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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은 채식도 과유불급, 비타민B·철분·캅슘 부족

어린이 성장장애, 고령층 면역력 저하 유발 … 브로콜리·해조류·통곡물 섭취 핵심

입력 2017-06-04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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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B12, 철분, 칼슘, 필수아미노산, 엽산, 비타민D 등은 채식 위주의 식단을 유지할 경우 결핍되기 쉬운 영양소다.

육류 섭취 비율과 칼로리·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서구 식습관이 비만, 성인병 등 각종 만성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고기보다 채소를 주식으로 하는 채식주의 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채식연합 등에 따르면 국내 채식주의자 규모는 전체 인구의 약 2%, 100만~15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채식은 육류나 유제품을 먹지 않고 채소, 곡물, 과일, 견과류만을 먹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 체중감량이나 건강관리를 목적으로 실천하며 최근엔 동물복지 차원에서 동참하는 이가 늘고 있다. 특히 어릴 적부터 반려동물과 밀접한 관계를 가져온 젊은 부부들은 “비인도적 환경에서 길러지고 도축된 동물의 고기를 아이에게 먹일 수 없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채식을 고집하기도 한다.
균형 잡힌 채식은 건강에 유익하지만 어린 아이나 고령층의 경우 영양 불균형 탓에 성장장애 또는 면역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고, 잘못된 채식을 고집하다간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채식주의는 단순히 고기를 먹지 않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크게 7종류로 나뉜다. 완전 채식주의를 의미하는 ‘비건 채식’, 고기와 동물의 알은 먹지 않지만 유제품은 섭취하는 ‘락토 채식’, 유제품은 먹지 않지만 동물의 알은 먹는 ‘오보 채식’, 유제품과 동물의 알은 먹는 ‘락토오보 채식’, 유제품과 동물알에 생선 섭취까지 허용하는 ‘페스코 채식’, 유제품·알류·조류·어류는 먹지만 붉은 살코기만 금하는 ‘폴로 채식’, 평소에는 비건이지만 상황에 따라 육식을 먹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국제채식연맹(IVU)이 추산한 전세계 채식 인구는 1억8000명, 이중 고기와 유제품 달걀 등을 포함한 모든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는 비건 채식 인구는 30% 정도다. 채식주의자가 가장 많은 국가는 인도로 전세계 채식주의자의 70%를 차지한다. 유럽에선 독일이 가장 많고 전체 인구의 10% 정도(800만)가 채식주의 식단을 유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항산화물질, 식이섬유, 마그네슘, 무기질 함량이 높은 채식 식단은 혈관 속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를 낮춰 심혈관계질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된다. 채소류에 풍부한 칼륨은 나트륨 흡수를 막아 혈압을 낮춰준다. 장내 유익한 세균의 생존율을 높여 소화기가 약한 사람에게 좋고 변비 예방 및 다이어트 효과도 볼 수 있다. 미국 하버드대의 연구결과 동물성 식품이 적은 채식 기반 식사를 한 사람은 당뇨병 위험이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극단적인 채식은 영양 불균형을 일으켜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채소는 육류와 같은 양의 영양소가 있더라도 체내 흡수율이 낮아 필수 영양소가 결핍되기 쉽다. 채식으로 결핍되기 쉬운 영양소는 비타민B12, 철분과 칼슘, 필수아미노산, 엽산, 비타민D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비타민B12는 동물성식품에서만 얻을 수 있는 영양물질로 DNA와 적혈구를 생성한다. 성장기 어린이에서 결핍되면 빈혈이나 발육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임신부가 채식을 고집하면 태아의 뇌세포 발달에 문제가 생기고 철분이 부족해 빈혈이 올 수 있다.
보건 전문가인 메리암 빈켈 교수는 “비건채식(완전채식)을 하는 아이일수록 비타민B12 결핍 위험이 높고, 비건채식하는 어머니가 2~12개월된 아기에게 모유수유를 하면 아이에서 비타민B12 결핍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백질과 칼슘도 부족해지기 쉽다. 비건채식을 하는 부모가 아이에게 우유 대신 먹이는 아몬드브리즈 등 대체식품은 단백질과 칼슘을 충분히 공급해주지 못한다. 이 때문에 칼슘이 다량 함유된 멸치, 다시마, 미역 등 해조류와 필수아미노산과 아연이 많은 견과류 섭취를 늘려주는 게 좋다. 하루 30분 이상 햇빛을 쫴 비타민D 합성을 촉진하는 것도 도움된다.


억지로 채식주의를 고집하다가는 스트레스가 가중돼 갑자기 고열량 음식을 폭식하는 음식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음식중독은 배가 부를 때까지 음식을 먹었음에도 계속 먹고 싶은 욕구가 생겨 평소보다 과한 양의 음식을 섭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선미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다이어트·직장생활·인간관계 등으로 과도한 스트레스, 불안감, 초조함을 겪으면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농도가 낮아지면서 고지방, 고열량, 고염분 음식을 찾게 된다”라며 “이런 음식을 먹어도 금세 우울해져 또다른 폭식을 부르게 되고 비만이나 섭식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이어트와 건강을 위해 시작한 채식주의가 되게 건강에 역효과를 끼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셈이다.


채식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탄수화물은 현미밥 등 잡곡 위주로 식단을 구성하도록 한다. 현미 등 도정하지 않은 곡물은 미네랄, 섬유질, 비타민 등이 풍부하다. 반면 밀가루 등 정제 탄수화물은 혈당 수치를 급격히 높여 비만과 성인병을 초래할 수 있다. 즉 정제된 곡물 섭취는 진정한 의미의 채식주의에 해당되지 않는다.


충분한 단백질 섭취는 채식 위주 식단에서 가장 중요하다. 콩류와 퀴노아는 충분한 단백질과 아미노산을 공급해 다이어트에 도움된다. 퀴노아는 고대 잉카제국에서 감자·옥수수와 함께 3대 작물로 재배된 명아줏과 식물로 일반 요리 레시피에 첨가해 먹으면 효과가 배가된다.
브로콜리는 한 컵에 식이섬유와 단백질이 각각 2.5g씩 들어있으며 식물성 생리활성물질인 파이토뉴트리언트, 면역력에 도움되는 비타민C도 풍부하다. 이들 영양소를 제대로 섭취하려면 조리 시 음식물이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삶거나 으깨는 것을 피해야 한다.


달걀노른자, 간, 굴, 조개 등은 철분이 함량이 많아 채식 위주의 식단에 첨가해주는 게 좋다. 감귤류와 딸기에 함유된 비타민C는 철분의 체내 흡수를 촉진한다. 커피, 녹차, 홍차 등에 함유된 타닌은 철분 흡수를 방해하므로 식사 전후 2시간 이내에는 섭취를 삼가는 게 좋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1616@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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