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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과 절망의 시대..꿈조차 동이 나고 시들다, 연극 '멀리 있는 무덤'

2016 국제공연예술제 국내선정작...무덤으로 향하지 못하는 관, 목적지를 알지 못하는 행렬,

입력 2016-10-1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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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극단 몸꼴)

 

극단 몸꼴의 연극 <멀리 있는 무덤>(연출 윤종연)은 한 개인이 정치적, 사회적 참여뿐만 아니라, 삶의 주체로서도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절망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를 그리고 있다. 바람, 관, 무덤 그리고 몸짓이 갈 곳을 잃은 행렬을 그려낸다.

 

작품 <멀리 있는 무덤>은 시인 김영태가 김수영 시인의 제일(祭日)을 기리며 쓴 시, “멀리 있는 무덤”을 모티브로 한다. 김영태는 “멀리 있는 무덤”에서 시인 김수영의 예술인으로서의 도전과 불온함을 기리며, 동시에 예술가로서 자신의 무기력함을 탄식한다. 개인의 정치적, 사회적 참여뿐만 아니라 개인적 삶의 주체로서의 행위가 불가능한 무기력과 절망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역시 시인 김영태에게 동감하며, 작품 <멀리 있는 무덤>을 통해 목마른 시대를 살고 있는 무리의 민낯을 드러내고자 한다.

 

바람은 다양한 도구들을 통해 눈에 보이는 효과로 사용된다.일반적으로 연상되는 바람의 심상은 파괴적이고 불길한 대지/심연의 바람으로, 시인 김수영의 풀을 눕히는 바람을 떠올릴 수 있다. 삶과 죽음의 변화를 냄새로 전하는 바람, 파괴적 바람과 대적하며 뱉어내는 무리의 절박한 숨, 파쇄된 폐지를 전달하며 무리를 흩어놓는 선동과 세뇌의 세력과 같은 바람 등 다양한 바람의 심상이 섬세하게 공연 전체에 배치된다.


관이 무덤이라는 종착지로 이동되지 못하고 방치되어 있는 듯한 모습은 무리의 무기력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동시에 갈 곳 잃은 무리와 늘 함께 하고 있는 죽음을 상징하기도 하다. 관을 매장하는 무덤이 완료적인 의미라면 관은 현재 진행적이다. 끝없이 떠돌고 있는 버려진 배와 같이 죽음과 삶이 공존하며 유영하는 존재로 표현되기도 한다. 또한 관은 무리에게 누워서 안식을 취하고자 하는 욕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배우 박종태, 설재영, 민기, 김정은, 노제현, 신재욱이 함께한다.SPAF 초연작 2016 국제공연예술제 국내선정작인 ‘멀리 있는 무덤’은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정다훈 객원기자 otrcoolpe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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