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영화연극

[B사이드] 주거니 받거니, 티격태격 ‘에드거 앨런 포’의 윤형렬·정상윤 “초심 잃지 말고 한결같이!”

입력 2018-01-24 19:00 | 신문게재 2018-01-24 11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배우 윤형렬.정상윤  인터뷰5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의 윤형렬(왼쪽)과 정상윤(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만날 구박하고 욕하고 때리고…현실에서 그렇게 하니까 무대에서 실감나게 나오죠.”

동생의 도발(?)에 형이 “농담인 거 아시죠?”라며 분장실 구석을 가리킨다. “저 원래 분장실에서 자리가 저기예요. 쭈그러져 있어요”라는 형의 주거니에 “이젠 막 상황극을 하시네”라는 동생의 받거니.

“사람이 좀 능글맞잖아요. 사람들 앞에선 천사고 뒤에서는 다른 모습 보이고 앞뒤 다른 그리스월드랑 싱크로율이 좋아요. 그냥 형 자체예요. 가끔은 형을 보고 있는 건지 그리스월드를 보고 있는 건지…기자님 나가시면 또 무슨 일 생길지 몰라요”라는 동생의 주거니.

“옛날에 얘 별명이 100원이었어요. 앞뒤가 다르다고”라는 형의 받거니에 “오늘 처음 듣는 얘기네?” 일갈(?)에 가까운 동생의 주거니…물꼬를 튼 ‘주거니 받거니’는 말릴 새도 없이 100원짜리 동전에까지 이른다.

극 중 인물들처럼 살벌하거나 일방적이진 않지만 틈만 나면 사이좋은 형제마냥 티격태격하는 이들은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2월 4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의 포 윤형렬과 그리스월드 정상윤이다.


◇살갑게도 툭툭거리는 형 정상윤과 동생 윤형렬
 

Untitled-dddddd1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의 윤형렬(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사람이 하는 작업이다 보니 장난도 많이 치고 술도 마시고 하면서 되게 친해졌어요. 그러면서 또 다른 장점들이 보이고 마음이 전해지고 그래요. 형이랑 있으면 재밌어요.”

언제 그렇게 티격태격했나 싶게 형에 대한 애정을 풀어놓는 동생 윤형렬에 정상윤은 그리스월드의 어쩌면 질투일지도 모를 감정에 대해 설명하며 ‘칭찬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싶게 답례한다.

“(윤)형렬이가 잘 생기고 목소리도 멋있고 음역대도 높다고 해서 얠 죽여야겠다 하지는 않잖아요.”

천재 문학가 에드거 앨런 포(김수용·윤형렬·이창섭·정동하, 이하 가나다 순)의 일생을 담은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의 2016년 초연에서는 그리스월드로 분했던 윤형렬과 정상윤은 재연에서 포와 그리스월드로 한 무대에 섰다.

시대가 만들어낸 짐승 같은 ‘아리랑’의 양치성, 예수를 배신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유다, 모차르트를 무시하고 견제하는 ‘모차르트’의 콜로레도 대교주(이상 윤형렬), 다리를 절게 된 트라우마와 권력에 대한 욕망이 들끓었던 ‘나폴레옹’의 탈레랑, 천재 모차르트를 질투하면서도 동경하는 ‘살리에르’의 살리에리(이상 정상윤) 등 사연 있는 악역을 주로 연기했던 두 사람이 한 무대에서 호흡을 맞추는 것은 2015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레트 버틀러와 애슐리 윌크스 이후 2년 만이다.


◇결 다른 돌아이? 정상윤의 ‘에드거 앨런 포’ 그리스월드와 ‘오! 캐롤’의 델 모나코

배우 정상윤 인터뷰15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의 정상윤(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나폴레옹’을 보러 갔는데 탈레랑이 등장할 때부터 ‘역시 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관객들과 가장 가까이 있고, 가장 인기 많은 캐릭터에 딱이죠.”

극의 화자(話者)이자 이야기를 이끄는 스토리텔러로 제격이라는 윤형렬의 말에 정상윤은 “저는 행복하다”며 “사연이 필요하거나 전사가 중요한 캐릭터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그리스월드는 후자 같다”고 털어놓았다.

“시대의 파수꾼이고 정의의 사도로 충실하면 되거든요. 반면 ‘나폴레옹’의 탈레랑은 과거에 어떻게 살아왔는지, 왜 나쁜 짓을 할 수밖에 없는지가 매우 중요한 캐릭터죠. 다리를 저는 데 대한 트라우마가 있고 끝까지 나폴레옹 옆에 있고 싶었는데 잊혀지고 굉장히 굴곡이 많은 사람이었죠. 바스라질 수도 있는 약한 캐릭터인데 살기 위해 타협하는 사람이요.”

정상윤은 ‘나폴레옹’ 폐막 후 한동안 닐 세다카의 히트곡으로 꾸린 뮤지컬 ‘오! 캐롤’ 지방공연과 ‘에드거 앨런 포’ 재연을 오가는 스케줄을 소화했다. 철없고 허세 충만한 ‘오! 캐롤’의 델 모나코는 살벌하고 굳은 신념의 그리스월드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로 같은 배우가 맞나 싶을 정도다.

Untitleddddddd-2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의 윤형렬(왼쪽)과 정상윤(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오! 캐롤’의 델로 공연하고 ‘에드거 앨런 포’의 그리스월드를 연기하는 건 그래도 괜찮았어요. 오히려 그리스월드로 있다가 델로 무대에 오르면 ‘내가 이 정도로 돌아이여도 되나’ 싶고 그랬어요. 캐릭터상 그리스월드는 절대악이고 미친 돌아이같잖아요. 델은 또 다른 의미의 돌아이라…귀엽고 웃기고 시종일관 철없죠.”

정상윤과 더블캐스팅된 서경수의 델 모나코로 ‘오! 캐롤’을 봤다는 윤형렬은 “(서)경수 공연을 보면서 (정)상윤이 형은 진짜 멋대로 하겠구나 싶었다”며 “술자리에서의 모습이 무대 위 델 모나코”라고 귀띔했다.


◇숙명 같은 정진과 초심으로 한결같이!

“부럽다 못해 자극이 되는 사람들이 많아요. 무대에서 공연하는 선후배는 물론 영화, TV 등에도 잘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사람 뿐 아니라 작품, 생각, 연출 등에서도 영향을 많이 받죠.”

어디서든 배우고 영향을 받는다는 정상윤은 최근 좋았던 작품으로 이준익 감독의 ‘박열’과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더 랍스터’를 꼽았다. 특히 ‘더 랍스터’는 “충격적”이라고 표현할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콜린 파렐, 레이첼 와이즈, 레아 세이두 등 주연의 ‘더 랍스터’는 사랑에 빠지지 않은 솔로들을 응징하는 전대미문의 커플메이킹 호텔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기괴한 판타지 멜로물이다.

배우 윤형렬.정상윤  인터뷰8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의 윤형렬(왼쪽)과 정상윤(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어제 보다 나은 오늘,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항상 노력하고 발전하려 정진 중이에요. 한 작품 한 작품 할 때마다 거듭나면서 관객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모든 것에서 배운다는 정상윤의 말에 동의를 표한 윤형렬은 “우리 둘 다 짊어지고 가야할 숙명 같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숙명이라는 윤형렬의 바람에 정상윤이 초심을 보탠다.

“지금 하는 것처럼 한결같이, 초심을 잃지 않고 겸손하게 정진하는 게 우리 모두의 숙제예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