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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제12회 국제다큐영화제, 이번엔 일상 그리고 소통이다

입력 2015-08-04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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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5 포스터
제12회 EBS국제다큐영화제가 24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사진제공=EIDF사무국)

다큐멘터리와 일상. 어울리는 듯 이질감이 느껴지는 테마를 버무린 국제다큐영화제가 열린다.

 

EBS에서 매년 개최하는 국제다큐영화제(이하 EIDF)가 12회 슬로건을 ‘세상과 통하다’로 정하고 24일 막을 올린다. 이에 EBS는 4일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EIDF 설명회를 개최했다. 


설명회에서 EIDF의 조직위원장인 신용섭 EBS 사장은 “세상을 보는 창문인 다큐멘터리를 통해 다양한 가치관 공존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며 “파편화되는 현대사회에서 공동체적 미덕,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다큐멘터리가 큰 힘 될 거라 믿는다”고 설명했다.

◇12회 EIDF 키워드, 일상과 미학적 실험

‘세상과 통하다’라는 슬로건 아래 이번 영화제가 주목한 키워드는 일상성과 미학적 실험이다. 영화제가 ‘일상’에 주목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심화되는 고령화와 노인문제, 여성문제 등을 다룬 다큐멘터리영화가 다수 포진했다.

임철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지난해까지 다큐영화는 중동에 집중했다. 그 기조는 여전히 유지 중이지만 눈에 띄게 개인의 일상, 노인, 여성 등의 문제를 제기해 보편적 가치와 메시지를 담아내려는 작품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임 국장은 페스티벌초이스에 출품된 한국영화 ‘몽테뉴와 함께 춤을’(감독 이은지)과 ‘아고라: 민주주의에서 시장으로’(감독 요르고스 아브게로폴로스), 칠레의 ‘티타임’(감독 마이테 알베르디) 등을 추천했다.

‘몽테뉴와 함께 춤을’은 영화감독 지망생 딸과 불문학자 어머니의 파리여행기로 삶과 죽음, 여행과 그 위에 표류하는 슬픔에 대한 이야기다. ‘아고라: 민주주의에서 시장으로’는 국가경제 파탄을 맞은 그리스의 사회 혼란, 민주주의 파괴 등 적나라한 사회적 이슈를 담고 있다. ‘티타임’은 샛별처럼 등장한 여성감독의 작품으로 절제된 영상미의 수작이다. 

 

EIDF
EBS는 EIDF 설명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맹수진 프로그래머, 류현위 집행위원장, 신용섭 사장, 임철 사무국장(사진제공=EIDF사무국)

 

맹수진 프로그래머는 “노령화, 노인, 여성 문제 등 ‘일상’은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이 세계시민으로서 시각 넓히기 좋은 장르가 다큐멘터리”라며 정실과 후처가 여생을 함께 하는 ‘춘희막이’, 전세계 화제작 ‘힙합어르신, 라스베이거스에 가다’(Hip Hop-eration), 세계적으로 여성인권문제를 제기했던 사건을 바탕으로 한 ‘인도의 딸: 그날 버스에서 있었던 일’(India’s Daughter)을 추천했다.

또 다른 키워드는 ‘미학적 실험’이다. 맹수진 프로그래머는 “전통적인 다큐멘터리의 틀을 깨고 장르간, 매체간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 전세계 다큐멘터리의 경향”이라며 “판타지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의 결합, 웹을 기반으로 한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다큐 등을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애니메이티드 다큐멘터리 ‘홀로코스트의 아이들’, 하이브리드 다큐 ‘퀸 오브 사일런스’, ‘이 티셔츠를 어떡하지?’ 등이 이에 속한다.


◇흥미로운 대조 그리고 아시아의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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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대조가 돋보이는 ‘말해줘, 무싸’(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와 ‘퀸 오브 사일런스’, ‘쿠바의 세 발레리나’와 ‘발레 보이’.(사진제공=EIDF사무국)

 

이 키워드들로 ‘본의 아닌’ 흥미로운 대조도 눈에 띈다. 90세 은퇴 발레리나, 전성기의 프리마돈나, 이제 막 출발선에 선 어린 연습생 등의 이야기를 다룬 ‘쿠바의 세 발레리나’와 발레리노를 꿈꾸는 세 소년의 ‘발레 보이’는 같은 소재를 다르게 풀어가는 작품들이다.

