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오피니언 > 시장경제칼럼

[시장경제칼럼] 분양가 상한제가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가?

입력 2019-12-16 11:41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2019061701001118400049701
이승모 경제평론가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부동산 투기억제책과 더불어 최근에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했다. 그런데 과연 분양가 상한제가 정부의 의도대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을까? 아마도 일시적으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라도 조만간 가격은 오히려 더욱 더 폭등할 가능성이 높다.

분양가 상한제는 가격규제의 일종인 최고가격제이다. 최고가격제는 시장에서 공식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최고가격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이며, 그 최고가격은 일반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시장가격보다 낮게 설정된다. 따라서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면 최고가격제의 효과가 필연적으로 수반될 것이다.

최고가격제의 효과를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강제로 규제하기 때문에 공식적인 가격은 규제 없을 때보다 낮아진다. 둘째, 가격이 낮아짐으로써 수익성이 악화되어 향후 공급이 위축되고 부족현상이 발생하여 가격은 상승하게 된다. 셋째, 재화의 질이 하락한다. 가격이 하락하여 수익성이 낮아지므로 공급자들은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질을 하락시킨다. 넷째, 공식적인 가격 이상으로 거래되는 암거래 및 암시장이 발생한다. 가격 상한제로 재화가 부족해지므로 소비자들은 공식 가격인 최고가격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즉 상한제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의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구입하려고 한다.

분양가 상한제에도 이와 유사한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첫째,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지 않을 경우에 비해 가격이 규제됨으로써 부동산 가격이 일시적으로 안정될 수도 있다. 둘째, 분양가 상한가를 적용받는 건설회사 혹은 재개발업자의 수익성을 악화시켜 아파트 공급물량을 위축시킴으로써 앞으로 아파트의 부족현상은 심해져서 가격은 상승하게 될 것이다. 셋째, 분양가 상한가를 적용받는 건설회사 혹은 재개발업자들은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전에 비해 품질이 낮은 아파트를 제공할 것이다. 넷째, 완공 후 실거래 가격은 높을 것이다. 따라서 당첨된 사람들은 로또에 당첨된 것과 같고, 이것은 수요자 간의 부의 불평등을 야기하는 특혜가 된다.

물론 이를 방지하고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전매 제한을 하지만 암거래가 발생할 것이므로 별 효과가 없을 것이다. 다섯째, 가격 상승이 예상됨으로써 기존 아파트의 매물이 줄어들고 수요는 증가하여 단기적으로도 가격이 안정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이 분양가 상한제는 정부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부동산 가격상승을 부채질하는 정책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경제 원리에 입각하여 가격규제 등 시장 간섭을 하지 않아야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정부는 부동산투기 억제책도 시행해서는 안 된다. 투기는 일반 상식과 달리 오히려 가격안정화의 역할을 한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가격의 상승 요인은 수요 증가나 공급 감소다. 문제의 초점인 투기꾼의 사재기 역시 수요의 증가 요인이다. 따라서 투기꾼의 사재기 때문에 가격이 상승한다는 주장은 일견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투기꾼의 사재기로 인한 수요 증가로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하더라도 우리는 투기꾼의 사재기 때문에 가격이 폭등한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효과만 평가하는 것이 된다. 실제적인 중장기적인 효과를 살펴보아야 투기의 효과를 올바르게 평가할 수 있다.

투기꾼들이 사재기를 하는 이유는 싸게 구입하여 비싸게 팔아서 그 차익을 남기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은 모든 비즈니스의 원칙이며 투기꾼에게만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들은 현재 구입가격보다 나중에 더 비싸게 팔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그들은 정보를 이용하여 미래의 수요와 공급을 예측하고 그에 따른 미래 가격의 상승과 하락을 예측한다. 만약 그들의 예측이 틀린다면 손해를 볼 것이기 때문에 많은 비용을 들여 미래를 예측한다. 만약 그들 예상대로 가격이 상승하면 그들은 투기를 통해 돈을 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가격은 상승하지 않거나 하락하면 손해를 보게 된다. 따라서 그들은 정확한 예측을 위해 많은 비용을 들인다.

