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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게임회사는 문화유산 알리기 최고의 화자"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구기향 라이엇 게임즈 사회환원사업 총괄

입력 2023-11-27 07:00 | 신문게재 2023-11-2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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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엇 게임즈 구기향 사회환원사업 총괄. (사진제공=라이엇 게임즈)

 

글로벌 기업 라이엇 게임즈가 개발, 서비스 중인 ‘리그 오브 레전드(LoL)’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는 게임이다. 이로 인해 LoL을 기반으로 한 e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지난 19일 열린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을 전 세계 수억명의 사람이 지켜봤으며,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거리응원을 위해 5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지난 9월 중국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LoL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e스포츠 종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게임의 인기와 별개로 라이엇 게임즈는 우리나라에서 독특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바로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다. 국내 기업도 아닌 해외 기업이 왜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는 데 힘을 쏟고 있는 것일까?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라이엇 게임즈에서 한국 문화유산 보호 및 지원 사업, 즉 ‘문화재 지킴이’를 이끌고 있는 구기향 사회환원사업 총괄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답했다.

  

구 총괄은 “라이엇 게임즈는 게임이라는 가장 현대적인 놀이문화를 만드는 기업이기에 우리 문화의 뿌리인 전통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유산은 우리들이 살아온 이야기이자 소중한 역사다. 그럼에도 대중의 관심이 생각보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라이엇 게임즈이기에 게임을 즐기는 우리 젊은 세대에게 더 가깝고 쉽게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문화유산의 소중함과 세계적인 가치를 이야기하는 좋은 화자가 되고자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문화재 지킴이는 구 총괄이 지난 2012년 라이엇 게임즈에 합류 후 가장 먼저 고민하고 정립한 프로젝트다. 라이엇 게임즈는 2012년 6월 26일 문화재청과 후원약정을 발표한 이래 현재까지 진행해 오고 있다. 고민 끝에 찾은 답을 10년 넘게 직접 키우고 있다보니 개인적으로도 애정이 높은 프로젝트라고 구 총괄은 설명했다.

해당 사업은 라이엇 게임즈가 매년 수억원의 기부금을 지정기탁하고, 그 이듬해와 길게는 몇 년 동안 해당 기부금을 기반으로 각종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구 총괄은 “매해 우리의 손이 가장 필요한 부분, 더 도울 수 있는 부분을 파트너사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촘촘히 기획해서 진행한다”며 “관련 업무는 홍보와 사회환원 사업 분야를 맡고 있는 저와 저희 팀이 모두를 맡고 있다. 내외부 인력을 모두 합쳐도 10명이 채 되지 않지만, 그 움직임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고 소개했다. 

 

석가삼존도
지난 2014년 한국 반환에 성공한 조선시대 불화 ‘석가삼존도’. (사진제공=라이엇 게임즈)

 

라이엇 게임즈의 이 같은 지원으로 △조선 불화 ‘석가삼존도’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책봉 죽책 △중화궁인 △백자이동궁명사각호 △척암선생문집 책판 △조선왕실 유물 ‘보록’ 등 6종의 국외 문화재가 환수됐다. 구 총괄은 모든 문화재가 소중하고 환수 과정도 생생하게 떠오르지만 사업 전개 후 가장 처음 환수에 성공한 ‘석가삼존도’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회고했다.

구 총괄은 “미국 버지니아 주에 위치한 갤러리의 창고에 둘둘 말려서 천장에 매달려 있던 석가삼존도를 환수 후 2014년 1월 서울중앙박물관 서고에서 처음 접했을 때가 떠오른다. 3m가 넘는 그 어마어마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언제 환수가 가능할지 모르는데 수천만원, 수억원씩 미리 기부하고 기다려야 한다는 제 목소리에 회사도 동의하긴 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석가삼존도를 직접 만나면서 ‘민간기업이 함께 하는 환수란 이런 것이구나’하고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셨고 회사 내부적으로도 꾸준히 문화재 환수를 이어갈 힘이 많이 생겼다”며 “LoL 플레이어들께서도 ‘게임회사도 이렇게 좋은 일 한다. 나도 애국자다’ 등의 댓글을 남겨주셨는데 웬지 ‘게임이 문화’라는 명제를 크게 알린 거 같아 뿌듯했다”고 밝혔다.

