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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차이나타운'이 발굴한 진주, 조현철의 남다른 반짝임

입력 2015-05-16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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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에 출연한 조현철1
차이나타운에 출연한 조현철

화제의 시작은 여배우들을 통해서였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영화 ‘차이나타운’의 스포트라이트는 김혜수와 김고은에게 쏟아졌다. 여주인공을 내세운 흔치않은 누아르란 평가와 함께 언론시사회 후 극찬이 쏟아졌다.

영화는 개봉 2주만에 손익분기점(120만명)을 넘어서며 순항중이다. 140만명을 넘어선 지금 영화계와 대중들은 영화 속 ‘홍주’ 역할의 배우 조현철에게 빠져있다.

‘영화를 보고 나니 조현철 밖에 기억나지 않는다’는 평가와 함께 한 포털사이트에는 대놓고 ‘조현철이 누구냐’는 질문이 버젓이 등장할 정도다.

 

네티즌 수사대들은 실력파 가수인 매드 크라운의 동생이라는 정보를 공유하는가 하면 그가 출연한 ‘건축학개론’의 한 장면을 올려놓기도 했다. 

 

‘차이나타운’의 홍보관계자는 “언론시사회 후 주연배우 이상의 인터뷰 요청이 들어온 배우”라고 귀띔했다.

영화의 흥행과 함께 생애 첫 인터뷰에 나선 조현철은 과연 영화 속 홍주가 맞나 싶을 정도로 말수가 적고 수줍음이 많았다. 그는 “연기보다 인터뷰가 10배는 더 힘들다”고 했다.

그의 부모는 막내아들이 영화에 관심을 보이자 반대보다는 ‘본분에 충실하면’이라는 조건을 내걸었고 놀기 좋아하는 10대였던 조현철은 기숙사 고등학교에서 명문대 인문학부에 입학하는 것으로 자신의 의지를 증명했다.

“2학년 때 철학 전공을 하려고 준비중이다가 아예 한국예술종합학교로 입학을 해버렸어요. 연출 전공이라 연기는 한 과목 정도 밖에 수강하지 않아서 이렇게 배우를 겸하게 될지는 꿈에도 몰랐죠. 감독님이 제 단편 ‘뎀프시롤: 참회록’을 보시곤 극중 어눌하고 덜 떨어진 모습에서 홍주를 보신 것 같아요.”

캐릭터 구축에 대한 질문에는 뜻밖의 따뜻한 모습도 돌아온다.
“사실 시설을 방문해서 관찰을 할까 했었는데…그런 분들을 장르 영화에 소비하는 것 자체가 미안하고 죄짓는 것 같아서 관뒀어요. 대신 제 안의 유아적인 습관을 꺼내보였죠.”

 

차이나타운에 출연한 조현철2
차이나타운에 출연한 조현철

차이나타운을 지배하는 엄마(김혜수)에게 쓸모있음을 증명하고 살아남은 고아들 중 한명인 홍주는 다소 모자란 지능을 가졌다.

 

하지만 일 처리에 있어서만큼은 그 순진무구함을 무기로 칼 같은 능력을 가진 인물이다.

피가 흥건하고 잔인하게 토막난 시체들 사이에서 장기의 가격을 귀신같이 뽑아내고 시키는 일은 마다하지 않는다. 

 

홍주는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지적 장애인이자 밥을 먹었으면 일을 해야하는 게 종교인 올곧은 성격의 소유자다. 

 

하지만 자신이 누나처럼 따라온 일영에게 배신을 당하자 보통사람 이상의 광기를 발휘하며 처절한 응징을 가하는 잔인한 캐릭터기도 하다.

“제가 가진 성격을 활용하는 편이에요. 대신 본질적인 면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사실 ‘차이나타운’은 제 인생에서 연기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간 영화예요. 영화계에서 안 팔리는 캐릭터지만 연기적 단점을 숨기기엔 더 없이 좋아서 도전했는데 뜻밖에 반응이 너무 폭발적이어서 놀라고 있어요. 여기저기 매니지먼트 계약을 하자는 회사도 있고….”

멋쩍은 웃음을 흘리는 그는 시종일관 수줍어했지만 함께 연기한 대선배인 김혜수조차 조현철의 연기를 보곤 “신의 한 수”라고 표현할 정도로 그의 연기는 강렬하다.

첫 촬영이 영화 속 갈등이 폭발하는 아파트 대결신이었다. 그 부담감이 남달랐을텐데도 그는 “그만큼 집중도 잘되더라”며 웃어보인다. 그 촬영 이후 마음이 편해졌단다.

시나리오상에 단 한줄뿐인 지문도 그는 허투루 지나가지 않았다. 단순히 ‘밥을 먹는다’라고 써 있는 장면에서도 게걸스럽게 음식을 흡입하는 디테일한 연기를 선보인다. 

 

고작(?) 두살 많은 한준희 감독은 그런 조현철의 연기에 많은 위로와 든든함을 느낀다고 했지만 정작 본인은 모르는 눈치다.

“다시 촬영하고 싶은 장면이요? 액션과 감정을 같이 가져가야 했던 야구장 결투신이 가장 아쉬워요. 사실 여동생이지만 누나같이 챙겨주는 일영이를 죽이려는 신이었으니까요. 분석해서 연기하는 편이 아니라 감정이 더 가기도 했고 놓친 것도 많고…여러모로 아쉽죠.”

 

홍주1
(사진제공=폴룩스픽쳐스)


생계와 비중에 상관없이 꾸준히 연기를 하고 싶었던 조현철에게 ‘차이나타운’은 연출과 연기의 비중을 뒤바꾼 영화기도 하다.

“지금은 6:4 정도로 연기가 더 좋아요. 영화 현장이 정말 가족같았죠. 지금도 영화 단체카톡방에서는 혜수 선배님을 ‘엄마’라고 불러요. 어린이날에는 선물도 보내주시고. ”

남다른 촬영 분위기를 전하면서도 수줍은 그의 성격상 김혜수에 대한 호칭은 여전히 깍듯이 ‘선배님’이다.

조현철은 연기와 별개로 곧 장편 데뷔작을 준비하며 바쁜 일상을 보낼 예정이다. 이 영화의 제작사인 폴룩스픽쳐스와 함께 장편 영화 계약을 마친 상태기도 하다.

그의 연기를 눈여겨 본 제작사의 제의로 그의 단편 중 미장센 단편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은 ‘뎀프시롤: 참회록’을 새롭게 각색할 계획이다.

 

배우이자 감독으로 한국영화계의 보석이 될 조현철은 이제 막 출발선에 섰다. 남들이 다 기피한다는 아홉수인 스물아홉의 중심에서.


글=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사진=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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