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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칼럼] 평화의 소멸, 자유경제의 쇠락

입력 2023-10-10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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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중동이 다시 전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팔레스타인 통치기구이자 테러조직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수천 발의 로켓공격과 더불어 국경을 넘어 민간인들을 여러 명 납치했다. 이스라엘은 이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폭격을 가했고, 곧 본격적 보복 공격이 뒤따를 전망이다.

이란 혁명군이 하마스의 공격을 돕고 최종 승인했음이 드러나고 있으니 조만간 이 전쟁은 이스라엘과 이란 세력 간의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하마스와 이란 자신은 물론이고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슬람지하드 등 이스라엘은 사방의 적과 전쟁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조만간 미국도 직간접적으로 관여될 것이고, 중국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듯하다.

전쟁은 여기만이 아니다. 가장 큰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이지만 그밖에도 아제르바이잔의 아르메니아 인종 청소, 아프리카에서의 수단 전쟁, 니제르 전쟁 등 최근 들어 곳곳에서 전쟁이 터지고 있다.

왜 갑자기 이럴까.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퇴조 때문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가진다. 1945년 이후 미국은 세계 경찰 역할을 해왔다. 1980년대까지 냉전 기간 동안은 자유세계의 경찰이었다. NATO를 결성해 소련으로부터 서유럽을 지켰고, 아시아에서는 한국 일본 필리핀 등과 동맹 관례로 그렇게 했다. 외적의 침략뿐 아니라 이 나라들이 사회주의로 기우는 것도 막았다. 중동에서는 사우디, 이스라엘과 손을 잡고 전쟁을 억제하려 했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부터는 전세계가 미국의 통치 대상이었다. 60년대의 베트남전쟁, 911 이후 이라크 전쟁, 아프간 전쟁 등의 정당성에 대해서 비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미국의 압도적 군사력과 자유민주주의 수호 의지 덕분에 세계의 평화와 자유민주주의, 자유경제 체제가 그럭저럭 유지되어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무엇보다 강력한 경제력을 가지게 된 일본과 독일이 안보를 미국에 의존했기에 가능했던 질서였다.

하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 GDP의 80%에 육박한 중국이 적대 세력으로 변했다. 군사력도 막강해 졌다. 특히 해군함정 숫자로 보면 중국이 더 많다. 미국에는 없는 극초음속 미사일도 스스로 개발해 냈다. 반면 미국의 군사력은 쇠락 또는 정체 중이다. 중국의 대만침공, 남중국해에서의 도발을 억지하기에도 벅차 보인다.

그러다 보니 다른 데에 신경 쓸 힘이 현저히 줄었다. 그동안 지구 곳곳에서 미국 눈치를 보느라 억눌려 있던 무장 세력들이 들고 일어나기 시작했다. 잠재해 있던 갈등과 적대적 감정들이 무장공격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평화 시대가 저물고 전쟁 시대가 열리고 있다.

세계 경제의 흐름도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여곡절이 있기는 했어도 지난 70년 동안 글로벌 경제 흐름의 대세는 자유무역의 확대였다. 대공황과 2차대전 때문에 강고해졌던 보호무역 체제는 종전과 더불어 GATT라는 꽤 자유로운 무역체제로 대체되었다. 1995년에는 WTO로 더 확대되었고 2001년에는 중국까지 받아들이면서 자유무역의 절정기를 맞았다.

국내적으로도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시장의 자유가 확대되어 왔다. 우리가 ‘워싱턴 컨센서스’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그러면서 세계는 인플레 조차 없는 경제성장을 구가했다. 재정 측면에서는 탈냉전 시대에 걸맞게 군사비의 비중이 현격히 줄어드는 대신 복지나 교육 등에 대한 지출이 크게 늘었다.

지난 수십년 인류 역사의 황금시대에 누렸던 이 모든 것들이 파괴되어 간다. 중국은 가급적 최대한 많은 것들을 자급자족 하려 하고, 수입이 불가피한 것들은 최대한 비축해 놓으려 한다. 전쟁을 위해서다. 미국 역시 중국을 자신과 동맹들의 무역망에서 배제하려 한다.

반도체, 2차전지 등 전략적 가치가 큰 상품들은 자국 영토내에서 자급하기 위해 막대한 보조금 지급도 마다하지 않는다. 미국답지 않은 행동이지만 중국과의 대결을 위해서는 그런 정도의 비판 쯤은 개의치 않게 되었다. 그동안 최소한의 수준으로 유지되던 군사비 예산이 급격히 증가하고, 복지나 교육 등의 예산은 줄어들게 되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모든 나라들은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과거처럼 안보는 미국과, 장사는 중국과 하는 식의 행보는 용납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은 중국에서 나오거나 또는 China+1 정책을 써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럴수록 시장은 작아진다. 매출은 줄고 원가는 상승한다. 이윤과 소득은 줄고 가격은 높아진다. 국내적으로도, 1930년대 대공황기에 그랬듯이 너도나도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주의의 유혹을 느끼고 있다. 방위비 지출 증가 역시 모든 나라가 감당해야 한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미국이 수퍼 파워일 때가 좋았다. 그 덕분에 70억 인구는 풍요와 평화를 누렸다. 전체주의를 표방하는 중국이 적대 세력으로 등장하면서 세계는 전쟁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 자유경제는 희미해지고, 경제적 풍요는 지난날의 이야기가 되어 가는 듯하다.

 

김정호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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