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문화 > Book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우리는 모두 조금은 이상한 것을 믿는다> 한국 스켑틱

입력 2022-10-29 09:00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aa
누구나 한 번쯤 믿어봤거나 아직도 믿고 있을 법한 기괴한 현상과 믿음의 사실 여부를 추적한 책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거의 신봉하디 시피 하는 MBTI, 아직도 폭 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혈액형 성격론’, 미확인비행물체(UFO)나 심령사진, 예지몽(豫知夢)처럼 과학의 영역에 도전하는 이상 현상들에 관해 다양한 과학적 근거로 반론을 펼치며 그런 주장들이 사실이 아님을 주장한다. 스켑틱협회는 초자연적 현상과 사이비과학, 그리고 모든 종류의 기이한 주장들을 과학적 관점에서 검증하는 비영리 과학 교육기관이다.



* 너무 복잡한 인간, 너무 단순한 MBTI -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은 캐서린 쿡 브룩스와 그녀의 딸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가 칼 융의 심리학 이론을 참고해 독자적으로 만든 성격 이론 및 검사법이다.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검증되었기 보다는 내적 추론을 통해 탄생한 이론인 만큼 많은 한계가 존재한다. 성격은 인간의 외적 특성이 아닌 내적 특성에 관한 것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성격은 또 일반적이고 안정적인 경향성으로, 일반적으로 별다른 일이 없을 때 나타나는 사고와 행동의 패턴을 말한다. 성격과 행동 사이에는 괴리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16개 유형으로 인간의 성격을 범주화한 MBTI는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중요한 오류 가운데 하나는 서로 다르지 않은 특성들을 다른 것처럼 취급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감각과 직관을 상반되는 특성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건강과 행복, 인간관계 등을 가장 중요하게 예측하는 성격 특성인 신경증(부정적 정서성, 정서적 불안정성)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도 맹점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사람은 ‘자기실현적 예언을 하는 존재’”라며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믿는 내용에 따라 실제로 그런 사람이 될 가능성이 있음을 중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MBTI를 비롯해 사람이 성격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려는 시도, 혹은 한 가지 행동을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얘기 등은 과학적 근거가 빈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 혈액형으로 사람의 성격을 특정 지을 순 없다 - 우리는 오랫동안 사람의 피가 성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믿어왔다. 최근에는 혈액형별 식이요법까지 나와, 혈액형에 따라 먹거나 먹지 말아야 하는 음식을 설명한다. 일각에선 궁합과 직업 선택, 성격에 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있다. ‘혈액형 성격론’은 1927년 일본의 후루카와 다케지의 연구에서 시작됐다. 이후 노미 마사히코 부자가 ‘혈액형 인간학 연구소’를 세워 자칭 과학적 연구에 매진했다. 성격심리학자 한스 J.아이젱크도 외향성과 신경증적 경향에 초점을 맞춘 ‘2-요인’ 성격 모델을 만들어, 현재 ‘정신증적 경향성’이라는 제3의 요인을 추가해 널리 이용되고 있다. 이들 연구에 따르면 B형 인구 비율이 높을수록 신경증적 경향도 비례해 증가한다. 저자는 그러나 이런 내용이 대부분 모호하고 과학적으로 검증이 불가능하며, 모순점도 발견된다고 말한다. 