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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편의점 상비약 품목 확대” vs 약사회 “안전성 심히 우려”

약사회 “상비약 불법판매·안전성 부실관리 조치가 더 시급”

입력 2017-03-0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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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나 과음으로 두통이 발생한 사람 등은 의약 전문가와 상의해 해열진통제인 한국얀센의 ‘타이레놀정’(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사진은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안전상비의약품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4일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상비의약품 13개 품목을 확대·조정한다고 밝혀 대한약사회와 마찰을 빚고 있다.
약사회 측은 “의약품은 편리성보다 안전성이 먼저 고려돼야 한다”며 “상비약 불법판매 및 부실관리를 근절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데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의약품 안전성 관리는 뒷전”이라며 복지부가 추진하려는 정책을 비판했다.

상비의약품 소비자인식 설문조사에서 92%가 찬성한 심야 공공약국 운영 등 더 안전한 대안이 있음에도 오히려 정부가 편의점 상비약 판매제도 활성화를 부추긴다는 게 약사회의 주장이다.   

복지부는 이달 안에 시민단체 관계자 10명 안팎으로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를 구성해 품목 조정을 논의하고 개정안을 오는 6월까지 고시할 예정이다. 수요가 낮은 상비약을 목록에서 제외하거나, 약국이 문닫은 야간에 급하게 필요한 약품을 추가하는 방안들을 다양하게 고려 중이다.

편의점 상비약 판매제도는 심야·공휴일에 의약품 접근성 확대를 위해 2012년 11월 국내에 도입됐다. 약사법에 따라 편의점 업주가 의약품을 판매하려면 약사회에서 안전성 및 품질관리에 대해 온라인교육을 받아야 한다. 구매할 수 있는 약은 총 13품목으로 해열진통제, 소화제, 감기약, 파스 등이다.

미국, 일본 등은 비처방약 중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된 일부 의약품을 약국 외 편의점 등 다른 유통채널을 통해 판매하는 제도를 적극 운영하는 대표적인 나라다. 의약품 접근성 향상, 규제 완화 등에 무게가 실리면서 소비자가 복용할 약을 직접 선택하는 자가투약(self-medication) 의약품 시장 규모가 전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이에 의약 전문가들은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면 의약품 안전성관리 강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복지부가 편의점 상비약 품목 조정을 검토하기 위해 최상은 고려대 약대 교수팀에 의뢰한 연구 결과 국내 상비약 공급량은 2013년 154억원에서 2015년 239억원으로 연평균 24% 증가했다. 구매경험 비율도 14.3%에서 29.8%로 상승했다.
전국 성인 1389명을 대상으로 상비약 품목 수에 대해 설문한 결과 ‘현 수준이 적정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49.9%로 ‘부족하므로 확대해야 한다’고 답변한 43.4%보다 소폭 앞섰다.

품목 확대에 긍정적으로 답한 응답자 중 추가되기를 바라는 품목은 상처치료용 연고(21건), 해열진통제(16건), 다른 일반의약품(16건) 등 순으로 많았다.
판매자 28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편의점에 없지만 소비자가 많이 찾았던 품목으로는 진통제인 삼진제약의 ‘게보린’(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이소프로필안티피린(IPA)·카페인수화물, 19건), 안구건조증 치료 점안액인 인공눈물(8건), 소화제인 보령제약의 ‘겔포스’(성분명 콜로이드성 인산알루미늄, 5건), 종합감기약(5건) 등이 꼽혔다.

최 교수팀은 소비자 요구와 안전성을 모두 고려해 확대할 수 있는 품목으로 해열진통제 및 감기약 종류를 추가하는 것과 함께 외용제 중 긴급하게 필요한 화상연고 또는 인공눈물, 내용제로는 설사약(흡착성 지사제)나 알레르기치료제 등을 복지부에 제안했다.

의약품 구매 편리성 향상보다 중요한 건 안전한 관리체계 구축

최 교수팀은 이번 복지부의 연구과제를 수행하며 지난해 11월 발표한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제도 시행 실태조사 연구보고서’를 통해 소비자의 접근성 및 편의성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됐으므로 안전성 측면에서 주의를 강조해 잠재적 위험을 예방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수동적으로 부작용을 보고받은 후 안전조치를 취할 게 아니라 성분별 최대 용량에 대해 주의를 기재하고, 소비자에게 상비약 관련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성 교육 및 홍보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예컨대 해열진통제와 감기약에 흔히 들어 있는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대표약품명 한국얀센의 ‘타이레놀정’)은 부작용이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간에서 주로 대사돼 과다복용·음주로 간독성이 발생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성인 하루 최대 복용량이 4g이지만 여러 약을 병용하면 허용범위를 초과하기 쉽다. 임신부나 과음으로 두통이 발생한 사람 등은 의약 전문가와 상의해 복용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편의점에서 구매할 때는 이 제제 복용에 따른 잠재적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2013년 조사 당시 편의점 상비약 판매자 중 ‘약 부작용을 알려온 손님이 없었다’고 답한 비율이 95.3%로 높았지만 이번 연구결과 82.3%로 나타나 시간이 지나면서 부작용 보고 건수가 누적되고 있다.
이에 연구팀은 ‘안전상비의약품’이라는 표현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약이 안전하다는 잘못된 정보를 소비자에게 심어줄 수 있으므로 ‘안전’이라는 단어 사용이 적절치 않다는 기존 약사회의 주장에 동의했다.
또 편의점 업주는 물론 종업원 대상으로 의약품 안전관리 교육을 의무화하고, 업주를 대상으로 한 교육은 1회에 그칠 게 아니라 정기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주가 교육을 받지않을 경우 판매에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상비약 13품목

해열진통제로는 한국얀센의 ‘타이레놀정’(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 160㎎ 및 500㎎, ‘어린이용 타이레놀정 및 타이레놀현탁액’, 삼일제약의 ‘어린이 부루펜시럽’(성분명 이부루펜) 등 5종이 판매된다.
소화제 중에서는 대웅제약의 ‘베아제정’(성분명 비오디아스타제2000·리파제100·판세라제SS·판크레틴장용과립·판프로신SS·시메티콘·우르소데옥시콜산) 및 ‘닥터베아제정’(성분명 크리아제-폴리에틸렌글리콜·브로멜라인·다이젯100·비오디아스타제2000·리파제Ⅱ·판세라제·판프로신·시메티콘·우르소데옥시콜산), 한독의 ‘훼스탈플러스정’(성분명 셀룰라제AP3·판크레틴·시메티콘·우르소데옥시콜산) 및 ‘훼스탈골드정’(성분명 프로자임6·비오디아스타제2000·리파제Ⅰ셀룰라제AP3·판크레틴·시메티콘·우르소데옥시콜산) 등 4종을 구매할 수 있다. 
감기약으로는 동화약품의 ‘판콜에이내복액’(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카페인무수물·구연산카르베타펜탄·클로르페니라민말레산염·구아이페네신·페닐레프린염산염), 동아제약의 ‘판피린티정’(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카페인무수물·클로르페니라민말레산염) 등 2종이 판매된다.
파스 제형 진통소염제로는 제일약품의 ‘제일쿨파프’(성분명 D-캄파·박하유·멘톨·살리실산메틸·티몰) 및 ‘신신파스아렉스’(성분명 니코틴산벤질·DL-캄파·박하유·L-멘톨·살리실산메틸·노닐산바닐아미드·산화아연) 등 2종을 구매할 수 있다.


김선영 기자 sseon000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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