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영화연극

[비바100] 꼭 닮았지만 또 다른 18년 지기 단짝친구, ‘마마돈크라이’ 최재웅·김재범

[Pair Play 인터뷰] '마마돈크라이' 프로페서 브이 최재웅과 드라큘라 김재범

입력 2016-06-08 07:00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chlwodndrlawoqja
“많이 자제하고 있어요.”

어쩌면 기우였는지도 모른다. 이미 탄탄한 틀 안에서 고민한 흔적이 역력한 최재웅과 김재범의 무대는 꽤 견고한 ‘마마돈크라이’(8월 28일까지 유니플렉스 2관, 이하 마돈크) 그 자체였고 또 꽤 달랐다. 더불어 18년 지기 단짝 친구의 호흡은 공연에 또 다른 재미를 불어넣었다.

‘깨방정’의 달인처럼 무대 위를 종횡무진 누비는 프로페서V(이하 브이)의 최재웅과 드라큘라 백작 김재범은 스무살에 만나 지금까지 한길을 걸어온 단짝친구다. 두 사람은 ‘마돈크’ 무대에 대해 “둘이 놀 때에 비하면 반 이상 자제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마돈크’는 천재 물리학자 브이와 영겁의 세월을 살아온 드라큘라 백작이 꾸리는 2인극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드라큘라를 만난 브이의 선택과 삶을 좇는 심리극으로 2010년 초연해 네 번째 시즌을 맞았다.


◇다름을 인정하는 18년 지기 절친, 한 무대에 서다

chlwodnd
뮤지컬 ‘마마돈크라이’ 프로페서 V 역의 최재웅.(사진=양윤모 기자)

 

“한 세번쯤?”

18년 지기 최재웅과 김재범이 한 무대에 오른 건 ‘마돈크’가 세 번째다. 20주년을 맞은 연극 ‘날 보러 와요’의 조 형사와 용의자로, ‘올모스트메인’ 게스트로 한 무대에 오른 데 이어 뮤지컬 ‘마돈크’에 브이와 드라큘라로 새로 합류하면서 이번이 세 번째다.

18년 동안 한 무대에 선 건 고작 세번, 그런데 이상하게 이들이 함께 있는 풍경은 낯익고 자연스럽다. ‘마돈크’ 무대에서 브이가 드라큘라를 처음 만나 외치는 “이상하게 친숙하네”라는 애드리브도 괜한 것이 아니다. 

 

스무살 대학 새내기 때 만나 수백번의 신 발표를 함께 했고 같은 역할(트럼펫 연주자)에 더블캐스팅됐던 전작 ‘오케피’까지 그들도, 그들을 지켜보는 이들도 ‘함께’가 너무 당연하다.
 

뮤지컬배우 김재범 인터뷰16
뮤지컬 ‘마마돈크라이’ 드라큘라 백작 역의 김재범.(사진=양윤모 기자)

 

“공연할 때는 어쩔 수 없으니 집중해서 하는데 처음 연습할 때는 엄청 민망했어요.” 

 

최재웅의 말대로 속속들이 아는 친구들이 연기를 위해 한 공간에 있는 건 곤욕이었다. 오롯이 두 사람이 이끌어 가는 2인극인데다 드라큘라 역의 김재범은 시종일관 멋있어야 하고 브이 역의 최재웅은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며 지질했다 슬펐다 ‘깨방정’을 떨어야 한다.

“저는 드라큘라라서 멋있는 척을 해야 하고 얘(최재웅)는 지질한 척하고…그게 서로 민망한 거죠.”

평소에는 둘이 브이처럼 노는데 폼을 잡으려니 자신이 더 민망하다는 김재범의 말에 최재웅이 머리를 크게도 주억거린다.


◇무대 오르기 전까지 떠 있던 물음표, 열띤 고민으로 각개전투

Untitled-4
브이 역의 송용진·허규·박영수·김호영·강영석, 뱀파이어 역의 고영빈·임병근·이충주·이창엽 중 사진들의 신체조건이 가장 안좋다는 최재웅과 김재범.(사진=양윤모 기자)

 

“‘마돈크’ 뿐 아니라 기존 작품에 새로 들어가면 늘 그래요. 고민이 많아지죠.”

최재웅의 말처럼 이미 견고한 틀이 짜여진 작품에 새로 투입된다는 건 배우로서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일군의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는, 재관람율이 80%를 육박하는 ‘마돈크’에 합류하는 건 배우에게도 관객에게도 부담이고 불편함일 수 있다.
 

뮤지컬배우 최재웅9
장면 하나하나를 분해하고서야 자신의 이야기 같아 “슬펐다”는 최재웅.(사진=양윤모 기자)

“저희 신체조건이 가장 안좋아요.” 


브이 역의 송용진·허규·박영수·김호영·강영석, 뱀파이어 역의 고영빈·임병근·이충주·이창엽, 최재웅과 김재범이 유일한 새내기 페어다.