어떤 이는 AB형을 ‘호감형’이라고 하지만 어떤 이는 정 반대로 ‘트집쟁이형’이라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런 연구들의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로 지적된다. 우선, 가족 구성원을 표본으로 함으로써 간편함에 기대어 확증편향에 빠지기 쉽다. 다음으로, 통계분석이 이뤄지지 않았거나 부적절한 통계적 기준이 적용된다. 마지막으로 표본의 크기가 작아 효과가 정말 존재하더라도 감지하는데 한계가 있다. 저자는 혈액형과 성격은 관련이 없으며, 자칫 그런 추론을 믿는 정도에 따라 심각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과학적 증거’라는 미명아래 ‘근거 없는 믿음’을 끊임없이 조장함으로써 이득을 보는 이들이 있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피가 사람 성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유전 때문이지 혈액형 때문이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 ‘물고기 자리’는 정말 이타적인가 - 1972년부터 2008년 사이에 1~2년 간격으로 실시된 종합사회조사(GSS)는 별자리와 관련한 점성술의 주장들을 반박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GSS는 미국 성인 5만 3000명의 데이터를 확보했는데, 데이터 품질이 우수하고 접근이 쉽고 포괄 범위가 넓어 널리 활용된다. 이 데이터를 보면 ‘사자자리는 성욕이 높고 처녀자리는 성욕이 낮다’는 점성술사들의 주장이 틀림을 알 수 있다. GSS의 별자리별 1년의 섹스 횟수 통계를 보면, 별자리에 따라 성욕이 크게 다르다는 점성술 사이트의 주장과 다르다. 점성술사들은 ‘물병자리 사람들은 애인이나 배우자에 충실하고 헌신적인 반면 사자자리는 바람 피우려는 성향이 강하다’고 말하지만, GSS에 드러난 별자리별 차이는 우연 정도의 수준을 넘지 않았다. 게자리나 천칭자리, 황소자리가 타인과의 유대관계가 깊고 헌신적인 반면 쌍둥이자리와 사수자리는 성격이 맞지 않을 경향이 평균보다 높고 속박당하길 꺼리는 성향이라고 하지만 이 역시 큰 차이가 없었다. 정치성향 상 처녀자리는 보수적, 천칭자리는 정치적 극단주의, 사수자리는 어느 정도 보수적이라고 하지만 별자리에 따라 자신이 진보, 중도, 보수에 해당한다고 보는 비율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이 아니었다. 양자리가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반면 게자리나 처녀자리, 천정자리, 물병자리.물고기자리는 자신을 희생하고 남을 기꺼이 돕는 쪽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통계적인 뒷받침을 받지 못했다. 별자리를 바탕으로 각 개인의 성격을 유의하게 예측할 순 없다는 것이다.

* ‘운명론’을 믿어야 하나 -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운명 또는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개인의 운명은 보다 크고 웅장한 세계의 운명과 어떤 식으로든 맞춰져 있다고 믿는다. 일부는 우주 역시 어떤 신비로운 방식을 통해 미리 예정된 어떤 최종 목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믿기도 한다. 이런 믿음은 때때로 인생의 가혹한 경험들을 완화시켜 준다. 하지만 과학은 운명을 결정하는 힘이나 이미 예정된 목표가 존재한다는 어떤 증거도 찾아내지 못했다. 과학 어디에도 우리 인간이 필연적으로 등장할 수 밖에 없었다는 증가는 없다. 운명론 혹은 목적론의 진짜 문제는 만약 진심으로 그것을 믿는다면 개인의 행동이 미리 결정된 최종 목적에 어떤 영향도 줄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어떤 인생을 살든, 그 사람의 삶은 전혀 중요하지 않게 된다는 말이다. 내가 큰 잘못을 저질러도 그 최종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귀찮게 책임감 있는 인간이 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저자는 “장기적인 형이상학적 목표, 목적, 운명 같은 것이 존재할 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이 실재한다는 경험적이고 객관적인 증거는 없다”면서 “아마도 우리의 인생과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은 운명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선택일 것”이라고 단언한다.

