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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김천수 뉴욕한국문화원장 “뉴욕의 머스트 비지트 데스트네이션을 꿈꾸며!”

[허미선 기자의 컬처스케이프]

입력 2024-05-10 18:00 | 신문게재 2024-05-1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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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수 뉴욕한국문화원장(사진=허미선 기자)

 

“뉴욕은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유일한 도시예요. 하나의 국가라고 할 수 있죠. 옛날로 얘기하면 로마랄까요. 모든 돈과 권력, 사상이 거기에 있어서 로마가 로마일 수 있었죠. 그래서 뉴욕도 뉴욕입니다. 자본, 생각 및 사상의 힘과 더불어 다양성이 존재하고 끊임없이 다이내믹하게도 변화하죠.”

제일기획 부사장을 거쳐 CJ라이브시티 대표를 역임한 기업가 출신의 김천수 뉴욕한국문화원장은 뉴욕에 대해 이렇게 빗대며 “공략이 쉽지 않지만 정말 열려 있는 시장”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누구든 능력 있고 재주만 있으면 경쟁을 통해 위너가 될 수 있는 그런 도시”라고 부연했다.

“여기도 주류(Dominant 우세한, 지배적인) 문화가 당연히 있어요. 하지만 그 옆으로 같이 가는 문화들도 정말 많죠.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모든 걸 삼키면서 흘러가지는 않아요. 인종도, 그 인종들이 쓰는 언어도, 생활 습관도, 문화도 다양해요. 그런 것들이 다 같이 가는 겁니다.”


◇모든 노력의 총합 한류 “한국에서 성공하면 밖에서도 성공한다는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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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수 뉴욕한국문화원장(사진=허미선 기자)

“주류, 서브컬처 등은 있지만 누가 옳고 그르다거나 이곳의 룰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있어요. 미슐랭 3성급 레스트랑부터 길거리 음식까지 공존하는 다양성이야말로 뉴욕의 가장 큰 장점이죠.”


그 다양성 중 한 지류가 K컬처, 한류다. 김 원장은 “지난해가 힙합 50주년이었다. 그 시작은 다양성을 품은 하나의 지류였고 현재는 엄청난 주류가 됐다”며 “한류 역시 1990년대 시작돼 싸이와 ‘대장금’으로 본격 인식되다가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들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가 유통되면서 지금의 붐을 이뤘다”고 밝혔다.

“제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지금의 한류가 일시적인 현상일까’예요. 1990년대와 지금의 한류가 다른 건 K팝, 드라마, 영화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문화, 패션, 푸드, 뷰티 등으로 확장돼 라이프 스타일이 됐죠. 일상을 파고들어 삶의 일부가 되면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콘텐츠의 영향력이 확장되면서 산업 유발 효과를 높이죠.”

그 예로 “뉴욕에만 7개에 이르는, 미슐랭 스타를 받은 한국 음식점들”을 꼽은 김천수 원장은 “K컬처가 현재 확실히 주목받고 있는 새로운 하나의 흐름이라는, 일종의 상징성”이라고 표현했다.

“김치는 이상한 냄새가 나는 혐오 음식이었지만 인식이 완전 바뀌었죠. 건강하고 세련된, 유니크한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가 됐어요. 김치를 비롯한 라면, 김밥, 비빔밥, 막걸리에 이어 수정과, 식혜 등 디저트까지 한국 걸 찾고 있죠.”

그리곤 “지금의 한류는 드라마 하나, 노래 하나 잘 만든다 차원이 아니다. 태생부터 글로벌로 향하는 한국의 기업, 예술가, 창작자, 문화인, 기업인 그리고 국민 전체가 글로벌 트렌드, 그들이 갈구하는 새로운 경험과 수요 등을 분석하고 고민한, 모든 노력의 총합이 만들어낸 현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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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수 뉴욕한국문화원장(사진=허미선 기자)

 

“그 노력의 총합인 한국 자체가 글로벌 경쟁력을 만들어냅니다. 우리에겐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말한 것처럼 까다로우면서도 스마트하며 그 수준이 높은 콘텐츠 소비자들이 있어요. 한국에서 성공하면 밖에서도 성공한다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어 “이미 한국은 경제 뿐 아니라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우수한 경쟁력을 갖춘 상태로 글로벌 경쟁 체제 안에 들어와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전언처럼 방탄소년단 등 K팝, ‘오징어게임’ ‘파친코’ 등의 드라마, ‘기생충’ ‘미나리’ 등 영화를 비롯해 한국 문학까지 글로벌어워즈 수상 소식을 전해 오고 있는가 하면 아메리칸발레시어터 수석무용수 서희, 유명 브로드웨이 뮤지컬 ‘해밀턴’(Hamilton)에서 아시아계 배우로는 최초로 주역을 맡은 스테파니 박, 카네기홀 리사이틀을 진행한 손민수 등 뉴욕에만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이거나 주목받는 한국인이 적지 않다.

“소위 ‘쫄’ 필요가 없어요. 우리 문화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거고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약진할 거예요. 이를 위해서는 건전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주는 게 기본입니다. 그게 제일 중요한 동력이 아닐까요.”


