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현대차그룹 제공)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우리나라 수출액 1위 품목도 바꿔 놓을 기세다. 그룹을 대표하는 현대차와 기아가 상장사 기준 영업이익 ‘부동의 1위’였던 삼성전자를 넘어선데 이어 이번엔 수출액에서도 주력 제품인 자동차가 무서운 기세로 정상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의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역대 최대인 84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자동차 부품을 떼고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5%나 증가하는 성상세를 보였다. 올해 누적 수출액은 이미 지난해 연간 수출액을 넘어선 934억달러에 달하는 등 한국경제가 무역수지 적자 상황에서도 선전했다. 추격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던 수출액 1위 ‘반도체를 넘어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대목은 업계 전체의 사기를 북돋아 주고 있다. 실제 올해 반도체 수출액과는 20억달러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산업부는 “미국 중심으로 친환경차와 대형 SUV 등 고부가가치 차량 수출 덕분”이라며 “15개월 연속 감소한 반도체와 달리 자동차 수출은 17개월 연속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
수출이 본격화하고 있는 E-GMP 전기차 EV9. (기아 제공) |
정의선 회장은 이기세를 앞세우면 내년 미국에서 ‘빅3’에 오를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미국은 가장 경쟁이 치열한 곳이기도 하지만 현대차가 국내보다 많이 파는 유일한 곳이어서 정 회장이 특히 공들이는 시장 중 하나다. 정 회장은 지난해에만 미국을 6차례 방문하는 등 해외 출장도 미국으로 가장 많이 간다. 올해도 수차례 미국을 방문하며 현지 관계자들과 내년 미국 판매 전략을 논의했다.
올 1~10월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은 65만5952대로 국내 판매량 62만784대보다 많다.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 등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2년 연속 판매량 5위를 기록하고 있다. 1위는 지엠, 2위는 일본의 토요타, 3위와 4위는 포드와 스텔란티스다. 미국에 50억달러 투자를 약속한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우리나라에서 환담을 갖고 “미국 기업과 로보틱스, 도심항공,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최신 차의 ‘테스트베드’로 평가되는 시장”이라며 “현대차의 경우 5위권에 묶인 판매량 순위를 끌어 올려야 세계 최정상 완성차들과 경쟁할 수 있게 된다”고 분석했다.
천원기 기자 10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