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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2080] 부정맥, 제 때 치료않으면 '돌연사' 위험

세브란스 심장내과 빅희남 교수가 전하는 부정맥 대처법

입력 2024-01-15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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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남 교수
세브란스 심장내과 박희남 교수



부정맥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쉬기가 어렵거나 현기증이 나기도 한다.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지기 때문에 검사로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 환자마다 증상과 위험도가 다르다. 제 때 치료하지 않으면 자칫 돌연사로 이어질 수도 있어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박희남 교수가 <세브란스 소식> 1월호에 소개한 부정맥의 주요 상과 효과적인 예방 및 대처 법을 일문일답 식으로 알아보자.


- 부정맥은 어떤 질환인가.


“부정맥이란 심장의 리듬이 너무 빠르거나 느리거나 불규칙해지는 상태를 말한다. 심장에 전기신호가 흘러 정상적인 맥박을 만드는데, 그 규칙성이 깨진 것이라고 보면 된다. 대부분은 이미 앓고 있는 심장질환에 덧대 발생해 상황을 악화시킨다. 심방세동이나 급사의 원인이 되는 ‘심실빈맥’이 대표적이다.”

- 부정맥만의 특이한 증상은 어떤 것인지요.


“부정맥은 증상이 워낙 다양하다. 죽을 듯한 공포감에 응급실로 달려가게 만들면서도 실제로는 생명에 별 지장이 없는 부정맥이 있는가 하면, 잠잠하다가 갑자기 심정지나 뇌경색을 일으키는 부정맥도 있다.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에 매달리다간 핵심을 놓치고 불필요한 검사나 투약으로 시간과 자원을 낭비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부정맥은 ‘증상’이 아닌 ‘심전도’를 기준으로 잡는다. 하지만 심전도를 잡아내는 것도 쉽지는 않다. 가슴에 불편한 증상이 나타날 때 빨리 맥박을 짚어보는 것이 가장 쉽고 빠른 진단법이다. 특히 실신을 경험했다면 미루지 말고 부정맥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 반짝 나타났다 사라지는 파동을 쫓는 것조차 쉽지는 않겠다.


“일반 심전도 한 번으로 찾아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래서 24시간 동안 심전도를 기록하는 ‘홀터’를 채우는데, 요즘은 2주까지 기록할 수 있는 기계가 나와서 더 오래 관찰할 수 있다. 그렇게 해도 안 잡히면 핸드폰 펜 정도로 가는 기계(Implantable Loop Recorder)를 피부 밑에 삽입해 모니터링 한다. 투약부터 치료를 시작하고, 약제로 조절이 잘 안되면 시술을 한다. 문제 부위까지 카테터를 집어넣고 열손상을 일으켜 치료하는 전극도자절제술을 쓰기도 하고, 심박동기나 제세동기를 몸 안에 심기도 한다. 하지만 연세가 많거나 심장병을 가진 분들은 시술이 끝이 아니다. 호전된 상태를 꾸준한 관리로 유지해 나가야 한다.”

- 그렇다면 관리만 잘하면 정상적인 생활에 지장이 없다는 뜻인가.


“첫 진료에서 질병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주력한다. 심방세동 환자에게는 술과 담배를 끊지 못하면 이 병은 못 고친다고 단호하게 말씀 드린다. 말뿐만 아니라 책자와 동영상을 제공하고, 질병 정보를 가족들도 공유하게 한다. 질환을 정확하게 이해한 환자는 투약, 시술, 모니터링에 잘 따라온다. 하지만 부정맥이 웬 만큼 조절되고 있음에도 심리적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분들에게는 ‘이제 자신감을 가지셔도 될 것 같다’라고 말씀 드린다. 그 한마디에도 환자분의 눈빛이 달라지는 게 보인다.”

- 부정맥과 ‘발작성 심방세동’은 다른 것인가.


“부정맥의 정확한 진단명이 ‘발작성 심방세동’이다. 이렇게 부정맥과 심방세동을 서로 다른 질환으로 오해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부정맥은 진단명이 아니라 심장의 전기 흐름이 흐트러지는 20-30가지 질환에 대한 통칭이다. 심방세동은 다양한 부정맥 질환 중 하나인 세부 진단명이다. 심장은 전기가 흘러야 수축을 하고 맥박이 만들어지는데, 심장의 전기 흐름에 문제가 생겨 맥박이 너무 빠르거나 또는 느리거나 혹은 불규칙한 심장 리듬장애가 나타나는 것을 심장 부정맥이라고 한다.”