청각장애인 소녀가 인기인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은 ‘퀸 오브 사일런스’와 말을 할 수 있는데도 입을 떼지 않은 소년의 ‘말해 줘, 무싸’ 등 역시 반대편에 서 있는 듯하지만 같은 정서를 공유한다.

11회까지의 행사와 차별점은 아시아, 기술 발전에 의한 삶의 변화, 어린이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영화제는 다큐멘터리 산업은 물론 전세계 전분야에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국, 일본, 터키 등 아시아 시장에 눈길을 돌렸다. ‘문화도시’로서 옛 명성을 되찾으려는 시장과 주민들의 갈등을 다룬 ‘다퉁(大同) 개발 프로젝트’, ‘터키 시네마: 리메이크에서 포르노까지’ 등이 눈에 띈다.


◇TV·극장·온라인·모바일, 콘텐츠 소비 변화에 발맞춘 전변 확대

스톡홀름 씨의 좋은 날
개막작은 덴마크 농부의 농업철학과 세상과의 소통법을 담은 ‘스톡홀롬씨의 좋은 날’이다.(사진제공=EIDF사무국)

 

EIDF는 출품작을 TV와 극장에서 동시에 볼 수 있는 유일한 영화제다. 24일부터 30일까지의 영화제 기간 동안 EBS채널을 통해 매일 10시간씩 출품작이 방영되고 극장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이번 영화제는 유일한 경쟁부문인 ‘페스티벌 초이스’, ‘월드쇼케이스’, ‘아시아의 오늘’, ‘미래를 향한 창’ 등 8개 섹션에 32개국 52편을 상영한다. 이 중 저작권 및 방송심의 문제로 방송이 불가능해진 6편을 제외한 46편을 TV로도 볼 수 있다.

이에 덧붙여 올해는 지난해 선보인 온라인 VOD 플랫폼 ‘D-Box’(www.eidf.co.kr/dbox)를 모바일에 최적화해 사용 통로를 넓혔다. 지나치게 매체를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류현위 집행위원장은 “EIDF에 기대는 건 저변확대다. 소수가 즐기는 다큐 현실에서 1년에 한편 보는 사람에게 1.5편 보게 하는 게 고수돼야할 EIDF 고유의 정체성”이라며 “언제 어디서나 영화 얘기하는 즐거운 잔치의 기억, 이 소중한 부분을 공유해야한다. 매체 기반, 공간적 베이스가 없어서 그 소중한 기회 제공 안되는 건 보완돼야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개막작은 닐스 스톡홀롬이라는 덴마크 농부 이야기 ‘스톡홀롬씨의 좋은 날’이다. 전세계 최고급 식당에 농산물 공급계약을 맺은 그의 자연친화적 유기농법에 담긴 농업철학, 세상과의 소통 방식 등이 흥미롭다. 개막작 외에 눈에 띄는 작품은 ‘시티즌포’로 2015년 아카데미 최우수 다큐멘터리 수상작이다.

영화 상영 뿐 아니라 다양한 부대 행사도 마련된다. 서울역사박물과 야외광장에 펼쳐질 ‘EIDF 페스티벌 플라자’, 경희궁 숭정전 등에서 야외상영 및 다양한 관객체험 행사가 진행된다. 경희궁에서 야외상영되는 작품은 ‘50번의 콘서트’로 네덜란드 콘세르트헤보 관현악단 125주년을 기념하는 50번의 콘서트 여정을 따른다.

심사위원은 암스테르담다큐멘터리영화제(IDFA) 집행위원장인 앨리 덕스, 아시아영화진흥기구 부위원장 필립 치아, 상하이미디어그룹의 간 차오 부사장, EBS 정재응 PD, 런던필름스쿨 디렉터 제인 로스코다. 이 중 간 차오 부사장은 제1회 EIDF 수상작 감독으로 12회에는 마스터피스가 마련된다.

한편 이번 영화제의 상영관은 광화문 일대와 신촌, 강남 EBS본사 등으로 산재해 있다. 이에 대해 임철 사무국장은 “캐나다 핫닥스(Hot Docs)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가장 부러웠던 건 2000석 규모의 전용극장이다. 1년 내내 다큐멘터리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다”고 전하며 점진적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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