문화재 환수 외에도 다양한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그 중에서 라이엇 게임즈가 매년 꾸준히 진행하는 사업이 바로 ‘문화유산 체험교육’이다. 구 총괄은 “‘현재의 문화유산은 미래의 후손들로부터 빌려와 보고 쓰는 것’이란 말이 있듯이 문화는 손에 손을 이어 그 가치가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에 따분한 시청각 교육을 탈피해 우리 문화유적지를 직접 방문해 과거 삶의 흔적을 배우고, 보다 즐겁게 체험하는 식으로 우리 청소년, 플레이어에게 역사 교실의 기회를 드리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6000명이 넘는 인원이 라이엇 게임즈의 지원 하에 우리 문화유적지를 방문하고 체험했다”며 “올해 확대 개편한 ‘티모 문화유산 원정대’는 인기가 높아 약 20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현장에 오신 분들의 만족도도 최상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활동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첨언했다.

 

올해 상반기 진행된 ‘티모 문화유산 원정대’. (사진제공=라이엇 게임즈)

 

문화재 지킴이는 기업의 사회적인 역할을 생각하며 진행하는 사업이기에 수익성과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매해 사회환원기금을 마련하고 기부를 이어가며 다양한 문화재 지킴이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사업 초반에는 LoL 챔피언 ‘아리’의 초기 6개월간 판매금 전액에 자사의 기부금을 추가해 사용하거나 ‘신바람 탈 샤코’ 등의 스킨 판매금을 기반해 기부금을 마련하는 경우도 있었다. 현재는 본사와 논의해 문화재 지킴이 활동을 위한 연단위 기부금을 회사 차원에서 승인받은 상태다.

구 총괄은 “제가 기획해서 시작한 문화재 지킴이 사업에 대해 라이엇 게임즈 본사를 비롯해 글로벌 오피스에서도 큰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고 있다”며 “대통령표창을 받은 것과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두 번의 사회공헌 우수기업상을 받았을 때도 프로젝트 리더로서 매우 뿌듯했다. 그 무엇보다 마음을 울린 것은 우리 게이머들의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라이엇 게임즈의 행보에 대해 오해 또는 억측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에 대해 구 총괄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라이엇 게임즈는 미국에서 설립됐으나 지난 2015년 중국의 최대 게임사 텐센트에 완전 인수된 바 있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우리 역사를 왜곡하는 ‘동북공정’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기에 이러한 활동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구 총괄은 “텐센트와 라이엇 게임즈는 경영 부분은 별개로 진행하고 있으며 문화재 지킴이와 관련해 논의를 하거나 피드백을 받은 경우도 없고 그런 부분을 요구받지도 않는다. 국외 문화재를 환수하면 바로 국가에 모두 기증하는 형태이기에 억측이 가능한 부분도 없다”며 “선의는 선의로 해석되길 바란다. 우리의 활동이 선한 영향력이 되어 사회에 더 번져 나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오는 12월에도 문화재청과 후원약정을 진행할 계획이라는 구 총괄. 그는 앞으로도 우리나라 게이머들의 시각에서 문화재 지킴이 사업을 열심히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구 총괄은 “회사 내에서 오너십을 주는 부분이 많은 만큼 스스로 고민하고 큰 시각에서 기획적인 시도를 많이 할 계획”이라며 “답을 찾는 과정에서 늘 우리 플레이어 여러분의 반응과 의견이 생각의 시작점이자 영감이 된다. 앞으로도 라이엇 게임즈에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준영 기자 pjy6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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