- 뇌경색의 25%는 심방세동과 관련 있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고 들었다.


“심방세동 환자의 약 40%는 증상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무증상 심방세동은 대부분 건강검진이나 다른 질환으로 진찰 도중 우연히 발견된다. 통증이나 증상이 없어서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지만, 중풍의 위험이 있다는 무서운 경고 때문에 가족들에게 등 떠밀려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심방세동이란 심장의 보조 펌프인 심방이 제대로 수축하지 못하고 가늘게 떨고 있는 질환이다. 맥박을 짚어보면 불규칙하게 뛰는 것이 특징이다. 가늘게 떨고 있는(細動) 심방 내부는 순환이 안돼 혈전이 만들어지고, 이 혈전이 뇌혈관을 막으면 뇌경색(중풍)이 발생한다. 실제로 전체 뇌경색의 약 25%가 심방세동과 관련 있다. 심방세동은 증상 유무에 상관없이 나이가 들수록 진행하는 만성질환이다.”

- 심실빈맥과 심실세동이 ‘급사’를 유발하는 위험한 부정맥이라는 얘기는 무엇인가.


“다양한 부정맥 질환 가운데 심실빈맥과 심실세동이 급사를 유발하는 부정맥이다. 전체 심장질환 환자의 55%가 급사의 형태로 사망한다. 부정맥 환자들도 급사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다. 하지만 급사 고위험 환자는 관상동맥질환, 심부전, 심근증 등 다른 심장병이 함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든 부정맥 환자가 급사 위험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심실성 부정맥에 다른 심장병이 동반되면 급사 위험이 높은 것이다.”

- 심실세동과 심정지의 상관관계는 어떤가


“관상동맥도 잘 뚫려 있는데 심정지가 온 40대 남성 환자가 있었다. 이전에 심근경색증으로 손상된 부위에서 발생한 심실세동 이었다. 심정지를 경험한 환자는 3년 내 심정지 재발생 확률이 20%에 달한다. 때문에 체내형 제세동기 삽입술을 시행했었다. 시술 8개월 만에 심실세동이 재발했지만, 체내형 제세동기가 적절히 작동해 환자는 무사했다.”

- 노화가 오면 부정맥은 불가피한 것인가.

“부정맥 가운데 상심실성 빈맥증은 전극도자절제술로 완치율이 98%에 달하지만 다른 부정맥 질환은 시술로 ‘완치’ 보다 ‘조절’이라는 표현이 맞다. 항부정맥 약제로 조절되지 않는 ‘심방세동’은 대표적인 만성 진행형 질환이다. 사실상 완치가 어렵다. 비교적 진행이 덜 된 발작성 심방세동은 1년 재발률이 15%, 만성화된 지속성 심방세동은 약 25%, 재발 후 항부정맥 약제를 추가하면 90%의 환자가 정상 맥박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시술 후 5년, 심지어 10년 후에 재발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부정맥은 노화와 더불어 진행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 평소 관리를 어떻게 해야 예방할 수 있나.


“부정맥 환자는 금주와 금연, 체중 조절, 과로를 방지하는 생활습관이 필수다. 그래야 맥박을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다른 심장병이 있으면 심장검진을 꼭 받고, 맥박 촉지로 자신의 맥박을 자주 확인해야 한다. 소량의 음주가 심장병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으나, 심장 부정맥 환자는 예외다. 일주일에 와인 한 잔만 마셔도 심방세동 재발률이 높아지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알코올이 심장 자율신경계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체중조절도 중요하다.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환자에서 심방세동 발생률이 높다. 적극적인 체중 감량은 항부정맥약제 투약만큼 효과가 좋다. 다만, 오메가3 복용은 심방세동의 유병률을 높일 수 있다는 보고가 있어 추천하지 않는다.”

- 부정맥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가 되셨는데,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그동안 심방세동 시술 관련 연구를 해왔는데 최근에는 인공지능, 디지털 트윈, 유전체를 접목한 예측 모델을 만들고 있다. 시술이 꼭 필요한 환자를 찾아내고, 대신 불필요한 시술은 줄이자는 노력이다. 끝까지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 정직하고 겸손하게 헌신하는 모습, 시간을 쪼개 교육하고 연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그 뒤로는 후배들이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또 새로운 지평을 열어 가리라 믿는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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