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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중국에 이어 러시아 지렛대로?…‘시계추 외교’ 전망은 엇갈려

입력 2018-10-24 16:31 | 신문게재 2018-10-2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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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방러 볼턴 접견…군축 문제·지역 분쟁 등 논의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러시아를 방문 중인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볼턴 보좌관을 접견하고 군축 문제와 지역 분쟁 등을 논의했다. (연합)

 

곧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북한과 미국간의 대화의 조짐은 전무한 가운데, 북한이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북한의 시계추 외교가 다시 가동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2일 러시아 외무부 대표단이 북한 외무성 대표들과의 회담을 위해 평양에 도착한데 이어 같은 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국제부 부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이 러시아를 방문했다. 또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이 북러정상회담 장소 후보지들을 언급하며 정상회담이 임박했음을 내비쳤다.

이달 초에는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사용했던 전용차량들을 수송했던 고려항공 화물기 3대가 평양을 출발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으로 운행할 것이라고 러시아 언론이 보도 한 바 있어 김 위원장의 방러 가능성을 더해주는 분위기다.

이러한 모습은 1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5월 북한이 중국을 지렛대로 삼았던 것과 꼭 닮았다. 당시 북한은 비핵화 협상 대상자인 미국과 가장 대척점에 서 있는 중국과 밀월관계를 과시하며 미국을 자극시켰다. 미국과의 대화를 앞둔 상황에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가까운 모습을 보이며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셈법이었다. 이 때 미국은 중국에 강력한 불만을 표하며 압박카드를 꺼냈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러시아는 ‘중거리 핵무기 폐기 조약(INF)’을 서로 지키지 않고 있다며 갈등을 빚고 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3일(현지시간)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동한 뒤 기자회견에서 “(INF에 대한)미국의 탈퇴 통보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탈퇴 배경으로 볼튼 보좌관은 “러시아가 지난 2013년부터 INF 조약을 위반해 오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도 이날 볼턴 보좌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우리는 미국 측이 조약에서 탈퇴할 경우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앞둔 북한이 이처럼 미국과 대척점에 서 있는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은 미국을 자극시켜 협상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도 북한의 이러한 시계추 외교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북한이 지닌 지정학·경제적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9개의 다리’ 구상에 큰 관심을 보였던 것과 맥을 같이한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구축되면 가스와 전기, 철도 등의 교류협력을 통해 남과 북은 물론 러시아가 거둬들일 이익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시계추 외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벼랑 끝 협상 전략에 맞서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다만 북한의 시계추 외교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망이 갈린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 입장에선 이 판에서 미국만 쳐다보고 갈 수는 없다”면서 “다양한 차원에서 주변국과 교류한다면 미국을 자극하는 측면만 있는게 아니라 촉진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북한은 중·러와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 미국을 압박함에 따라 미국이 오히려 뒤로 물러설 수도 있다”면서 “북한이 주변국으로 하여금 압박을 통해 미국을 설득할 것인지 아니면 직접 대화를 통해 풀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장희 기자 mr.han77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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