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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트로트 놓고 TV조선 VS MBN, 사상 초유의 방송 포맷 소송戰

[트렌드 Talk] 법정 간 '복붙 트롯'

입력 2021-01-21 18:00 | 신문게재 2021-01-2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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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왼쪽)과MBN ‘보이스트롯’ 포스터 (사진제공=TV조선, MBN)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주장하던 방송가에 사상 초유의 표절 소송전이 벌어졌다. 방송가에 트로트 오디션 붐을 일으킨 TV조선이 또 다른 종합편성채널 MBN의 트로트 프로그램이 자사 프로그램을 표절했다고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간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이 성공하면 우후죽순처럼 비슷한 형식의 프로그램을 선보였던 방송가는 이번 소송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TV조선은 MBN이 2019년과 2020년에 방송한 ‘보이스퀸’ ‘보이스트롯’과 현재 방송 중인 ‘트롯파이터’가 자사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트롯’과 ‘내일은 미스터트롯’ ‘사랑의 콜센터’ 포맷을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TV조선은 “지난해 1월과 11일, 두 차례에 걸쳐 당사의 권리를 침해하는 포맷 도용에 대한 중단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지만 MBN은 1년 동안 응답과 시정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올해 1월 13일 처음으로 표절과 무관하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포맷도용행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18일자로 제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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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MBN은 “두 프로그램은 전혀 다르다. ‘미스트롯’이 전 연령대의 여성 출연자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보이스트롯’은 남녀 연예인으로 출연자를 한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트롯파이터’에 대해서는 “MBN이 2월 방송한 ‘트로트퀸’ 포맷을 활용한 프로그램이며 이 프로그램은 ‘사랑의 콜센터’ 보다 두달 먼저 방송됐다”고 주장했다. 

 

MBN은 더 나아가 “과거 TV조선이 자사 인기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와 유사한 포맷의 ‘자연애(愛) 산다’를 제작해 25회나 방송했다”며 “TV조선에서 방송했거나 현재 방송 중인 프로그램 중 MBN 프로그램의 포맷을 흉내낸 듯한 프로그램이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MBN 역시 법적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무한도전’·‘1박2일’·‘라인업’ 때도 제기된 표절 논란…결론은 시청자 선택  

 

보이스퀸
MBN ‘보이스퀸’ 포스터 (사진제공=MBN)

방송가에서 예능 프로그램 유사 포맷의 역사는 199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상파 방송사 예능PD 출신의 방송관계자는 “KBS와 MBC, 2개 방송사만 있을 때는 양사의 자존심 경쟁이 심해 서로의 기획안을 베낀다는 건 생각도 못했다”며 “하지만 1990년대 중반 SBS가 개국한 뒤 지상파 트로이카 체제가 되면서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졌다”고 회상했다.  

 

이를테면 2000년대 초반 큰 인기를 끌었던 MBC ‘천생연분’과 KBS ‘산장미팅-장미의 전쟁’의 경우 양사가 1주일 간격으로 프로그램을 방영해 짝짓기 예능 프로그램 붐을 일으켰다. 이후 SBS가 비슷한 포맷의 ‘리얼로망스 연애편지’를 선보이는 식이다. 

 

2000년대 중반 MBC가 ‘무한도전’으로 리얼 버라이어티 붐을 일으키자 KBS가 ‘해피선데이-1박2일’로 맞불을 놓으며 여행예능의 한 획을 그었다. 이에 SBS는 양사의 포맷을 녹여낸 ‘이경규 김용만의 라인업’을 내세웠다 표절 논란을 빚었다. 결국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은 이 프로그램은 일찌감치 폐지됐다.  

 

방송가는 이번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표절 논란 역시 법적으로 첨예한 분쟁을 빚기보다 결국 시청자들의 선택이 좌우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과거 Mnet이 ‘슈퍼스타K’로 오디션 붐을 일으킨 뒤 MBC와 KBS가 유사한 형식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선보였지만 ‘슈퍼스타K’ 같은 화력을 일으키지 못한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MBN ‘보이스퀸’이나 ‘보이스트롯’도 MBN 역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화제몰이엔 실패한 사례로 꼽힌다. 

 

TV조선은 이번 소송을 제기하며 “단순한 시청률 경쟁을 위한 원조 전쟁이 아니라, 방송가에서 그동안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던 경계심 없는 마구잡이 포맷 베끼기에 경종을 울리기 위함”이라고 명분을 밝혔다. 과연 법은 어떤 선택을 내릴까. TV조선의 소송으로 30년간 이어진  포맷 베끼기의 긴 역사가 근절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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