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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성능경의 망친 예술 행각’ 성능경 “희망 없이 우리가 어떻게 살겠어요”

입력 2023-08-25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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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경
‘성능경의 망친 예술 행각’의 성능경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기존 예술로는 충족시킬 수 없는 묘한 틈이 있어요. 다른 걸로는 대체가 안되죠. 그 틈을 자꾸만 파고들고 싶은 거예요. 사진은 가장 리얼하면서도 뭔지 모르겠는 문제가 있어요. 그래서 늘 캡션이 붙죠. 그 캡션이 이미지의 맹점을 돕는 거예요. 그래서 가장 위험하면서도 설명이 안되는 게 사진이죠. 그 틈을 메우고 결핍된 요소들을 충족시키는 예술 형식으로 퍼포먼스를 쓰는 거예요.”

스스로의 작품을 “망친 예술”로 명명하는 여든살의 작가 성능경은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소재의 화랑에서 열린 ‘성능경의 망친 예술 행각’(Botched Art: The Meanderings of Sung Neung Kyung, 8월 23~10월 8일 갤러리현대 본관) 기자간담회에서 선보인 20여분의 퍼포먼스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성능경
‘성능경의 망친 예술 행각’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그렇게 스스로 예술의 일부가 되는 성능경 작가는 최대한 물질성이 제거된, 정보 자체가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걸 이해하면서 사진을 매개로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 예가 1976년작 ‘검지’라는 작업이다.

“조리개를 최대한 열어 완전 아웃포커스를 만든” 사진 작업은 프로페셔널 사진가의 입장에서는 망친 사진이지만 인간 시각의 한계성, 우리가 자각하는 정보와 그 사이에는 큰 개입이 있다는 깨달음을 내포한 예술작품이다. 그렇게 ‘망침’이라는 말은 그가 추구해온 예술 그 자체이며 그의 생애를 설명하는 하나의 키워드다. 

 

성능경
‘성능경의 망친 예술 행각’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한때는 제 작품을 보고 이게 무슨 예술이냐고 했어요. 하지만 예술은 미궁이에요. 언제나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게 하죠. 그래서 제 작품들은 맥락을 중시해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권력이 폭력이 되던 시대 신문, 사진, 행위가 융합된 1970년대의 ‘수축과 팽창’ ‘검지’와 신문 보도 사진을 재편집한 1980년대의 ‘현장’ 연작을 만날 수 있다.  

 

더불어 네 아이를 둔 가장으로서 자신의 개인사를 반영한 1990년~2000년대 ‘S씨의 자손들-망친 사진이 더 아름답다’와 ‘안방’ 그리고 실험미술가로서 노년의 삶과 얘술의 틈새를 탐색한 ‘그날그날 영어’,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아우르는 ‘손씻기’ ‘밑그림’ 등 시대별 대표작 140여점이 전시된다.

 

성능경
‘성능경의 망친 예술 행각’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비상하는 건지 추락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착륙’, 남자와 남자이면서 서로 모르는 사람일 수는 있는 이중성을 지닌 ‘남남’, 모자를 쓰고 있는 어머니와 아들 ‘모자’ 등 그는 빨간 도트 무늬의 헤어캡과 동그란 선글라스, 상의까지 탈의한 퍼포먼스 후 즉석해서 ‘현장’ 시리즈의 제목을 달기도 했다. 

 

“신문의 편집자가 가진 권력이 있습니다. 그 편집자가 사용하는 권력에 대해 저는 다른 편집 방법을 사용하는 거죠. 편집자가 한 편집의 재편집 행위를 통해 정치성, 사회성, 편집자의 의도 등을 재해석하는 겁니다.”

 

성능경
‘성능경의 망친 예술 행각’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그렇게 제목을 단 후 작가는 “마무리할 때 꼭 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희망을 향해 모두 함께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담은 마무리 퍼포먼스에 대해 성 작가는 “희망의 동력”을 언급했다.

“희망 없이 우리가 어떻게 살겠어요. 짧다면 짧지만 그래도 좀 길다면 긴 세월을 희망으로 살아냈어요. 언젠가는 내가 예술가로서 입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전제로 여기까지 왔죠. 그게 바로 희망의 동력입니다.” 

 

성능경
‘성능경의 망친 예술 행각’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예술에 대해서는 “꿈 상태에 있는 것 같다”고 정의하는 그는 “예술의 본질은 저도 모른다. 모르니까 궁금하고 궁금해서 예술을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예술은 물론 뭐든 본질을 알면 죽어야죠. 모르는 건 힘이 되고 자꾸 질문을 하게 해요. 대답할 수 없지만 항상 해야하는 것, 그건 ‘예술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입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성능경
‘성능경의 망친 예술 행각’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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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경의 망친 예술 행각’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성능경
‘성능경의 망친 예술 행각’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성능경
‘성능경의 망친 예술 행각’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성능경
‘성능경의 망친 예술 행각’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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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경의 망친 예술 행각’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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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경의 망친 예술 행각’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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