* 휴대폰은 암을 유발할까 - 휴대폰이 뇌종양이나 안구암 등을 유발하며, 특히 한창 성장 중인 아이들에게 더 위험하다는 보도가 많다. 저자는 “휴대폰이 암을 유발한다는 것은 아무 근거 없는 두려움”이라고 단언한다. 휴대폰의 전자기파가 암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눈꼽 만큼’도 없다고 말한다. 자외선과 X선, 감마선 등 일부 전자파는 암과 관련이 있는 것은 맞다. 이런 유형의 전자기파는 우리 몸 속 분자들의 공유결합을 파괴할 수 있어 위험하다. 하지만 그 외 나머지 모든 유형의 전자기파는 그저 분자나 원자의 열 교란을 활발하게 만들 뿐 다른 일은 하지 못한다. 가시광선의 경우 암을 유발하지 않는다. 저자는 휴대폰 전자기파의 에너지와 교류전력 전자기파의 에너지가 매우 낮다는 사실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휴대폰의 전자기파는 공유결합을 파괴하거나 약화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만일 2.5kJ/mol 전후의 에너지 전달만으로 생명체의 분자가 손상을 입는다면, 생명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공유결합을 파괴하려면 이보다 10배에서 50배 정도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암은 개별 세포의 유전에 문제가 생기는 질병인데, 가스레인지 곁에 있을 때나 햇빛 아래 서 있을 때 정도의 작은 온도 증가로는 암을 유발할 수 없다”고 말한다. 휴대폰에선 1~2 와트의 전자기파가 나오는데 그 중 대부분은 사방으로 흩어지고 일부는 중계기로 향한다며, 이런 열로 암이 유발하리라 믿는 것은 무리라고 말한다. 결국 휴대폰 전자기파가 우리 몸에 미칠 수 있는 효과는 체온을 높이는 것 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 음식으로 뇌를 고칠 수 있을까 - 저자는 “전문가나 전문 의사가 아닌 ‘카이로프렉터’들이 식품과 영양에 관해 불균형적이고 잘못된 정보로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톰 오브라이언은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라는 저서에서 우리 몸이 끊임없이 오래되고 손상된 뉴런을 제거하고 새로운 뉴론을 생성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치매는 신경세포의 손상에 의한 것이라 아직 치료법이 없다. 해마나 후각 연합 영역에서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긴다는 연구결과가 있었지만, 이들은 뇌의 극히 일부이며 이마저 확실히 입증된 것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밀가루의 글루텐이 독극물인 것처럼 말하기도 하는데, 저자는 밀가루에서 단백질만 추출한 글루텐이 어떻게 혈당을 설탕보다 빨리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냐고 반박한다. 면역계가 밀과 글루텐 분자를 공격해 ‘셀리악병’ 같은 염증을 유발한다고 하지만 저자는 “면역세포가 우리 몸을 공격해 일어나는 자가면역질환은 알레르기 아토피를 포함해 70종이 넘으며, 글루텐으로 인한 셀리악병은 그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말한다. 특정 물질에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만 피하면 된다는 것이다. 한국인 중 셀리악병 관련 유전자를 보유한 사람은 5% 미만이며 지금까지 딱 한 명만 보고되었다고 한다. MSG는 신경을 흥분시키고 뇌를 망가트린다는 독설에 대해서도 저자는 “뇌의 신경세포는 잠잘 때도 0.01초 단위로 흥분한다. 흥분하지 않을 때는 죽었을 때 뿐”이라고 꼬집는다. 그들이 찬양하는 비타민 D가 글루탐산보다 수 백배 독성이 강하다는 사실도 모르고 하는 엉터리 말이라고 비판한다. 정작 그들은 음식의 글루탐산으로 뇌세포가 손상될 수 있음을 증명하려 했지만 실패했음을 인정했다고 말한다.

* UFO에 관한 세 가지 가설 - UFO(미확인비행물체)의 신봉자인 레슬리 킨은 “UFO 목격담의 90~95%는 설명가능한 현상”이라고 말한다. 뒷받침하려는 동영상들도 많다. 하지만 저자는 세 가지 가설을 언급한다. 첫째, 카메라 렌즈 효과나 착시, 풍선 등 ‘평범한 지상 현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2004년 샌디에이고 부근에서 알렉스 디트리히 중령이 찍었다는 동영상이 대표적이다. 제트기 동체에 카메라 포드를 부착해 미 해군 첨단 적외선 전방 조준 시스템으로 찍은 이 영상들은 흔히 FLIRI나 GIMBAL, Go Fast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FLIRI’는 미 해군도 조작이 아니라 ‘진짜’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전문가인 믹 웨스트는 영상 속 비행체가 접시 모양인 것은 카메라 렌즈의 반사광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영상 재생 속도를 반으로 줄이자 비행체의 비범했던 움직임도 아주 평범해졌다. GIMBAL 영상도 물체 회전이 의도되지 않은 카메라 효과이고, 비행접시는 멀어지는 비행체의 엔진이 뿜어내는 적외선 섬광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러시아나 중국 정찰기 또는 생소한 물리학과 공기역학적 특성의 드론 같은 ‘평범하지 않은 지상 현상’일 가능성이다. 