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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만 하면 ‘골골’, 엄살 아닌 질병 … 두드러기에 호흡곤란까지

아나필락시스 10% 운동이 원인, 저혈압·쇼크 초래 … 천식 심하면 수영 적합

입력 2017-02-2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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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천식 증상이 있는 환자는 운동 10~15분 전 기관지확장제를 흡입하고, 운동 중 호흡곤란이 느껴질 때 추가로 흡입해준다.

평소 천식 증상이 있는 환자는 운동 10~15분 전 기관지확장제를 흡입하고, 운동 중 호흡곤란이 느껴질 때 추가로 흡입해준다. 꾸준한 운동은 건강관리를 위한 필수 요소이지만 유독 운동만 하면 몸 상태가 나빠지는 사람이 종종 있다. 운동 시작 후 몇 분도 채 되지 않아 천식 환자처럼 기침을 심하게 하거나, 없던 두통이 갑자기 생기거나, 온 몸에 붉은 두드러기가 생긴다. 이런 증상이 반복되면 점차 운동하기가 망설여지고 약간의 이상증세만 나타나도 큰 질병이 아닌지 걱정하는 건강염려증이 도지기도 한다. 운동 중 이상증세가 자주 발생하는 사람은 원인이 무엇인지, 어떤 운동을 할 때 위험한 지 알아둬야 응급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다.


운동 중 발생하는 이상반응 중 가장 위험한 게 알레르기성 쇼크의 일종인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로 운동시작 후 20분 이내에 전신에 두드러기 등이 나타난다. 초기 증상으로 피로감·가려움·두드러기·홍조 등이 발생한 뒤 입술이나 눈주위가 붓거나, 호흡곤란·쌕쌕거림·복통·구토·오심 등이 동반된다. 심하면 혈압이 떨어지면서 뇌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 두통과 어지럼증이 느껴지고 정신을 잃는 쇼크 상태에 빠지거나, 자신도 모르게 대소변을 보는 경우도 있다. 전체 아나필락시스 환자의 5~10%가 운동 중 이런 증상을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달리기나 축구 등 격한 운동이 아닌 단순히 걷기만 해도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평소 밀가루 음식 등을 자주 먹는 사람은 운동 중 이런 증상을 겪을 확률이 가장 높다. 아나필락시스는 사실 운동보다 식품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피자·햄버거·칼국수 등 밀가루 음식, 땅콩, 메밀, 새우·가재 등 갑각류가 원인 음식으로 꼽힌다.

신윤호 차의과학대 강남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요즘 아나필락시스 환자는 의외로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며 “식품이나 약물을 먹었을 때 갑자기 두드러기, 기침, 쌕쌕거림, 호흡곤란, 어지러움이 있거나, 특히 어린이의 경우 특정 음식을 섭취한 후 운동 중이나 후에 두드러기와 같은 피부 증상이 있거나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있으면 정밀검사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들 음식을 섭취하고 2~4시간 뒤 운동하면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고 해서 ‘식품의존성 운동유발성 아나필락시스(food dependent exercise induced anaphylaxis)’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번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한 환자는 재발 가능성이 있어 알레르기 전문의에게 진료받고 응급시 사용할 휴대용 에피네프린 등을 소지하는 게 좋다. 또 운동 전엔 원인물질로 의심되는 음식물의 섭취를 삼가야 한다.


천식도 운동 중 발생하거나 심해질 수 있는 질환 중 하나다. 정상인은 운동하면 기관지튜브가 넓어져 폐로 유입되는 공기의 흐름이 원활해진다. 하지만 10%가량은 운동 후 오히려 기관지튜브가 좁아져 천식 증상이 발생하는 ‘운동유발성 천식(exercise-induced asthma)’을 겪을 수 있다. 이 질환은 심한 운동을 한 뒤 기도가 수축돼 호흡곤란, 기침 등 천식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기존 천식 환자의 70%가량에서 발생한다. 성인보다 신체활동이 왕성한 소아 청소년에서 흔히 나타난다.


운동 종료 10~15분 뒤 호흡곤란이 가장 심해지고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는 천명이 동반된다. 춥거나 건조한 날씨에 격렬하게 운동할 경우 천식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운동 중 땀을 잘 흘리지 않거나, 남보다 눈물이 적은 사람은 기도내 수분이 지나치게 적어 운동 중 천식 증상이 생기기 쉽다.


