‘불신 국가’로 분류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한국은 오래전부터 계속해서 기업 불신 국가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기업·반시장 정서는 필연적으로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규제하는 여론과 정치로 발전한다. 특히 좌파 정치권과 규제당국은 틈만 나면 반기업·반시장 정서에 편승하거나 더 나아가서는 적극 조장함으로써 자유시장경제의 입지를 축소하고 정부 규제의 깊이와 범위를 더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당연한 말이지만 기업(인)에게 반기업·반시장 정서는 ‘강 건너 불구경 거리’가 결코 아니다. 선례도 있고 경험도 했다. 지난 정부 때인 2021년,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반기업 정서 기업 인식조사’를 다시 보면, 반기업 정서를 체감한다고 응답한 기업은 93.6%, 반기업 정서의 대표적인 여파로 ‘일률적 규제강화에 따른 경영부담 가중’을 지적한 응답이 53.9%였다.

이처럼 심각한 반기업 정서의 문제에 대해 우리 기업(인)은 어떻게 대응해왔는가? 남의 일이 아니건만 신기하게도 대부분은 이 문제를 강 건너 불처럼 보아 왔다. 다른 누가 불을 꺼주겠지 바라며 수수방관하거나 기업 시스템을 비판·공격하는 측을 달랜다고 하면서 거꾸로 그들을 지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1970년대 전후에 좌파의 공격으로부터 미국의 기업 시스템을 구원하는 비책을 제시했던 루이스 파웰의 표현을 빌면, ‘재계 스스로 기업 시스템의 파괴를 용인하는 황당한 역설(bewildering paradoxes)’이 일어난 것이다.

이제라도 우리 기업(인)들이 반기업 정서의 완화와 해소를 진심으로 바란다면, 파웰이 제안했듯이 ‘자유시장경제 가치의 보전·확산’을 기업(인)의 중요한 사회적 책무로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황인학 한국준법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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