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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칼럼] 홍콩 시위

입력 2019-11-2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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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용
김영용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홍콩은 홍콩섬, 가우룽(九龍)반도, 신계(新界), 란타우섬과 200여개의 다른 작은 섬들로 구성된 중국의 특별행정자치구이다. 청나라의 아편수입 금지 조치로 1840년부터 1842년까지 2년에 걸쳐 영국과 청나라 간에 벌어진 제1차 아편전쟁에서 청나라가 패한 후 1842년에 체결된 난징조약에 의거 홍콩섬이 영국에 할양(割讓)되었다. 

 

이어서 1860년 애로우호 사건으로 알려진 제2차 아편전쟁에서 패한 뒤, 청나라는 가우룽 반도의 시가지를 영국에 추가로 할양하였으며(제1차 베이징조약), 1898년에는 영국이 신계를 99년 동안 조차(租借)하였는데(제2차 베이징조약), 신계의 조차 기간이 끝나자 영국은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전제로 1997년 7월 1일 할양 지역을 포함한 전 지역을 원래의 주인인 중국에 반환했다. 이제는 힘을 가진 나라가 된 중국의 압력과 신계가 없는 나머지 지역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는 영국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영국에 할양될 당시의 홍콩은 중국의 현지(縣誌)에도 기록되지 않을 만큼 보잘 것 없는 어촌이었으며, 그 부근은 해적들의 소굴이었다고 한다. 


홍콩의 육지 면적은 1,106 km2으로서 중국의 9,300분의 1에 불과한 도시이다. 2018년 현재 인구는 749만 명이며 GDP는 U$3,630억(경상 가격)으로서 195 국가 중 37위다. 1인당 GDP는 U$48,450(경상 가격)으로서 한국의 1.45배, 중국의 5배, 미국의 0.77배에 이르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또 홍콩의 수출입 규모는 국제무역항답게 GDP의 380%에 달한다. 국제무역으로 성장한 경제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의 79%와 일본의 37%에 비교하면 홍콩의 교역 규모가 매우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홍콩은 자유무역과 국제금융센터로서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일본과 싱가포르 다음으로 풍요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부존자원이라고는 화강암 박토와 바다밖에 가진 것이 없는 홍콩이 이렇게 놀랄 만한 경제적 부를 이룩하게 된 바탕에는 자유 시장경제가 있다. 홍콩이 사회주의 노선의 중국 통치하에 있었다면 오늘의 경제적 성과를 이룩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밀튼 프리드만(Friedman)은 그의 에세이집 『선택의 자유』에서 시장경제의 눈부신 성과의 사례로서 홍콩을 곧잘 예로 들곤 했다. 개인들의 선택의 자유가 보장되는 시장경제 체제가 홍콩의 번영을 이룩했다는 것이다. 이는 곧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경제 체제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런 홍콩이 지금 몸살을 앓고 있다. 한 홍콩 청년이 대만 여성과 함께 여행하던 중 여성을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주한 사건이 계기가 되어 홍콩 정부가 추진한 ‘범죄인 인도법’ 제정을 둘러싸고 터진 홍콩 시민과 홍콩 및 중국 정부 간 대립이다. 홍콩 정부는 중국을 포함해 대만과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했으며, 범죄인 인도 여부는 홍콩이 사안별로 중국 본토와 개별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홍콩 정부가 9월 4일 입법 추진을 공식 철회했으나 시위는 계속되고 있으며, 11/23일의 지방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시위의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어떤 나라(A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다른 나라(B국)로 도주한 범인을 B국이 A국으로 인도하는 것 자체는 문제 삼을 것이 없다. 그러나 홍콩 시민들은 법이 제정되면 형사 용의자는 물론, 정치범, 특히 홍콩 민주화를 주도하는 인사들의 중국 인도가 가능하게 되어 일국양제 체제는 물론, 개인의 자유가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을 우려하여 법 제정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즉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 중국 공산당이 요구하는 질서를 거부하고 홍콩이 예전에 누려왔던 개인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것이다. 반면에 중국 정부로서는 사실상의 홍콩 독립이 이뤄지면 신장 위구르나 티베트와 같은 다른 자치구의 요구가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홍콩 시위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개인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는 개인이라는 사실이다. 또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유린하고자 할 때에 개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러한 국가의 명령에 불복종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최근 한국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과연 누구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을 지키려는 것인지가 모호하기 그지없는 현 정권의 대북 정책, 무소불위의 강제력을 휘두를 수 있는 리바이어던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끝없이 커지는 정부 예산, 근로 시간 제한, 주택 분양가 상한제, 특정 개인이나 일부 집단이 내세우는 ‘공정’사회 등은 모두 개인의 자유를 위협하는 것들이다. 이는 바로 국민을 위해 만들어진 국가가 국민의 최대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뜻한다. 공의(公義)가 아닌 국가의 강제로부터 개인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을 지키는 일은 남이 아닌 바로 자신들이 해야 한다는 점을 최근의 홍콩 시위는 말하고 있다. 우리가 스스로 깨어나 문제의 본질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우리는 아무 것도 지킬 수 없다.

김영용(전남대학교 명예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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