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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칼럼] ‘횡재세(Windfall Tax)’에 관한 단상(斷想)

입력 2023-12-2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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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까지 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이른바 ‘횡재’(Windfall)에 대해 과세하는 제도를 도입한 바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관한 논의가 심화되어가고 있다. 그 과세 관련 범위에는 석유 및 에너지기업을 대상으로 삼기도 하고, 금융기관의 수동적 수익(Passive profit)이 과다해짐에 따라 그 초과이익을 과세하는 논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속칭 ‘횡재’라는 개념에 대한 논의가 분분한 까닭에, 어떤 것이 ‘횡재’인지부터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세제에 대한 논의가 처음 진행된 것은 약 100년 전인 1917년, 제1차 세계대전 과정에서 전쟁을 기회로 평균 수익을 초과하여 얻은 수익을 과세하고자 하는 국가들이 나타나면서 실제 도입된 유사 제도 사례들이 있었다.

횡재, 그리고 그 과세제도와 관련해서는 수많은 논의들이 전개되고 있고 여기에서 그 모든 내용을 살펴보기 어렵겠지만, 대체로 횡재에 관한 논의 과정은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요인이 존재한다는 점에서부터 시작한다. 그 외부요인으로 과거부터 언급된 예시로는 전쟁(최근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최근 논란을 일으킨 주요 배경인 글로벌 팬데믹(최근에는 Covid-19 Pandemic) 등이 있다.

즉, 기업이 직접 통제할 수 없는 ‘외부요인’에 의하여 얻게 된 이익은 우선 횡재의 내용에 포섭될 대상의 것들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횡재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적정한 수준을 넘는 ‘초과’ 이익에 대해서 세제(또는 부담금 제도)를 통해 그 이익을 환수하고자 하는 것이다.

횡재 이익으로 부르고자 하는 것들에 대해서 과세(또는 부담금)제도를 설계한다고 할 경우에 대해서도 여러 방향의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지만, 다음의 몇 가지 간단한 생각을 통해 제도 도입에 관한 어려움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우리나라의 법인세법에서는 기업의 이익이 늘어날수록 과세에 적용되는 명목세율도 높아지는 누진세율 구조를 두고 있다. 따라서 횡재라고 할 이익(외부요인으로 증가되었을 이익)은 이미 높은 명목세율의 과세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A라는 금융기관(은행)이 앞서 이야기한 외부요인으로 인하여 수동적 이익인 ‘이자수익’이 늘어나게 되었다고 하자. 현행 법인세법 제55조에서는 법인소득에 대한 누진세율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늘어나는 이익은 가장 높은 구간의 과세소득을 차지하는 것으로 상정할 수 있다. 다만, 여기에서 과거 기업에 누적된 결손금이 초과이익을 상쇄하는 효과로 그러한 누진세율에 따른 효과 역시 줄어들게 된다는 문제가 지적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역시 횡재이익이 있었던 과세연도의 법인세 과세표준 계산 시 반영하였던 결손금을 차후 법인세 계산 시에는 반영할 수 있는 기회도 사라진다는 점이나 손실이 있는 경우에 과거 납부한 세금을 환급하는 것은 없다는 점 등으로 대응 설명이 가능한 부분이기도 하다. 즉 자연인과 달리, 법인은 ‘계속기업(Going concern)’을 상정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법인세법과 같은 다단계 누진세율 구조만으로도 일시적인 외부요인에 따른 이익의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되거나(또는 될 것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횡재(Windfall) 이익을 포괄적으로 과세하지 않는다면, 횡재 이익의 범주에 해당되는 것들을 구분경리하여 과세하는 구조를 설계하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횡재 이익의 범주를 어렵게 설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해 적정한 세율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의 여부는 상당히 난해한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법인세법 제55조의2 제1항 제3호에서는 법인의 비사업용 토지를 양도하는 경우 발생한 소득에 대해 추가로 법인세를 과세(세율 10%, 미등기한 토지의 경우에는 40%)하고 있다. 횡재이익에 대한 과세 역시 ① 횡재이익이라는 대상을 구분경리하여, ② 특정의 법정세율로 추가 과세한다고 할 경우라면, 어떠한 수준이 추가로 과세하여야 할 ‘적정한’ 세율인가 하는 점이 관건이 된다. 즉 추가로 과세할 법정세율은 어떠한 숫자가 규정되어 있어야 그 ‘적정성’을 담보하는 것인가(또는 담보한다고 여길 것인가)의 문제로 귀착된다.

위와 같은 간단한 생각을 풀어나가는 끝에서 다시 마주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이 단일세율인 여타 국가들의 경우와 다르게 4단계로 구성된 법인세 초과누진세율 구조라는 점이다. 법인세율이 4단계 초과누진세율인 우리나라 법인세법의 입장을 고려함에도 불구하고, 횡재세를 과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의 전제(前提)에는 3번째 구간(과세표준 200억원 초과 3천억원 이하)의 법정세율 21%, 또는 4번째 구간(과세표준 3천억원 초과)의 법정세율 24%가 적정한 세율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으로 회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사고의 전제에서는 지금의 법인세 누진세율구조와 최고 명목세율로는 충분(또는 적정)하지 않은 것이라 명료하게 생각하고 논의 과정을 전개해나가는 것일까? 이 글에서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 힘들겠지만, 결국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는 우선 소득과세로 이루고자 하는 이상(理想)은 ‘법인’ 소득에 대한 과세가 아니라 ‘개인’ 소득에 대한 과세로 풀어나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야 함을 염두에 두어야 싶다.

 

정승영 창원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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