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ife(라이프) > 가족 ‧ 인간관계

[비바100] 길어진 노후 생활… "사랑 없인 못살아"

[채현주의 WORLD LIFE] 일본에 부는 '시니어 혼인활동' 바람

입력 2017-11-27 07:00 | 신문게재 2017-11-27 13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17112616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 아가와 사와코(阿川佐和子,63)씨가 올해 결혼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자 일본이 한동안 떠들 썩 했다.

‘혼자가 어때서’ ‘듣는 힘’ 등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캐스터, 탤런트로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와코 씨는 미모, 학벌, 집안까지 두루 갖춘 일본을 대표하는 화려한 싱글 여성이었다. 골드 미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던 그녀가 고령의 나이에 시집을 간 것이다.

사와코씨는 자신의 결혼 소식이 세간의 화제가 되자 한 신문사에 편지를 보냈다. 그녀는 “고령자의 결혼을 일부러 전달 할 상황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상대는 69살 일반인이다. 이혼을 했고 교육쪽 일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상대 가족들과 작은 결혼식을 올렸다고 전했다. 그녀는 “사소한 일에 같이 웃고 때로는 다투며 잔잔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노후 결혼 생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사와코 씨의 결혼소식이 알려지자 알만 한 싱글 시니어 스타들의 결혼 또는 연애 소식이 잇따라 매스컴을 타며 화제가 됐다. 일본 미용 성형계에서 1인자로 꼽히며 방송 등에 얼굴을 알려 온 72세 타카스 카츠야와 만화가 사이바라 리에코(52)씨도 방송을 통해 사실혼 관계를 공개했다. 여기에 올해 시니어들의 열애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도 속속 등장하며 인기를 모았다.

 

xcxxccx
아가와사와코 작가 (유튜브 캡쳐)

 

◇ ‘시니어 혼활’ 新결혼 트렌드로

최근 일본에서는 짝을 찾는 시니어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이들은 매스컴 등에서 일명 ‘시니어 혼활(婚活, 혼인을 위한 활동)’이라 불리며, 고령화 시대 새로운 결혼 트렌드를 이끌어 가고 있다.

혼활에 나선 시니어들은 50~70대가 주를 이룬다. 황혼 이혼을 했거나 사별 후 오랫동안 홀로 지낸 이들이 많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14년 시니어들의 결혼이 2000년 대비 남자 1.5배, 여자 1.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에서 결혼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는 ‘아이시니어’ 창업자는 설립 당시 중장년층이 타깃이 아니었다. 하지만 광고를 낼 때마다 60대 고객의 문의가 끊이지 않자 50대를 주요 타깃으로 하는 마케팅으로 전환했다.

온라인 결혼상담업체 라쿠텐의 ‘오-넷(O-Net)’은 2013년부터 시니어층을 대상으로 파트너를 매칭 시켜주는 ‘오넷 수페리아’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회원수는 3년 전보다 다섯 배 이상 늘었다. 1960년대 창업 시니어 결혼정보 사이트 ‘아카네 회’도 과거 30대가 주요 회원이었다.

그러나 최근 50~60대가 주요 회원들이 됐다. 아카네 회에서 개최되는 시니어 혼활 파티도 최근 신청자가 폭주해 추첨을 통해서 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시니어 혼활 프로그램도 다양해졌다. 커플끼리 함께 걷는 워킹 프로그램, 가라오케 소개팅(노래방), 남녀 동반 골프 등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1574R-01430A
해변에 앉아 있는 시니어 신부와 신랑

 

◇ 100세 시대, 나홀로 노후는 ‘옛말’

시니어 혼활이 증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고령화 시대 수명이 길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남은 긴 시간을 혼자 지내기엔 너무 외롭다는 얘기다.

야후재팬뉴스에 따르면 고령자들의 성에 대해 오랜 기간 연구해 온 전 대학 교수이자 일본성과학회성적연구회 아라키 지네코 대표는 “고령화 시대 시니어 세대가 짝을 찾는 것은 기본적으로 외롭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3세대가 같이 살던 시절에는 배우자를 잃어도 자녀와 손자들과 함께 살았기 때문에 외로움을 느끼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혼자 사는 비율이 늘어 자연스럽게 연애나 결혼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년 퇴직한 78세의 한 남성은 일주일에 한번 꼴로 결혼 상담소에서 만난 여성과 산책이나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 상대는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68세 여성이다.

이 남성은 3년 전 아내를 보내고 자녀들 또한 출가시켰다. 그렇게 3년간 홀로 외로운 생활을 해오다 최근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했다. 다섯 번의 맞선 끝에 데이트 상대를 만난 그는 그녀에대한 감정을 ‘젊은 시절 불타는 사랑’은 아니라고 고백했다. 다만 서로를 존중해주고 좀더 온화한 감정으로 상대를 만나고 있다고 했다.

Senior asian couple sharing meal at home
식사를 함께하는 시니어 부부

 

◇ 두 손 꼭 잡은 ‘황혼의 사랑’

심지어 양로원에서도 젊은 사람 못지 않은 열애 활동이 이뤄져 눈길을 끈다. 고령자 시설에서 30년간 근무한 한 비영리단체 법인 대표는 “양로원 등 고령자 시설에서도 연애를 하는데, 젊은 사람과 똑같이 성취도 하고 실연을 당하기도 하고 삼각관계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매일 소파에 손을 맞잡고 앉아 있는 90대 남성과 80대 초반 여성의 다정한 커플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런 고령자들의 연애는 심신을 안정시켜주는 데 중요한 영향을 준 다는 것. 또 치매 등 성인병 예방에도 특효약이 되고 있다. 아라키 대표는 “유아기의 스킨십은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안심과 신뢰감을 기르는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고령자에게도 이 요소인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돼 심신을 편안하게 안정시켜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때문에 노인 건강에 좋다”고 설명했다.


◇ ‘법적 부부’보다 ‘사실혼 부부’

다만 시니어 결혼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일본도 시니어 결혼에서 상속 등 재산 문제에 있어 자녀들의 반대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법적 배우자가 되면 절반의 재산을 상속할 권리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사실혼 관계로 만족해야 하는 커플도 많다. 법적부부는 10쌍 중 1~2쌍에 그친다. 이런 분위기 속에 최근 각자의 집을 오가며 생활하는 ‘시니어 통근부부’, ‘시니어 주말 부부’ 등도 많다.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한국도 최근 미디어를 통해 ‘졸혼’, ‘황혼이혼’ 등의 단어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이런 일본의 ‘시니어 혼활’ 시대가 한국서도 곧 활성화 되지 않을까?

 

채현주 기자 chjbrg@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