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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염혜란 “‘러브마이셀프’하지 못한 나, 결핍이 연기의 힘이었죠”

입력 2019-12-3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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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혜란 프로필  (11)
배우 염혜란 (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배우 염혜란에게 2019년은 여러모로 잊지 못할 해다. 그는 최근 종영한 KBS 2TV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걸크러시 변호사 홍자영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00년 연극 ‘최선생’로 데뷔하며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19년차 배우지만 TV연기는 2016년 tvN ‘디어 마이 프렌즈’ 출연이후 고작 3년차인 그에게 ‘동백꽃 필 무렵’은 배우 염혜란의 이름 석자를 각인시켜준 작품이다.

자영은 가상의 도시 옹산에서 가장 똑똑한 고학력 전문직이다. 그만큼 자존심도 높았기에 순수한 매력에 반해 결혼한 남편 규태(오정세 분)가 어떤 헛짓거릴 해도 부들거리는 속내를 꼭꼭 감춘 ‘외강내강’형이기도 하다. 자영은 드라마가 진행되는 내내 남편 규태의 외도를 의심하며 이혼 소송을 진행하지만 드라마 말미 결국 서로를 향한 마음을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두사람의 ‘멜빵 키스신’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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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염혜란 (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규태와 자영의 로맨스가 이토록 많은 분들에게 지지를 받을 줄 몰랐어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만 해도 4부까지만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에 이런 과거사가 있을 줄 몰랐거든요. ‘멜빵 키스’는 사실 동백(공효진 분)과 용식(강하늘 분)의 ‘후드키스’를 오마주한 장면이에요. 애드리여서 PD님과 당사자인 강하늘에게 양해를 구했는데 주변에서 너무 좋다며 흔쾌히 승낙해줬죠.” 

 

홍자영은 염혜란이 연기한 드라마 캐릭터 중 가장 고학력자기도 하다. 염혜란은 이혼전문 변호사인 홍자영 역을 연기하기 위해 이혼 용어를 공부했다.

 

다이어트로 5~6Kg을 감량해 날카로운 느낌을 강조했다. 하지만 고학력자인 자영도 시어머니에게는 5첩 1국을 내야 했다. 

 

염혜란은 “한국 사회의 단면을 입체적으로 디테일하게 표현한 장면”이라며 “변호사 며느리가 잘됐으면 좋겠지만 남편 기를 살려주지 못해 아들이 더 잘됐으면 하는 시어머니의 심보를 잘 짚어줘 결혼한 여성들의 지지를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중은 ‘동백꽃 필 무렵’을 통해 염혜란을 주목했지만 실상 그는 연극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19년차 배우다. 서울여대 국문과 재학 시절 학내 연극동아리 활동을 통해 연기와 인연을 맺었다. 학부 졸업 후 1999년 극단 연우에 입단하며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을 걸었다. 

 

2004년 제 1회 아름다운 연극인상에서 인기상을 수상했고 2006년 동아연극상 신인연기상, 2009년 히서연극상 기대되는 연극인상, 2010년 서울연극제 연기상 수상 등 수상경력도 굵직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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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호흡을 맞춘 염혜란(왼쪽)과 오정세(사진=KBS)

 

연극을 접하기 전까지만 해도 드라마PD나 국어교사를 꿈꿨던 평범한 여대생이었던 염혜란은 무대에서 물 만난 고기마냥 180도 달라진 캐릭터 소화력을 보인다. 규태 역의 오정세 역시 연극 ‘차력사와 아코디언’을 통해 염혜란의 팬이 된 케이스다. 정작 염혜란 자신은 “운이 좋았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국문과를 졸업한 뒤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때였어요. 시험공부가 너무 하기 싫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극단 연우 공고를 접한 뒤 아르바이트 삼아 극단에 들어갔죠. 연우가 전통있는 극단이라는 사실도 몰랐죠.(웃음) 상복도 운이 따랐어요. 배우들이 어떤 역할을 맡느냐에 따라 빛나곤 하는데 제가 상 받기 좋은 작품에서 돋보이는 역할을 맡았거든요. 사실 저는 결핍이 힘이 됐던 사람이에요. 연기를 할 때도 부족한 부분에 집착하며 만족할 줄 몰랐죠. 전문직에 가진 것도 많지만 욕심이 많다는 점에서 홍자영과 비슷한 면이 많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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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염혜란 (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러브마이셀프’ 하지 못한 염혜란은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더욱 연기에 매진했다. TV 드라마나 스크린도 동경했지만 갈 수 없는 곳이라 여겼다.

 

그런 염혜란을 눈여겨 본 이가 노희경 작가다. 배우 나문희와 함께 출연한 ‘잘자요 엄마’를 관람하러 온 노 작가는 무대 위에서 날 것 같은 연기를 펼치는 염혜란에게 집필 중인 차기작에 알맞은 역할이 있다며 드라마 출연을 권했다. 

 

톱스타 고현정, 조인성이 출연하고 김혜자, 고두심, 나문희, 윤여정, 박원숙, 신구, 주현, 김영옥 등 일명 ‘노벤져스’ 군단이 총출동한 tvN ‘디어마이프렌즈’가 바로 그 작품이다. 염혜란은 이 작품에서 나문희의 첫째 딸 순영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드라마 ‘도깨비’의 은탁이모,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한양엄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양순 등으로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비중은 크지 않았지만 염혜란이 출연한 장면 하나하나가 시청자들에게 각인됐다. 노희경, 김은숙, 이우정, 그리고 임상춘에 이르기까지 당대 톱작가들이 염혜란을 찾는 것도 인상적이다. ‘동백꽃 필 무렵’에 이어 방송 중인 드라마 ‘초콜릿’ 역시 스타작가인 이경희 작가의 작품이다. 


“전에는 은탁이 이모라고 불렸는데 요즘은 자영이라고 사랑 받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때로 욕도 먹지만 많은 분들이 마음을 열고 대해줘서 감사함을 느끼고 있어요. 연극무대에서 대중매체로 넘어올 수 있도록 길을 닦아놓은 선배들께도 감사드려요. 창작자들이 여성 캐릭터를 옹호하는 움직임을 반영하는 시대에 연기할 수 있는 것도 복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와서 생각하니 제 연기인생의 대부분은 행운으로 가득 찼던 것 같아요.”

그는 올해가 처음인 게 많다고 한다. 오랫동안 살던 집에서 이사를 갔고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대중에게 처음으로 스포트라이트도 받고 언론과 인터뷰도 진행했다. 염혜란은 “이런 행복은 처음”이라며 “2019년은 내게 보람찼던 한해”라고 애정을 쏟았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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