가격 상승의 예상에 입각하여 투기꾼이 사재기를 한다. 그 결과 현재 가격은 상승한다. 시간이 지난 후 투기꾼의 예상대로 가격이 상승하면 그들은 전매차익을 얻기 위해 팔기 시작하고 가격은 다시 하락한다.

만약 투기꾼이 없을 때 현재가격과 미래가격이 각각 1,000원, 1,500원이라고 한다면 투기꾼이 있을 때 현재와 미래의 가격은 각각 1,200원, 1,300원이 되는 것이다. 투기꾼이 없을 때 가격변동은 1,000원에서 1,500원으로 500원의 변동이 발생한다. 반면에 투기꾼이 있을 때 가격은 1,200원에서 1,300원으로 변동한다. 가격변동의 폭은 투기꾼이 있을 때 오히려 더 적게 나타난다. 즉 투기꾼이 있을 때 가격이 안정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투기로 인한 가격 변동으로 경제가 불안정하게 된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투기를 억제하는 것이 오히려 가격안정화에 방해가 되는 것이다.

일부학자들은 부동산 이외의 다른 상품에 대한 투기는 위에서 본바와 같이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부동산의 특수성, 특히 공급의 고정성 때문에 부동산 투기가 부정적인 효과만 낳는 백해무익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들은 상품을 새롭게 생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투기의 긍정적 역할은 사라지고 부정적 효과만 초래한다는 것이다. 투기가 가격 폭등을 초래하고 가격 폭등은 다시 투기를 초래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투기는 자연적으로 소진되지 않고 가격을 계속 폭등시켜 경제의 다른 분야에 엄청난 타격을 가한 후에야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가격이 상승할 때 공급 증가가 불가능한, 즉 공급의 고정성을 갖는 대표적인 것이 토지이다. 토지 위에 건물 공급은 늘릴 수 있지만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그러므로 부동산 투기는 악순환뿐만 아니라 심각한 해악을 끼친다고 일부학자들은 주장한다. 그들이 다른 상품과 달리 부동산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근본적인 원인인 부동산의 특수성, 특히 공급의 고정성을 검토해 보자.

주택과 아파트 같은 부동산은 공급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 다만 공산품이나 농산품에 비해 공급이 비탄력적일 뿐이다. 토지도 공급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 토지 전체의 양은 간척 등이 없는 한, 거의 일정하다. 그렇지만 토지의 가격은 토지 전체의 공급과 수요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지역별 용도별로 결정된다. 특히 용도에 초점을 두게 되면 토지의 공급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한다. 예를 들어, 택지 수요의 증가로 택지 가격이 상승하면 공장부지, 농지, 임야 등이 택지로 전환된다. 따라서 부동산 투기도 부정적 효과를 초래하지 않고 다른 상품처럼 긍정적인 효과를 초래한다.

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고도 지속적으로 오르는 근본적인 이유는 통화량의 증가이다. 일국의 총생산량 증가에 비해 통화량 증가가 많다면 물가는 상승한다. 총생산량이 10% 증가할 때 통화량이 20% 증가하면 물가는 10% 상승한다. 이와 같이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이유는 일국의 총생산량 증가에 비해 통화량 증가가 많기 때문이다. 유독 부동산 가격이 다른 재화의 가격보다 더 많이 상승하는 이유는 부동산이 화폐가치(화폐의 구매력 : 화폐로 구입할 수 있는 재화의 양)의 하락을 보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부동산이 자산으로 다른 어떤 재화보다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등의 규제를 실시하거나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시장 간섭을 해서는 부동산 가격의 안정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그 목표를 달성하려면 통화량을 적절히 통제해야 한다.

 

이승모 경제평론가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