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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멜로가 체질' 한지은 “역대급 ‘오빠’ 연기, 눈 딱 감고 질렀죠”

입력 2019-11-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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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은 (2)
배우 한지은(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배우 한지은은 드라마 ‘멜로가 체질’이 발견한 보석 중 하나다. 서른 살 세 여자의 우정과 성장을 그린 이 드라마에서 한지은은 첫사랑 승효(이학주)와 헤어져 홀로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황한주 역으로 눈길을 끌었다.

20살의 한주는 세상 물정 모르는 예쁜 모범생이었다. 30살의 한주는 간접광고 촬영을 거부하는 배우를 설득하기 위해 수십 명의 스태프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미친년 마냥 “오빠~”를 수십 번 외치는 드라마 마케터 겸 프로듀서다. 하지만 한주는 울지 않는다. 세상은 한주에게 친절하지 않지만 그는 굳세고 꿋꿋하게 풍파를 헤쳐 나간다.  

 

한지은 (1)
배우 한지은(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이런 한주의 모습은 한지은 자신과도 닮았다. 고교 시절 막연히 연기자를 꿈꿨던 한지은은 동덕여대 방송연예학과에 진학했지만 꿈에 간절히 도전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스스로 함량이 미달됨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전공수업이 아닌 타과 수업을 들었고 여러 아르바이트 경험을 쌓기도 했다. 출중한 외모에 고운 목소리를 지닌 그는 스피치 학원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강사 제안을 받을 정도로 능력을 발휘했다. 


“사실 집에서는 스피치 학원 강사를 더 원하셨어요.(웃음) 고정 수입도 있고 발전가능성도 있는 직업이니까요.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 할수록 마음이 무거워지고 스스로 도태되는 걸 느꼈어요. 결국 제가 연기를 하고 싶어했다는 걸 깨닫고 바닥부터 시작했죠.”

24살에 다시 연기에 도전했다. 첫 역할은 7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수상한 그녀’(2014). 극 중 진영이 이끌던 반지하밴드의 보컬 미애 역으로 그로테스크한 분장 때문에 한지은의 원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미애가 반지하 밴드를 탈퇴하면서 심은경이 손자가 이끄는 밴드에 보컬로 합류한다.

‘멜로가 체질’은 지난 1월, 오디션을 치렀다. 평소 팬인 이병헌 감독의 작품이었다. 이병헌 감독은 한지은에게 “한주는 평소 시도해보지 않은 캐릭터라 매우 어려운 인물이다. 어떻게 그려야 할지 다가가기 어려웠는데 네 연기가 가장 한주에 근접했다”며 그를 캐스팅했다. ‘수상한 그녀’ 출연 이후 불과 5년 만에 주연 자리를 꿰찬 셈이다. 멀리 돌아왔지만 비교적 빠르게 주연에 올라섰다.

이병헌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한지은은 한주를 사랑스럽지만 순수하고 매력 넘치는 인물로 표현했다. 엄마 같지 않지만 때로 아이와 부대끼는 엄마, 젊은 여성이 사회생활에서 겪는 온갖 부당함을 웃으며 버텨내는 외유내강을 소화했다.

 

한지은 (3)
배우 한지은(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뭐니뭐니해도 한지은을 돋보이게 한 건 화제의 ‘오빠’ 신이다. 물걸레 청소기 간접광고를 거부하는 배우, 그런 배우에게 한마디도 못하는 연출자와 카메라 감독, 그리고 한주에게 “그렇게 뻣뻣하게 굴지 말고 ‘오빠’라고 애교라도 떨어봐요”라고 말하는 배우의 매니저 앞에서 한주는 숨도 쉬지 않고 “오빠! 오빠! 오빠!”라며 돌진한다.

“처음엔 고민이 많았죠. 한주가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고충을 촬영감독, 배우, 매니저에게 표현하는 장면인데 대본에는 ‘오빠, 오빠, 오빠~~~~’라고 물결표시만 돼 있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실제로 ‘오빠’ 연기를 제 앞에서 보여주셨어요. 감독님도 창피함을 무릅쓰고 하신만큼 저도 그냥 막 질렀어요. (웃음) 나중엔 창피하지도 않고 더 하고 싶은 욕심까지 들었어요. 이왕 하려면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서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한지은 (5)
배우 한지은(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연기를 시작한 지 5년만에 주연급으로 올라선건 이정도의 오기와 깡이 있기에 가능했다. 설상가상 한지은은 극 중 한주와 연애 스타일도 닮았다. 

 

직장 후배인 재훈(공명)과 묘하게 썸을 타던 한주는 드라마 말미, 클럽에서 만난 남자와 교제 중이라는 사실을 밝혀 극중 친구들은 물론 시청자들도 경악하게 만들었다. 


한지은 역시 래퍼 한해와 열애 중이다. 드라마 방송 초기 이 같은 사실이 알려졌을 때만 해도 “한해의 연인 배우 한지은”으로 인식됐다. 그렇지만 ‘멜로가 체질’이 종영할 무렵에는 두사람의 관계가 역전됐다. 이제는 “한지은의 남자친구 래퍼 한해”라는 표현이 더 익숙하다.

“제 개인사 때문에 제 역할에 몰입하는데 방해가 될까 걱정하기도 했지만 시청자들이 분리해서 봐주셔서 감사해요. 남자친구와는 일로 연결한 적은 없어요. 그저 좋은 작품, 멋있는 작품이라고 격려해줬죠. 서로 많이 배려해주는 편이죠.(웃음)”

한주가 제 몫을 해내는 사회인으로 자리잡은 것처럼 한지은 역시 배우로 훌쩍 성장했다. 그는 “고통을 긍정적으로 이겨내는 한주의 모습이 나랑 가장 비슷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어떤 일이든 시작하는 순간이 가장 의욕이 넘친다. 한지은 역시 한참 연기의 맛을 느끼고 있다. 

 

그는 “강인함을 표현할 수 있는 액션 연기, 혹은 현실감 넘치는 또다른 느낌의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또 스피치학원에서도 극찬을 받았던 보이스 소유자답게 “기회가 되면 라디오DJ도 도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2020년에는 한지은을 좀 더 자주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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