전문가들은 목격자들 증언처럼 24km 높이에서 몇 초만에 해수면으로 내려가고 갑자기 회전하거나 음속 폭음 없이 음속장벽을 깨는 것은 아무리 뛰어난 외계문명이라도 현재의 물리학이나 공기역학적으론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진짜 ‘비범한 고등 외계 현상’일 가능성이다. 최소 1조 개의 은하, 총 10의 23제곱의 별이 있을 것으로 추산되는 광활한 우주에는 실제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은하에만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문명이 335개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거리가 10만 광년, 너비가 5만 광년인 우리 은하 상황을 감안하면, 이런 소수의 문명과 접촉할 확률은 천문학적으로 낮다. UFO가 외계 지적 생명체라는 가설도 사실일 가능성이 극히 떨어진다. 결국 증거의 부재는 지구에 외계 지적 생명체가 없다는 증거가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 ‘텅빈 지구’ 속으로의 환상 여행 - 지구가 속이 빈 공이며, 그 안에서 문명이 번성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1600년대 중반 아타나시우스 카르허가 쓴 <지하세계>라는 책이 이런 믿음을 확산시켰다. 그는 지구 안이 커다란 벌집처럼 복잡한 굴과 연결통로, 심연 등으로 얽혀 있다고 상상했다. 30년쯤 뒤 영국 천문학자 에드먼드 헬리도 “비어 있는 지구 속에 또 다른 속이 빈 구체들이 들어있다”고 주장했다. 혜성 주기를 예언한 천문학자의 말이었기에 모두 혹했다. 1818년에 미 육군장교 출신의 존 클리브스 시머스는 아예 지구 속 탐험의 후원자를 찾았다. 미국 상하원에 탐험대 조직을 위한 청원서까지 제출했고 제임스 맥브라이드 같은 부자 학자가 지원자로 나섰다. 저자는 그러나 이런 주장이 지구가 평평하다는 주장만큼이나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일축한다. 천문학자들도 중력과 원심력 때문에 두 개의 껍질로 분리된 세계가 만들어진다는 주장은 난센스라는 것이다. 지구 속 주민들도 아래로 잡아당기는 중력 때문에 지구 중심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지구 밀도 계산에서도 지구 공동설을 뒷받침할 수치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지구 공동설은 종교로까지 확산됐다. 지구 속에 또 다른 태양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극지 탐험가가 1947년 북극의 작은 구멍을 통해 지구 속을 비행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러나 모두 사실무근으로 드러났고, 이후 많은 과학적 실험을 통해 지구공동설은 사실이 아님이 확인되었다. 사실 행성 내부 구조를 연구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가장 깊은 광산 깊이도 고작 4km에 불과하다. 지구 핵을 곧장 통과하는 직선 터널을 뚫고 지구 반대편까지 가려면 그 길이만 1만 2875km에 이른다.

* 과학은 ‘예지몽’을 어떻게 설명하는가 - 꿈에서 미래를 본 적이 있다며 ‘예지몽’을 믿는 이들이 많다. 링컨 대통령이 자신이 죽는 꿈을 꾼 지 2주 만에 암살당했다는 얘기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과학자들이 큰 수술을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환자들의 꿈에 각자의 불안이 반영되는 경향이 있음을 확인했다. 과학자들은 링컨이 실제로 재임 기간 동안 수차례 암살 협박에 시달렸다는 점을 들어, 링컨의 꿈이 기이한 것이 아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저자는 예지몽 같은 초자연적인 현상과 관련해, 특이한 사건이더라도 발생 기회가 많으면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대수의 법칙’을 얘기한다. 복권 당첨 확률은 수백만 분의 일이지만 규칙적으로 당첨자가 나오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복권을 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수면에 대한 과학적 연구와 통계학은 불안과 대수의 법칙을 예지몽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그리고 대수의 법칙에 따르면 수많은 예견 중 소수만이 옳은 것으로 판명된다고 말한다. 1927년 대서양 무착륙 단독 비행에 성공한 찰스 린드버그가 1932년 아이를 유괴 당하자,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자 헨리 머리는 이 사건을 예지몽 연구와 연계시켜 범인을 찾는 실험을 했다. 아이는 나무 근처 구덩이에 묻혀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예지몽을 꾸었다는 약 1300명의 예견을 취합해 보니 5%만이 아이 사망을 암시했고, 그 중 4건만이 나무 근처에 아이가 묻혔다고 언급했다. 사다리나 협박 편지, 몸값과 관련된 진짜 예견은 하나도 없었다. 예지몽은 초자연적 힘이 아닌, 일반적인 능력이라는 것이다.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은 꿈이 미래를 알려준다고 믿었지만 저자는 “초자연적 현상을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수면과학은 악몽”이라고 말한다.

