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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격돌, 핵심은 中굴기 겨냥한 기술전쟁

中 ‘기술굴기’가 미중 격돌의 핵심
트럼프 “美, 협상타결 준비 안돼”…中 “상호존중과 평등, 호혜가 원칙”
美 화웨이 제재…화웨이, 반도체 핵심인재 확보 등 장기전 착수
블룸버그 분석 “미중 관세 전면전시 2021년 세계GDP 711조원 손실”…“한국 타격 클 것”

입력 2019-05-28 14:00 | 신문게재 2019-05-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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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중국 베이징의 한 매장에 있는 화웨이 로고. (AFP=연합)

 

관세전쟁과 기술전쟁은 처음부터 별개의 사안이 아니었다. 미국의 심기를 건드린건 중국의 ‘기술굴기(堀起)’다. 무서운 속도로 미국의 지위를 위협해오는 중국. 막대한 대중 무역적자라는 숫자에 가려진 G2 격돌의 진짜 이유였다. 단순히 무역수지 적자를 축소하는 것으로는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는 건 미국이 더 잘안다. 그게 아니면 중국이 미국의 무역적자를 일정 수준 줄여주고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를 약속하는 정도로 양측은 무역합의에 도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재선을 의식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적당히 승리를 선언하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자국 내에서 체면을 구기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요구사항은 ‘중국제조 2025’의 무산, 즉 중국의 구조개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국제조 2025’는 첨단 기술력을 확보해 미국을 뛰어넘어 세계 초일류 국가로 발돋움 하겠다는 시진핑 중국 지도부의 야심찬 계획으로 ‘중국 굴기’의 핵심이다. 미국은 이것을 용납할 수 없다. 이참에 중국을 꺾어놓자는게 워싱턴 매파들의 시각이다. 그래서 제재를 동원해 기술이전 차단에 나선다. 동맹국 등에도 대열에 합류하길 요구한다. 중국 입장에선 미래를 포기하라는 얘기가 된다. 꺾으려는 미국과 일어서려는(굴기) 중국이 격돌하니 기술전쟁이 벌어진다. G2 갈등이 확대되고 세계시장이 흔들린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폭탄을 레버리지로 대중 무역협상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도 이에 맞서 보복관세로 맞받아 왔다. 앞으로의 싸움은 어떻게 전개될까. 일본을 국빈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미일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거래를 원하지만 미국은 그럴 준비가 안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제품에 부과하는 막대한 관세수입이 미국에 들어오고 있는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 제재를 둘러싼 기술전쟁도 확산일로다. 미국 반도체회사 AMD는 앞으로 중국 국영 합작사에 새로운 기술이전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8일 전했다. AMD의 리사 수 최고경영자(CEO)는 이날부터 열리는 아시아 최대 IT전시회 ‘컴퓨텍스 2019’ 참석차 대만을 방문해 중국의 국영 합작사인 텐진해광선진기술투자유한공사(THATIC)와 합작으로 전개하는 반도체 사업에 대해 “향후 추가 라이센스 등 기술 이전은 없다. 새로운 반도체 기술 이전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반발하고 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브리핑에서 “상호존중과 평등, 호혜의 기초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십자포화의 대상이 되고 있는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는 지난 26일 CCTV와의 인터뷰에서 “싸울수록 더 강해질 것”이라며 미국의 극한 압박에도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화웨이가 스마트폰운영체제(OS)와 반도체 등 전문가 채용을 늘리며 장기전 대비의 구체적인 조치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농업 지원책도 무역합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이 외국기업의 지식재산권보호, 기술이전 강요 금지 등과 함께 중국 정부의 농업지원책을 주요 이슈로 제기했으나 식량 안보를 중시하는 중국은 이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 전했다.

G2 경제에 종속관계에 있는 한국은 두 고래싸움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국가로 떠올랐다.

블룸버그통신은 “미·중 관세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시 2021년 세계 GDP에서 711조원 손실을 볼 것”으로 분석하면서, 중국의 대미수출이 감소할 경우 한국을 대만·말레이시아·싱가포르·태국과 함께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제3국으로 꼽았다. 특히 컴퓨터, 전기전자 제품 등에서 타격을 입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은 전체 GDP(2015년 기준) 가운데 중국의 대미 GDP와 연관된 부분의 비율이 0.8%로 대만(1.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같은 방식으로 미국의 대중 수출품이 감소하면 캐나다, 멕시코, 아일랜드, 사우디아라비아, 대만 등이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국가로 꼽힌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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