 

최재웅의 고해성사(?)와도 같은 ‘신체조건이 가장 안좋은’ 그리고 김재범이 여러 군데서 들었다는 “그 얼굴로 드라큘라를?”이라는 비아냥까지. 온통 백지였던 이들은 본 공연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물음표가 떠 있었어요. 연습 내내. 왜 이런 행동들을 하는지…저는 아무리 봐도 모르겠더라고요.”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두 사람은 같은 고민을 토로했다. 장면과 장면 사이의 연결이 어려워 풀지 못한 숙제와도 같았던 부분을 최재웅은 무대에 올라 장면들을 분해하면서, 김재범은 넘버의 가사들에 맞춘 자신만의 소설을 완성하면서 해소했다.

“너무 슬펐어요. 프리뷰 공연까지도 이해가 안가던 극이 본공연을 시작하면서 슬퍼지기 시작했어요. 작품 전체를 볼 때는 안그랬는데 장면을 하나하나 빼보니까 슬프더라고요. 철학적이고 성장기처럼 느껴지기도 하고…마치 제 얘기 같았죠.”

최재웅은 어릴 때 우는 엄마에 이유도 모르고 울먹이던 기억이나 첫사랑 누나, 소개팅 등의 경험을 떠올리면서 브이를 이해했다. 김재범은 “너무 구구절절해 짧은 시간에 설명도 할 수 없다”는 자신만의 드라큘라 소설을 만들었다.

뮤지컬배우 김재범 인터뷰23
넘버의 가사에 맞춰 드라큘라 스토리를 만들었다는 김재범.(사진=양윤모 기자)
“드라큘라는 설명이 없어요. 굉장히 불친절하지만 그래서 해석의 여지가 많았죠. 그 해석을 혼자 하고 넘버의 가사에 맞춰 스토리를 만들었어요. 제가 무대에서 하는 대사나 노래, 연기가 대본에 써 있어서 그냥 하는 건 아니어야 하잖아요. 관객들에게 ‘저는 이렇게 해석했으니 알아주세요’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에요. 저 스스로가 이해하고 싶었던 거죠.”

그렇게 스스로를 이해시킨 후에야 김재범만의 드라큘라가 탄생했다. 피나는 각개전투 끝에 김재범과 최재웅은 관객들에게 보여주진 못하지만 자신만의 사연과 감정이 담긴 스토리로 색다른 ‘마돈크’를 만들어냈다.

“다른 배우들은 지금까지 해온 것들이 있잖아요. 새로 들어온 저희는 더 많은 고민으로 공백을 채우려 최선을 다해야했죠. 저희 목표는 하나였어요. 전체적으로 같은 틀 안에서 우리들만의 스타일로 표현해서 설득시키는 거죠.”

그들의 고민은 하나, 그래야 한다는 견고한 인식을 이해하고 그 속에 자신들만의 색을 입히는 것이었다. 기존의 것과 자신들만의 것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했던 그들만의 차별점은 결국 최재웅, 김재범 그 자체였다.

“사람이 다르잖아요. 저는 지금 재범이랑 만들어놓은 ‘마돈크’가 만족스러워요.”


◇부러운 서로의 뻔뻔함, 이상한 믿음 “알아서 잘 하겠죠!”

뮤지컬배우 김재범 인터뷰9
못할 것처럼 하다가도 무대에는 또 안부끄러운 듯 뻔뻔하게 잘한다는 김재범.(사진=양윤모 기자)

 

“알아서 잘 하겠죠.”

같이는 있어도 그다지 진지한 대화를 나누지는 않는다는 두 사람 사이에는 이상한 믿음이 존재한다. 서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알아서 잘 하겠죠”다.

“둘 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 입을 모은 두 사람이 서로에게 부러운 것 역시 서로의 ‘뻔뻔함’이다.

“재범이는 못할 것처럼 그러다가도 무대에 올라가면 또 안부끄러운 듯 뻔뻔하게 잘해요. 어떻게 그렇게 뻔뻔하게 잘 할 수 있는지….” 

 

뮤지컬배우 최재웅5
무대 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나 최재웅이야’라는 듯한 최재웅.(사진=양윤모 기자)

 

“재웅이는요 ‘나 최재웅이야’ 이런 뻔뻔함이 있어요. 무대 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참 뻔뻔한데 밉지가 않아요. 안좋은 에너지의 뻔뻔함이 아니라 이게 그냥 최재웅이구나 하는 그런 느낌이요. 귀엽기도 하고 매력적이죠. 두 사람의 뻔뻔함이 좀 다른가 봐요.”

“서로 배워서 완벽하게 뻔뻔한 페어가 되는 걸로!”

그렇게 완벽해질 뻔뻔함과 서로에 대한 이상한 믿음으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최재웅·김재범은 또 그만큼 닮아간다. 그렇게 둘만의 우정과 ‘마돈크’는 또 무르익는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