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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은퇴 후 '타일·황토 시공사' 도전하는 50대… "'70세 현역' 보여요"

[100세 테크]

입력 2016-03-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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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폴리텍대학성남캠퍼스황토방관련수업16
한국폴리텍대학 성남캠퍼스에서 박성호(왼쪽)씨와 신현복 씨가 황토방 시공작업을 하던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아직 일할 수 있는 걸요.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편합니다.”


지난 10일 오후 2시 한국폴리텍대학교 성남캠퍼스 교육실습장. 지난해 10월 무선통신장비업체 위다스에서 임원으로 은퇴한 신현복(55)씨는 노란 고무장갑을 끼고 벽면에 시멘트를 바르며 환한 미소로 기자를 맞았다.

대표적인 ‘화이트칼라’였던 그에게 벽에 시멘트를 바르고 타일을 붙이는 작업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에도 표정은 밝았다. “저는 31년 4개월을 일했습니다. 은퇴를 하고 보니 아침에 일어나 갈 곳이 없어요. 상실감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딱히 하는 일도 없었고 혼자 있을 때마다 우울한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그에게 다시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준 곳은 한국폴리텍대학 타일&황토시공 수업이다. 성남시 지원 아래 실업자들을 대상으로 수업이 무료로 진행된다. 식대로 매일 1만원씩 주어지기도 한다. 신씨는 이곳에서 제2의 인생을 준비 중이다.

“중장기적으론 인테리어 사업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건설업계와는 달리 인테리어업은 딱히 불황이 없다고 생각해요. 리모델링 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건물 유지·보수는 필수잖아요? 타일시공부터 시작해 하나하나 기술을 배워볼 생각입니다.”

정장 대신 작업복을 입고 운동화를 신는 것에 대해 주변 반응은 좋다고 했다. “아내도 아이들도 모두 지지해줍니다. 전에 있던 회사 직원들도 ‘아 역시 뭔가 하실 줄 알았다, 마냥 쉬시진 않을 것 같았다’라며 응원해줍니다.”

신씨 스스로도 펜 대신 공구 들고 일하는데 거부감은 없다. “물론 넥타이 매고 그랬던 게 개인적으론 폼났었단 생각이 들죠. 근데 요즘 직업이란 게 그런가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하죠. 저는 지금 정말 즐겁고 좋습니다.”

그는 전에 직장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도 이곳에서 보일러시공을 배우고 있어 같이 학교 식당에서 점심도 먹고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신씨는 이번 수업을 통해 황토시공에 대한 관심도 생겼다고 말한다. “벽면에 시멘트 대신 황토를 바르는 것도 유망해 보입니다. 나중에 인테리어 사업을 하게 되면 황토방 같은 것도 같이 하면 시공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좋을 것 같아요.”

실제 건설·건축 현장에서 타일과 황토시공에 대한 수요는 높다. 또 다른 수강생 박성호(55)씨는 10년 넘게 현장에서 미장일을 하다가 2012년에 실버타운 시설관리일로 전업한 후 지난해 9월 은퇴했다.

그는 “공사현장에 있었을 때 보면 타일시공 자격증이 있는 사람들이 조금 더 돈을 잘 벌었다”며 “황토방에 대한 수요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아파트 같은 데도 리모델링할 때 방 한 개 정도는 황토방으로 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다시 건설·건축 현장으로 돌아갈 생각인 박 씨가 타일과 황토시공을 배우려는 이유는 돈 때문만은 아니다. 나이 들어서도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예전에 단순 미장일을 할 때는 힘이 부쳤어요. 지금 건설현장에서 미장일 하는 사람들 70%는 팔에 이상 하나씩 있을 거예요. 그런데 타일 시공은 좀 달라요. 노고가 좀 덜하다고 할까. 70세 넘은 형님들도 하고 있습니다.”

박씨는 인테리어업보다는 현장 일에 몰두할 생각이다. 일이 있는 아내랑 같이 살고 있는데, 타일을 배우면 앞으로 한 15년, 70세까진 그렇게 둘이 일하면서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타일도 배우고 황토일도 배워 2막 인생에서도 ‘전문가’가 될 생각이란다.

70세 이후의 삶에 대해 묻자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갑자기 환하게 웃더니 “15년 타일 시공, 황토 시공일 하면 돈도 좀 벌 것이고... 그냥 트럭이나 하나 사서 아내랑 지방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봉사하고 싶어요. 왜 시골 조그만 마을들 있지 않습니까. 그런 곳들 방문해 낙후된 시설들 고쳐주고 황토도 칠해주고 그렇게요.”

옆에 있던 신씨는 박씨의 이야기를 듣더니 “에이~ 더럽게 오래 살라 그러네”하며 농을 걸었다. 하지만 신씨의 꿈이 아내와 그렇게 전원에서 사는 것이다. “나중에 나이 먹어서 시골에 조그마한 단층집을 내 손으로 짓고 아내랑 그렇게 살고 싶어요.”

100세 시대에 ‘제2의 직업’으로 인테리어업과 타일·황토 시공사를 꿈꾸는 신현복씨와 박성호씨. 옷 곳곳에 시멘트와 황토가 묻고 머리엔 먼지들이 내려앉지만, 다시 무엇인가 시작한다는 기쁨에 얼굴 한가득 미소가 넘쳐 보였다.

전경진 기자 view@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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