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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라이트박스와 의자, 푸른 어항 속 물고기 그리고 마음 속 하얀 늑대와 검은 늑대…뮤지컬 ‘블루레인’

‘인터뷰’ ‘스모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등의 추정화 작·연출과 허수현 작곡가, 김병진 안무가의 콤비작 뮤지컬 '블루레인'
도스도옙스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1990년대 후반 미국 유타주 스프링데일을 배경으로 현대화한 작품
김주호·박송권, 이창희·이주광, 박유덕·임병근, 김려원·최미소, 조환지·임강성, 한유란·한지연 출연

입력 2019-08-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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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블루레인
뮤지컬 ‘블루레인’ 출연진. 위 왼쪽부터 시게방향으로 루크 역의 박유덕?임병근, 테오 역 이창희?이주광, 사일러스 조환지?임강성, 헤이든 김려원?최미소, 존 루키페르 박송권?김주호(사진제공=씨워너원)

 

“원래는 ‘브라더스’였다가 이미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라는 뮤지컬이 만들었졌다는 걸 알고 제목을 고민했어요. (원작인 도스도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가진 선과 악, 선택의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내포한 제목이 ‘블루레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1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뮤지컬 ‘블루레인’(9월 15일까지) 프레스콜에서 추정화 연출은 제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블루레인’은 ‘인터뷰’ ‘스모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등의 추정화 작·연출과 허수현 작곡가, 김병진 안무가의 콤비작으로 도스도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Dostoevsky, Fedor Mikhaylovich)을 1990년대 후반의 미국 유타주 스프링데일로 배경을 옮겨 변주했다.

추정화 연출은 “원래는 ‘죄와 벌’의 팬으로 이 작품을 뮤지컬로 하고 싶었다”며 “그러던 중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읽었는데 ‘죄와 벌’과 비슷한 맥락을 질문을 계속 던지고 있었다. 게다가 명확한 사건도 있었다”고 무대화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제12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딤프) 창작지원 선정작으로 2019년 딤프에서 초청돼 관객들을 만나기도 했다. 극은 스프링데일 지역의 탐욕스럽고 폭력적이며 방탕한 유지 존 루키페르(김주호박송권, 이하 시즌 합류가나다 순)의 죽음으로 시작해 그의 살해범을 찾아가는 과정을 따른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장남 테오(이창희이주광)는 감정기복이 심한가 하면 술과 도박에 중독된 사고뭉치다. 친모가 남긴 신탁자금을 받기 위해 아버지 존을 찾았다 살해 현장에서 발견된다. 그를 변호하기 위해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둘째 아들 루크(박유덕임병근)는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부터 벗어나 뉴욕의 잘 나가는 변호사로 성장했다. 

 

뮤지컬 블루레인 포스터_제공 씨워너원(C101)
뮤지컬 ‘블루레인’ 포스터(사진제공=씨워너원)

두 형제와 더불어 존의 죽음에 얽힌 클럽가수이자 테오의 연인 헤이든 로즈(김려원최미소), 그 정체가 모호한 새로 들인 하인 사일러스(조환지임강성), 형제를 어려서부터 돌봐온 가정부 엠마(한유란한지연) 등이 선과 악의 경계를 서성이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단출한 무대 위 라이트박스와 의자 6개, 푸른 어항 속 물고기 그리고 ‘블루레인’

“라이트박스와 키네틱, 전식 등을 활용해 무대를 어항으로 만들어달라고 했어요. 모두가 테오와 (극 중 테오와 헤이든이 기르는 한쌍의 물고기) 버터플라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렇게 전한 추정화 연출은 “우리 역시 어항 속 물고기와 다르지 않다. 파란 물속을 ‘블루레인’으로 보면 우리도 버터플라이처럼 이 세상을 노닐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간이 어항을 내려다보듯 신도 인간을 내려다보지 않을까 싶어 (무대를) 어항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김병진 안무가는 “(추정화) 연출님이 (2018년 제12회 딤프) 당시 ‘활용할 수 있는 게 의자 6개 뿐이다. 의자 6개로 표현해 보자’고 제안했을 때는 난감했다”며 “하지만 공부를 하면서 굉장히 신났다”고 전했다.

 

“춤이 아닌 다른 표현들을 해보고 싶었어요. 의자는 어항 안에서 헤엄치고 있는 배우들, 캐릭터 자신들이라고 생각했죠. 의자가 매번 다른 형태나 위치에 놓이게 돼요. 마주보고 얽히고 넘어지기도 하죠. 의자에 앉아서 진실과 내면에 부딪히는 상황, 그 진실과 내면을 회피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감정들을 의자를 통해 표현해보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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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제12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 창작 지원작 당시의 공연 사진(사진제공=딤프사무국)

 

허수현 음악감독은 “드라마가 방대하다보니 음악은 어렵지 않고 선율적으로 가려고 했다”며 “팝 발라드, 록 발라드, 세미 클래식 등을 총망라해 극에 잘 버무리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테오 역의 이창희는 “드라마가 돼야하는 상황의 적재적소에 여러 장르의 음악들이 복합적으로 쓰인다”며 “그런 음악이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감정을 끌어올린다”고 말을 보탰다.

딤프 창작지원 때부터 헤이든 로즈로 함께 했던 김려원은 “배우들에게 집중될 수 있는 무대”라며 “보는 사람들에게 긴장감과 몰입도를 선사한다”고 설명했다. 테오로 새로 합류한 이주광 역시 “굉장히 무겁게 시작해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는 배우들의 연기로만 이뤄지는 공연”이라고 동의를 표했다.

 

헤이든 역의 최미소는 “엠마의 주옥같은 대사들에 리딩 때부터 펑펑 울면서 했던 기억이 있다”며 “작은 상징들을 많이 숨겨뒀으니 관객분들도 마음 속 하얀 늑대와 검은 늑대에 대해 생각하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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