* 뇌의 전기자극과 유체이탈 경험 - 올라프 블랑케 연구팀은 2002년 <네이처>에 43세 스위스 여성 우뇌에 전기자극을 주어 유체이탈경험을 유도한 결과를 발표했다. 우측 측두엽 간질로 인한 복합 부분 발작을 겪던 이 환자는 뇌 표면에 직접 전기자극을 주자 유체이탈을 경험했다고 한다.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을 내려다보았는데 다리와 몸 아래 쪽만 보이더라고 했다. J.M. 홀든 연구팀은 이에 “진짜 유체이탈경험과 혼동해선 안된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몸 일부분만 본 경우는 전형적인 사례가 아니며, 환자의 경험이 비현실적이고 단편적이며 왜곡되었고 환상적이라고 했다. 진짜 유체이탈경험은 환상적으로 느껴지기 보다 현실처럼 느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자도 유체이탈경험을 일으키는 것으로 발견된 뇌 영역이 이전에 보고된 수많은 과학 문헌 내용과 일치하며, 더 깊은 정보를 제공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거든다. 이전에 발표된 특발성 유체이탈 경험자에 대한 수많은 신경학 논문은 두정엽과 측두엽, 후두엽 연결 부분의 교란을 계속해서 암시했다. 이는 개인에 따른 다양한 ‘전정 감독’의 교란, 수면에 빠질 때 일어나는 유체이탈경험과도 일치하며 두정엽이 연관되었을 가능성을 거듭 암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유체이탈경험처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면, 다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유체이탈경험의 실제성을 관찰하고 통제된 방법으로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직도 긍정적인 결과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인다.

* ‘심령사진’의 숨겨진 비밀 - 최초의 심령사진은 150년 전 미국에서 등장했다. 사진사였던 윌리엄 멈러가 찍은 사진에 죽은 사람의 모습이 나타난 것을 계기로 그는 ‘심령사진사’로 이름을 떨친다. 심령론자들은 사후에 영혼이 현세에 계속 남아있다고 믿으며 영매(靈媒)가 영혼과 인간의 매개자로 혼령을 불러낼 수 있다고 말한다. 멈러는 사기혐의로 재판에 회부되었고, 사진 속 유령들이 당시 생존해 있던 사람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사진 조작 의혹이 확증되었다. 하지만 심령사진 열풍은 영국으로 이어졌다. 런던에서 사진사 프레더릭 허드슨이 전문사진관을 세워 매일같이 심령사진을 찍어댔다. 그의 사진 속 유령은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랑 하는 사람들과 비슷했다. 하지만 곧 속임수의 단서들이 발견됐다. 이중노출 기법으로 사람들을 속인 것이다. 허드슨은 사진 속 이중노출의 흔적들이 영혼들의 힘에 의해 우연히 발생한 것이라고 반박했고, 실제 강령회에서 살아있는 유령이 나타나는 상황을 재현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초자연현상 연구자 엘리너 시지윅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사진사와 영매의 결탁을 찾아낸 것이다. 시지윅은 허드슨이 유명 마술가게에서 만든 카메라 안에 숨겨진 장치로 감광판에 유령 이미지를 드러나게 했다가 카메라가 노출되면 감쪽같이 사라지게 만들었다고 폭로했다. 영매들이 심령사진사들과 속임수에 사용하던 방법들도 공개했다. 이후 프랑스 미국 등지에서도 가짜 심령사진사들이 창궐했다가 거짓이 탄로나 망신을 당했다. <셜록 홈즈>를 쓴 코난 도일도 심령론에 심취해 자신의 책을 통해 심령사진을 적극 옹호하기도 했다. 저자는 “수많은 사기행각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것은, 조사관들조차 현장에만 가면 속임수를 바로 잡아낼 수 있으리라 착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속임수를 밝혀내지 못하면 속임수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는 것이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