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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칼럼] 금산분리 균형추 맞추기

입력 2023-11-0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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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엽 동국대학교 교수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연내에 금산분리완화 세부안을 발표하기로 했으나 추가 의견 수렴 필요하다며 발표를 무기한 연기하였다. 최근 활발했던 금산분리완화 논의가 각계의 반발로 다소 주춤하는 듯하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금융회사들이 자신들의 사업 영역을 침범할 것을 우려하고 있고, 이자 수익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금융회사들은 고객 정보를 이용하여 비금융 신사업을 발굴하고 싶어 한다.

규제 당국도 마찬가지다. 금산분리 주무 부처는 금융위이지만 한국은행이 금산분리완화에 따른 디지털 지급결제시장 확장 문제를 지적하고 있고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도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 대립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어 논의의 진전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이 충돌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지만 금산분리완화 논의가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본래 금산분리 규제의 주요 목적 중 하나는 비금융 리스크가 금융시장을 통해 경제 전체로 파급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일반기업이 은행을 지배하면 예금자의 돈을 마음대로 갖다 쓰는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수 있으니, 이를 막자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에는 비금융기업들이 노골적으로 금융회사들을 이용하고 싶어 했던 때도 있었다. 금산분리 규제 때문이라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금융회사들은 비금융 자본으로부터 보호되었고 금융회사 간 경쟁은 제한되었다.

현재 4대 은행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똑같이 약 15%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90년대에 시중은행 숫자가 10개를 넘긴 적도 있었지만, 줄곧 4~5대 은행 체제가 유지되었다.

금산분리 규제는 금융시장 건전성과 효율성 간 상충관계를 전제로 한다. 여기서 건전성은 금산분리를 통해 위에서 언급한 금융의 비금융 사금고화를 막는 이치다. 반면, 효율성은 금산분리 완화로 능력 있는 기업가가 금융회사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게 되어 금융혁신을 도모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 상충관계가 금산분리 규제의 본질이다.

우리는 지금 건전성과 효율성 중 무엇을 추구해야 할까? 우리 경제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봤을 때, 균형추를 효율성 쪽으로 한 칸 옮기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우리나라 기업 지배 구조는 과거에 비해 개선되었고 시장 감시 기능도 강화되었다. 또한,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바젤Ⅲ 등 전 세계적으로 매우 강력한 건전성 규제가 도입되어 주식과 부동산 등에서 자산 효과까지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건전성 우려는 상당히 경감 된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규제 당사자인 금융회사들이 금산분리완화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금융·비금융을 막론하고 기업의 사업모델은 데이터 중심으로 전환되었고 디지털 기술 혁신 없이 수익 창출에 성공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부도 나름대로 인터넷 은행제도를 도입하여 은행업에서 금융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금융, 비금융, 정부 등의 속내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표면적으로는 효율성 추구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선진 경제 도약을 위해서 우리는 이 모멘텀을 잘 이용할 필요가 있다.

 

지인엽 동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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