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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횡재세 논란上] 야당발 ‘횡재세’ 입법화 추진… 은행권 ‘당혹’

입력 2023-11-15 13:52 | 신문게재 2023-11-1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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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은행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은행 (사진=각 사)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은행의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횡재세’ 성격의 부담금(기여금) 신설이 추진되고 있다. 야당은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은행권에서 최대 2조원 가량을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5대은행의 예상되는 기여금 추징 규모는 한 곳당 최대 수천억 원에 달한다. 고금리 상황에 늘어난 초과수익을 환수해 금융 취약층 지원에 쓰자는 논리인데 은행권은 정부·여당의 ‘이자장사’ 비판에 이어 야당이 법제화까지 추진하자 당혹스런 표정이다. 영업이익을 법으로 강제해 환수할 경우 발생할 부작용에 대해서도 우려들 한다.

15일 국회 및 금융권에 따르면 김성주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이 전날 대표발의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금융회사가 최근 5년간 평균 순이자수익 대비 120%를 초과하는 순이자수익을 낼 경우 해당 초과이익의 최대 40%를 ‘상생금융 기여금’으로 부과, 징수하는 것이다.

김 의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고물가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는 특수한 상황에서 특정 금융사들이 막대한 횡재성 초과수익을 누리는 반면, 금융 취약층 및 소상공인을 포함한 금융소비자는 금융부담이 크게 늘어나 고통이 심화되고 있다”며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재명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비롯해 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등 범야권에서 55명 의원이 법안 발의에 참여했다.

같은 당의 민병덕 의원도 은행의 과도한 이자이익 일부를 서민진흥기금으로 출연하도록 하는 ‘서민금융법 개정안’을 지난 13일 대표 발의했다. 최근 5년간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를 초과하는 경우, 이 초과이익의 최대 20%를 서민금융진흥원 자활지원계정에 출연하도록 하는 것이다. 자활지원계정은 저소득층 지원, 서민생활 지원, 사회적기업 신용대출사업 등 중산층·서민을 위한 사업에 쓸 수 있다.

금융감독원, 민병덕 의원실의 은행별 이자순수익(이자수익-이자비용) 통계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평균 이자순이익은 42조5875억 원이다. 올해는 상반기까지 28조원으로, 하반기에도 상반기만큼의 이자수익을 거둔다고 가정하면 연간 이자순이익은 56조원이다. 2023년 회계연도부터 해당 법안이 적용되면 은행권에서 9833억 원(초과이익의 20%)~1조9000억 원(초과이익의 40%)의 기여금이 모일 것으로 야당은 추정하고 있다.

5대은행 중 리딩뱅크인 국민은행의 경우 5년 평균 이자순이익이 6조9682억 원, 올해 추정 이자순이익 9조1779억 원을 감안하면 1631억 원(20% 출연시)~3263억 원(40% 출연시)의 기여금 징수가 예상된다. 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도 같은 방식으로 최소 수백억 원에서 최대 수천억 원씩의 기여금을 징수하게 된다. 징수된 기여금은 금융 취약층, 소상공인 등 금융소비자의 금융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사업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및 대통령)가 요구하거나 사회적 분위기, 압박에 떠밀려 은행이 사회적 공헌 차원의 기여금을 내는 대신에 법률로 정한 합리적인 원칙과 기준에 따라 은행의 초과이익을 환수하도록 제도화하자는 것이 야당의 논리다.

은행권은 법으로 강제해 초과이익을 환수할 경우 손실흡수능력 저하, 금융산업 경쟁력 훼손의 부작용을 우려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횡재세는 미래 부실에 대비한 손실흡수능력을 낮춰 건전성 하락, 경쟁력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향후 은행업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군에도 유사한 조세가 신설될 수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금리산정 등 원가에 향후 지출될 비용이 반영되므로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사회에 공헌해야 한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영업이익 일부를 법적으로 구속해 (기여금으로) 내야 한다면 앞으로 늘어날 지출(비용)분이 은행의 정책 등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 금리, 대고객 서비스 혜택 등에서 비용이 반영될 텐데 실효성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야당이 횡재세 법안을 발의한 것은 포퓰리즘 성격의 결정으로 보인다”며 “은행의 금리경쟁력, 은행간 경쟁을 통해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게 당초 금융당국의 취지였는데 결국 정부당국의 무능이 지금의 횡재세 이슈를 점화시킨 것 같다”고 보았다.

한편, 정부는 야당이 추진하는 횡재세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횡재세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 검토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 10일 “횡재세 보다는 환경이 좋아서 돈을 많이 벌었으면 기존 누진적 세금체계를 통해 내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횡재세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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