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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때마다 ‘사각사각’ … 무릎 아닌 턱에도 퇴행성관절염?

이 꽉무는 습관 지속시 염발음 … 젊은층 발병률 높아, 심하면 턱뼈 녹고 목·허리통증 초래

입력 2017-03-2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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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관절염을 오래 방치하면 염증에 의해 턱뼈가 녹으면서 길이가 짧아져 음식을 씹지 못하고 입을 벌리지 못해 삶의 질이 떨어진다.

취업준비생 오모 씨(32)는 연이은 ‘서류 광탈’(빛의 속도로 취업 서류면접에서 탈락함을 빗대는 말)과 부모님의 잔소리 탓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데다 피로에 스트레스까지 겹치자 몸 곳곳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2주 전부터는 밥을 먹거나 하품할 때 입을 벌리면 턱에서 ‘딱딱’거리는 소리가 났다. 원래 그러려니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얼마 전 스케일링을 받으러 치과에 갔다가 턱관절염 초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병명 자체도 생소한데 젊은 나이에 벌써부터 관절염이라니 황당할 뿐이었다.


흔히 관절염하면 무릎이나 손목질환을 떠올린다. 하지만 뼈와 뼈가 만나는 부위라면 어디든 관절염이 생길 수 있으며, 거의 하루종일 사용하는 턱관절에도 과도한 부담이 가해지면 염증이 발생한다.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서 일하거나 책과 씨름하다보면 이를 꽉 깨물거나 하품을 크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처럼 무의식 중에 취하는 행동이 반복 지속되면 어느 순간부터 턱을 움직일 때마다 ‘딱딱’거리는 소리가 난다. 이런 소리는 턱관절에 압력이 가해지면서 관절 사이에 있는 디스크가 눌리거나 밀려나 발생한다. 주변 사람에게 들릴 정도로 소리가 크가 나거나 턱관절이 붙잡혀 있다가 튕기는 듯한 느낌이 들면 가급적 빨리 진료받는 게 좋다.


턱관절은 안면부 유일한 관절로 얼굴 옆면 양쪽 관자놀이뼈와 하악(아래턱뼈)이 만나는 귓구멍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다. 귀 바로 앞쪽에 손가락 끝을 갖다 대고 입을 벌렸다 오므리면 턱관절이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관절은 하루에도 수백번 이상 움직이며 심지어 자고 있을 때에도 계속 움직인다.
아래턱뼈 맨 윗부분의 둥근 부분은 과상돌기라고 부른다. 입을 벌릴 때 앞쪽으로 미끄러지고 입을 오므리면 제자리로 돌아간다. 이런 움직임을 부드럽게 해주기 위해 관자놀이뼈와 과상돌기 사이에 부드러운 연골이 존재한다. 연골은 턱뼈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충격이 턱관절로 전달되는 것을 흡수하고 턱을 위·아래 양옆으로 움직여 말하거나 음식을 씹는 동작을 가능케 한다.


턱관절염은 심한 통증이 동반되고 일생생활에 불편함을 초래한다. 증상이 일시적으로 발생했다가 사라진 뒤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시 급격히 아파오는 양상이 나타난다. 증상을 오래 방치할 경우 염증에 의해 턱뼈가 녹으면서 길이가 짧아져 음식을 씹지 못하고 입을 벌리지 못해 삶의 질이 떨어진다.


입을 벌리거나 음식을 씹을 때 턱이 아프고 턱관절에서 ‘으지직’ 또는 ‘사각사각’ 같은 염발음(捻發音)이 들린다. 이 소리는 퇴행성관절염 환자에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으로 강한 압력이 관절 부위에 장기간 지속됐을 때 발생한다.
또 턱관절엔 주변에 수많은 신경, 혈관, 림프선이 밀집돼 관절염이 생길 경우 턱근육의 긴장, 근경련, 근막통, 근염의 원인이 된다. 장기적으로 전신의 균형을 무너뜨려 목·허리통증을 초래할 수 있다.


무릎관절염과 달리 젊은층에서 빈번히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2008~2012년 턱관절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중 10~30대가 전체의 56.7%를 차지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스트레스에 취약해 턱관절에 이상이 생길 확률이 높다. 2014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국내 여성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28.6%로 남성에 비해 4.2%나 높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저항할 힘과 에너지를 마련하기 위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어깨, 목, 머리 등 주변 근육이 긴장하면서 턱관절염 등이 발생하기 쉬워진다.

발병원인으로 무리하게 턱을 쓰는 생활습관, 과로, 통풍 등이 꼽히며 특히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는 젊은층에서 턱관절질환을 유발 및 악화시키는 주요인이다.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하는 행동 중 위·아래 이를 꽉 물거나, 입을 지나치게 크게 벌려 하품하거나, 딱딱하고 질긴 음식을 즐겨 먹거나, 한 쪽으로만 음식을 씹거나, 잠버릇 탓에 이를 자주 갈면 턱관절에 부담을 준다.


선천적으로 턱뼈가 비대칭인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김선종 이대목동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는 “부정교합은 위·아래 턱뼈가 정상적으로 맞물리지 않는 것으로 관절에 비정상적인 힘이 가해져 치아 마모나 턱통증을 초래한다”며 “특히 무턱(2급 부정교합)이면 턱관절염 발병률이 급격히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턱관절염은 방사선검사, 혈액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등으로 병변 위치와 상태를 파악한 뒤 약물치료로 염증을 가라앉힌다. 증상이 나아지지 않을 땐 온열요법, 운동요법 등을 실시하고 ‘스플린트’로 불리는 교합 안정장치 착용을 병행하기도 한다.


치료보다 중요한 게 턱운동이다. 유산소운동이나 근력운동보다 쉽고 땀도 나지 않아 틈틈이 실시하면 된다. 가볍게 목례하는 정도의 각도와 강도로 고개를 가볍게 앞으로 끄덕끄덕한 뒤 아이가 도리도리 하듯 천천히 좌우로 돌린다. 턱과 목이 함께 돌아가야 턱이 받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턱을 목에 붙인 자세에서 귀가 어깨에 닿는 느낌으로 좌우로 숙여주는 것도 도움된다. 편한 마음으로 허밍하듯이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주면 긴장된 얼굴 근육과 턱관절이 자연스럽게 이완되고 스트레스가 풀린다. 단 처음부터 무리하게 턱을 움직이면 통증이 악화될 수 있어 한 가지 운동을 1분 이상 지속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1616@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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