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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한국 첫 정유공장 '울산CLX', 재활용 연금술 전초기지로 재탄생

울산 남구 SK 울산콤플렉스(CLX) 가보니

입력 2023-09-17 14:00 | 신문게재 2023-09-1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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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 (사진=도수화 기자)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 (사진=도수화 기자)

 

1964년 한국 최초의 정유공장으로 시작해 지난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는 여의도 면적의 3배에 달한다는 말이 실감나는 곳이었다. 지난 13일 찾은 울산 남구의 에너지 터줏대감이자 정유화학 복합단지인 울산 CLX는 온통 잿빛 고정물인 듯하면서도 저마다의 색깔을 가진 파이프라인과 원유 저장 탱크, 원유 운반선 등이 제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흰색의 파이프라인에는 휘발유·경유·등유 등을 의미하는 경질유가 흐른다. 회색 파이프라인에는 벙커씨유 등 중질유, 노란색은 액화석유가스(LPG), 파란색은 질소, 빨간색 파이프라인에는 소방용수가 각기 이동하고 있다. “울산 CLX 내 파이프라인을 모두 이으면 지구에서 달까지 왕복할 수 있는 길이입니다.” 현장에서 안내를 맡은 SK이노베이션 관계자의 귀띔이다.

울산 CLX 내 지하 1.5~3m 사이에 매립된 장거리 송유관(석유나 원유를 다른 곳으로 보내기 위해 설치한 관)은 총 길이가 약 434km에 달한다. 이곳을 출발한 석유제품은 대구, 대전을 거쳐 서울과 근접한 성남까지 전달된다.

원유저장지역에 자리 잡은 대형탱크는 총 33기에 이른다. 이는 약 2000만배럴의 원유를 품을 수 있는 정도로, 우리나라가 사용하는 원유량의 약 10일분에 해당하는 양이다. 어마어마했다.

울산 CLX는 8개의 자체 부두시설도 갖추고 있다. 그중에서도 주 공장 지역 안쪽에 있는 제1부두, 제2부두는 언뜻 보면 수심이 낮아 보이지만 수심이 8m 정도로 꽤 깊다. 1만톤급 이하의 유조선들이 접안(배를 안벽이나 육지에 댐)할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SK 울산 CLX는 정유사업을 하는 자회사 SK에너지의 원유 정제시설 외에도 SK엔무브, SK지오센트릭 등의 각종 생산시설이 모여 에너지 복합단지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하고 있다. 이러한 공급역량을 바탕으로 울산 CLX는 친환경 산업단지로 재도약하기 위한 채비를 하고 있다.

◇재활용 원천기술과 노하우 울산에 집결…세계 첫 폐플라스틱 재활용 복합단지 생긴다

13일 울산 남구 SK지오센트릭 울산ARC 부지에서 이 회사 구성원
13일 울산 남구 SK지오센트릭 울산ARC 부지에서 이 회사 구성원이 2025년 준공할 세계 첫 플라스틱 재활용 복합 공장의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제공=SK지오센트릭)
CLX 입구에서 차를 타고 7분가량 들어가면 SK지오센트릭이 신공장 건설을 준비 중인 부지를 볼 수 있다. 아직 부지 정지 작업이 진행 중인 이곳은 다소 황량해보였지만, 오는 11월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가면 국제규격 축구장 22개 넓이와 맞먹는 크기의 세계 첫 폐플라스틱 재활용 복합단지(ARC)로 탄생하게 된다. 그동안 화학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왔던 SK지오센트릭은 총 1조8000억원을 투자해 재활용 복합공장을 구축, 석유화학의 신사업을 선도한다는 목표다.

2025년 말 상업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는 울산 ARC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한 곳에서 구현하는 복합 재활용 단지다. 화학적 재활용은 투명 페트(PET)병 등 제한된 쓰레기만 잘게 쪼개 반복적인 재활용이 어려운 물리적 재활용의 단점을 극복한 기술로 꼽힌다. 반복적인 재활용에도 플라스틱의 물성이 그대로 유지되도록 해 국제적으로도 화학적 재활용에 주목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플라스틱 포장재에 재활용 소재를 30% 이상 반드시 쓰도록 법제화 했고,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에서 재생 원료를 2030년까지 50% 이상 사용하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하고 있다.

유색 페트 플레이크와 팝콘화된 섬유(사진=도수화 기자)
유색 페트 플레이크와 팝콘화된 섬유(사진=도수화 기자)
SK지오센트릭은 해외 파트너 기업들과 기술협력, 지분투자 등을 통해 3대 재활용 기술을 확보했다. 울산ARC가 가동되면 매년 500㎖ 생수병(약 15g) 213억개에 달하는 폐플라스틱 32만톤이 재활용된다.

울산 ARC에서 구현될 3가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은 열분해, 해중합,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 추출이다. 먼저 고순도 PP 추출은 오염된 PP를 초임계 상태의 용매에 녹여 순수한 PP만을 추출하는 공정이다. 해중합 기술은 재활용이 어려운 페트병 또는 폐섬유를 화학적으로 분해해 원료 물질로 되돌린 후 다시 결합해 고품질 페트로 생산하는 공정이며, 열분해유는 복합소재로 된 폐비닐 등을 300도 이상의 고온 조건에서 열적으로 분해해 오일화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김기현 SK지오센트릭 PM은 “울산 ARC에서는 연간 7.6만톤의 고순도 PP 추출이 이뤄지고 연간 9.8만톤의 PET 해중합, 연 6.6만톤 규모의 열분해유가 처리될 예정”이라며 “일부 열분해유는 SK이노베이션이 자체 개발한 후처리 공정을 거쳐 나프타분해설비 공정에 투입된다”고 말했다.

SK지오센트릭 관계자는 ARC 구축을 통해 국내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미래 먹거리가 될 플라스틱 재활용 분야의 기술과 생산 노하우를 국내에서 먼저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회사 관계자는 “굴뚝 산업’의 대표 상징과도 같았던 화학기업이 쓰레기 문제 해결은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 창출 모델을 제시한다는 의미에서 뜻깊다”고 밝혔다.

도수화 기자 do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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