경기 시간이 긴 크로스컨트리나 마라톤, 짧은 시간에 호흡량이 많은 축구나 농구, 차고 건조한 날씨에 운동량이 많은 겨울스포츠 등은 천식 위험이 높은 종목이다.
특히 달리기나 자전거타기 등 격렬한 유산소운동은 천식과 상극이다. 평상시 코로 호흡할 땐 공기가 비강을 통과하면서 온도가 높아지고 습기를 머금게 된다. 하지만 유산소운동을 할 땐 평소보다 많은 공기를 마시기 위해 입으로 호흡하면서 차고 건조한 공기가 직접 기관지에 들어가 천식을 악화시킬 수 있다.


미국 알레르기·천식·면역학회는 운동유발성 천식 환자에게 실내 온수풀에서의 수영을 권고한다. 실내 수영장은 바깥보다 따뜻하고 습기가 많아 기관지자극이 덜하다. 수영을 통해 효과적인 호흡법을 체득할 수 있고, 물속에선 중력의 영향을 덜 받는 만큼 호흡이 수월해진다. 다만 수영장에서 락스냄새가 심하면 천식이 되레 악화될 수 있다.


천식 환자는 운동 10~15분 전 기관지확장제를 흡입하고, 운동 중 호흡곤란이 느껴질 때 추가로 흡입해준다. 충분한 준비운동은 기도수축을 줄일 수 있는 비약물적인 방법이다. 운동 중엔 코로 숨을 쉬는 게 바람직하므로 비염 환자는 미리 코막힘 증상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다.


오랜만에 운동을 즐기다 갑자기 두통이 심해지기도 한다. 운동유발성 두통은 대부분 운동을 시작하자마자 나타나고, 간혹 운동이 끝난 뒤 발생하기도 한다. 운동 중 머리를 두 손으로 감쌀 정도로 두통이 심하지만 오래 지속되진 않는다. 일반적으로 머리 앞쪽에서 통증을 느끼며, 드물게 후두부가 아파오기도 한다.
운동 종류에 따른 발병 빈도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벤치프레스 등 무거운 기구를 들거나, 사지를 쭉 펴는 스트레칭 동작이 많은 운동에서 두통이 자주 나타난다.


주요 원인으로는 삼차신경 자극이 지목된다. 통증을 느끼는 데 영향을 미치는 삼차신경은 혈관, 머리 주변 근육, 뇌를 둘러싸 보호하는 섬유조직인 경막 등에 분포한다. 무거운 역기를 들어 혈류량이 갑자기 증가하거나, 목 부분을 스트레칭하는 과정에서 경막이 당겨지면 삼차신경이 자극돼 두통을 느끼게 된다. 또 머리 부분에 외상을 입으면 운동 중 두통이 나타날 확률이 높다.
이밖에 운동으로 인한 과호흡, 혈중 탄산 농도가 저하되는 저탄산증, 저마그네슘혈증 등이 혈관을 수축시켜 두통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운동유발성 두통은 마비, 의식소실, 치명적인 뇌질환 등을 초래하진 않는다. 하지만 오심이나 구토가 자주 동반되거나, 약물치료에 전혀 반응하지 않거나, 아주 가벼운 일상활동에도 두통이 발생할 땐 정밀검사로 뇌질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뇌 속 기형혈관이 터지는 지주막하출혈은 운동유발성 두통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고, 급격한 신체활동에 의해 발생할 수 있어 두통이 심할 땐 컴퓨터단층촬영(CT) 등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이혜란 교수는 “의학적으로 문제 없는데 운동할 때마다 천식 등 부작용이 나타나는 사람은 운동 종류를 바꿔보는 게 좋다”며 “운동 중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심호흡을 자주 쉬어주는 것도 부작용을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밖에 운동 중 가슴이 답답하고 꼭 죄는 느낌이 들거나, 너무 숨이 차거나 호흡이 곤란한 증상이 자주 나타나거나, 메스꺼운 느낌이 들거나, 근육이 마비되면서 팔·다리가 말을 듣지 않거나, 넘어진 뒤 심한 통증이 사라지지 않거나, 운동 후 3일이 지나도 다친 부위가 아플 땐 병원에 가보는 게 바람직하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1616@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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