◇한국의 정신 담은 새 문화원 건물 “뉴욕의 머스트 비지트 데스티네이션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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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월 새로 이사한 뉴욕 한국문화원 건물(사진제공=뉴욕 한국문화원)
“대한민국 5000년 역사의 3대 소재인 도기, 자기, 나무를 콘셉트로 합니다. 세라믹 느낌의 자기, 테라코타 도기, 그 위에 나무를 유리로 케이싱해 한국의 정신, 얼을 맨하튼 미드타운에 가져다 놓은 건물이죠. 한국의 문화유산이고 현재이자 미래를 담았습니다.”

5년여 끝에 완공해 올 2월 옮겨온 7층짜리 뉴욕한국문화원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김 원장은 “빠른 시간 내에 뉴욕시민을 비롯해 이곳을 찾는 8000만 관광객들이 반드시 방문해야할 ‘머스트 비지트 데스티네이션 인 뉴욕’(Must Visit Destination in New York) 그리고 진짜 한국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꿈꾼다”고 털어놓았다.

“이곳에서의 경험이 좋으면 한국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호감도도 높아지겠죠. 그러다 급기야 한국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아져야죠. 이 건물을 짓기 시작한 5년 전이라면 다양한 콘텐츠들을 프로그래밍할 수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이제는 가능해졌죠. 전시, 공연 등의 기획·상설 프로그램 운영과 더불어 인스타그램 용 사진을 찍기 좋은 공간을 올해 안에 10개 정도 조성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김환기 특별전(5-6월), 한예종 이진희 교수의 ‘영화 속 한복전’(7-8월), 강익중 특별전 및 세계최대 한글벽 전시(9-10월), 내년 초 장욱진展 등의 전시와 최하영 첼리스트 마스터 클래스(6월), 국악경연대회(7월), K-인디뮤직 나이트(7월) 등 공연, K-Cine Fest(2-3월)와 한국단편영화제(4월)에 이은 아시아영화제(7월) 등 영화 프로그램 기획이 한창이다.

현재 포토AR기능을 탑재한 인스타 스팟으로 리뉴얼 중인 4층의 부엌과 마루에서는 유엔직원을 대상으로 한 ‘한국 김밥의 밤’(3월)에 이어 한식 요리시연 및 시식회 ‘The Base of Korean Cuisine: Fermentation & Rice’(5월) 등이 열릴 예정이다.

“5월 하순에는 2층 정원수들을 한국 화초들로 바꿀 겁니다. 봉숭아도 있어서 봉숭아 물들이기 체험이나 쪽을 활용한 천연염색도 할 수 있죠. 뉴욕에서 활동하는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이너들과 층계참 벽화도 보완하고 태극기를 새로 디자인해 버티컬 방식으로 건물 외관에 노출할 예정입니다.”

전시장 및 정원(2층)
뉴욕 한국문화원 2층 전시장에 자리잡은 정원은 5월부터 한국 화초들로 꾸릴 예정이다.(사진제공=뉴욕한국문화원)

 

더불어 그는 올 가을 오픈 예정인 ‘한글 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1층 벽면 중 하나를 한글로 채우는 ‘한글 벽’은 그가 뉴욕한국문화원장으로 부임하면서부터 시작한 프로젝트다. 2주에 한번씩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지난해 9월 아이디어를 완성한 상태다.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문화유산 중에 제일 중요한 게 한글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글이 없었으면 지금의 대한민국도 없었을 거예요. 이 벽에 한글 조각 2만개가 들어갈 겁니다. 번역 시스템까지 탑재돼 있어 어느 국적이든 어떤 언어를 쓰는 사람이든 자신의 이름과 하고 싶은 말을 한글로 공모할 수 있죠. 공모를 통해 모인 것들은 참여자들이 ‘좋아요’를 누르는 방식으로 투표해 1000개의 문장을 추려 ‘한글 벽’에 새길 예정입니다.”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LG가 시스템 개발에 발벗고 나섰고 한국의 양현재단이 한글 디자인 및 바탕 색 제작비를 후원했다. 그렇게 십시일반으로 힘과 자본을 모아 진행 중인 ‘한글 벽’은 김 원장의 전언처럼 “키오스크를 설치해 뉴욕한국문화원을 방문하는 사람은 누구나 미디어 월에 자신의 이름과 하고 싶은 말을 남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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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수 뉴욕한국문화원장(사진=허미선 기자)

 

“그렇게 전세계인이 참여하는 시스템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참여를 통해 한글의 원리, 우수성 그리고 글이 담고 있는 정신을 알 수 있도록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해 차별화된 한국을 경험하고 한국에 대한 이해도나 호감도가 높아지기를 바랍니다. 궁극적으로는 한국에 가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끔요.”

이어 김 원장은 “이 공간을 중심으로 한국인 특유의 ‘사고적 리더십’(Thought Leadership, 차별화된 독창적인 아이디어, 독특한 관점 및 새로운 통찰력을 가진 리더십)을 자랑하고 싶다”며 “백남준 같은 위대한 예술가의 힘은 그로 인해 ‘저 나라는 멋진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서 나온다”고 부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백남준 선생님과 같은 글로벌 거장과 더불어 새로운 아티스트들이 자신만의 세계관을 뉴욕에 론칭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공간이 돼야죠. 그렇게 다양한 콘텐츠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며 명소로 자라매김할 겁니다. 이를 통해 한국 문화가 가진 사고적 리더십을 알리고 뉴욕의 코리아타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자존감과 자긍심도 높이고 싶습니다. 그게 저희 문화원이 할 일이죠.”

뉴욕=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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