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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피아니스트 임윤찬 “이 나이에 이 산을 꼭 넘고 싶다는 의지로!” ‘쇼팽: 에튀드’

입력 2024-04-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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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찬
피아니스트 임윤찬(사진제공=유니버설 뮤직)

 

“쇼팽의 ‘에튀드’는 어려서부터 연습했던 작품이기 때문에 10년 동안 제 속에 있던 용암을 밖으로 토해내는 느낌이에요.”

19일 오전 온라인으로 기자들을 만난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표현처럼 10여년 간 그의 내면에서 들끓던 용암들은 19일 데카(DECA)와 발매한 스튜디오 앨범 ‘쇼팽: 에튀드’(Chopin: Etudes)에 담겼다. 

 

이는 2022년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Van Cliburn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 최연소 우승자로 주목받고 있는 임윤찬이 클래식 명가 데카와 함께 하는 첫 스튜디오 앨범이다. 

 

임윤찬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데카와 처음으로 발매한 스튜디오 앨범 ‘쇼팽: 에튀드’(사진제공=유니버설 뮤직)
유명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알프레드 코르토(Alfred Cortot)가 쓴 ‘쇼팽을 찾아서’(Aspects de Chopin)란 책을 읽으며 준비한 이번 앨범에는 Op.10 12곡, Op.25 12곡, 3개의 작은 에튀드까지 총 27개로 구성된 프레데릭 쇼팽(Frederic Francois Chopin)의 ‘에튀드’ 중 OP.10과 OP. 25를 합친 24곡이 담겼다.

“이그나츠 프리드만(Ignaz Friedman), 블라디미르 소프로니츠키(Vladimir Sofronitsky), 블라디미르 호로비츠(Vladimir Horowitz), 유리 에고로프로(Youri Egorov) 등 훌륭한 분들의 연주를 듣고 꼭 앨범으로 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이 산을 꼭 넘고 싶다는 제 의지에서 더 큰 영감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이 나이에 꼭 이 산을 넘고 싶다는 의지가 이 음반을 만들었죠.”

임윤찬은 쇼팽의 ‘에튀드’ 뿐 아니라 어떤 곡이든 호로비츠의 말처럼 “음표 뒤에 숨겨진 내용들을 찾아가는 과정이 힘들지만 오랜 시간을 할애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며 “저는 (음표 뒤에 숨겨진 내용) 그걸 알려고 했고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날 그날 달라지는 부분도 있어요. 그 예가 10-2번 에이 마이너(Etude No. 2 in A Minor ‘Chromatique’)예요. 일본에서 대여섯 번 정도 연주했는데 어느 날은 나방이 날아다니는 것 같고 또 어떤 날은 흐르는 느낌으로 페달을 10분의 1 정도 밟으면서 치고 싶을 때도 있었어요. 사실 곡의 느낌 보다는 24개곡의 캐릭터를 다르게 나누고 각곡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를 파악해 어떻게 연습할지가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임윤찬
데카와의 첫 스튜디오 앨범 ‘쇼팽: 에튀드’를 발매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19일 온라인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제공=유니버설 뮤직)
‘쇼팽: 에튀드’ 앨범작업에 대해 “제가 하고 싶은 여러 가지 연주를 한 다음 가장 마음에 드는 걸 골라 담았다”며 “긴장도 하나도 안하고 그냥 하고 싶은 걸 하며 기분 좋게 끝냈다”고 털어놓았다.

“제 중심은 디렉터인 존 프레이저가 굉장히 잘 잡아주셨어요. 일단 제가 연습한 걸 마음대로 쳤어요. 제가 가끔 쇼팽이 남겨놓은 텍스트에서 벗어난다 싶으면 디렉터분이 잘 잡아주셔서 균형을 맞춰 녹음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다른 음을 귀신같이 잡아내던” 존 프레이저도 변주를 인정한 트랙이 “25-9번 G플랫 메이저(Etude No. 9 in G-Flat Major ‘Butterfly Wings’)”다.

“녹음하면서 왼손 음을 완전 바꾼 마디가 있어요. 이그나츠 프리드만이 왼손으로 완전히 다르게 치는 음들이 너무 매력적이라 아예 다르게 쳐봤죠. 디렉터도 ‘너무 매력적이고 굉장히 특별한 즉흥적인 왼손 같다’고 해주셨어요. 그 부분을 굉장히 재밌게 들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와 더불어 “25-7(Etude No. 7 in C-Sharp Minor ‘Cello’), 10-2, 10-4(Etude No. 4 in C-Sharp Minor ‘Torrent’) 등도 재밌게 했다”며 “제가 원하는 대로 음악이 나오는 게 재밌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녹음을 진행한 4일 중 첫날의 가장 마지막에 진행한 25-7번은 굉장히 심취한 상태에서 녹음해 그래도 괜찮게 나온 것 같다”며 “다른 테이크도 많았는데 그 중 고르는 재미가 있었다”고 부연했다.

이 25-7은 두 마디에 7시간을 연습에 할애한 것으로도 알려진다. 이에 대해 임윤찬은 “7시간이 아닐 수도 있다. 그 두 마디를 하루 종일 생각하고 연습했지만 첫 음을 누를 때 심장을 강타하지 않으면 그건 연습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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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임윤찬(사진제공=유니버설 뮤직)

“첫 음인 솔샵(#)을 누르는데 심장을 강타하지 않으면 다음 음인 레샵(#)으로 넘어가질 못해요. 느낌이 안 살면 계속 하는 거죠. 그렇게 느낌이 살면 두 번째 음으로 넘어가고 또 반복하다가 처음과 두 번째 음을 연결해 또 반복해서 연습해요. 두음의 연결이 심장을 강타하면 세 번째 음으로 넘어가고 세개를 연결해서 심장을 강타해야 4번째 음으로 넘어가는 식이죠.”

 

이는 그가 추구하는 ‘근본이 있는 음악가’가 갖춰야할 덕목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자신이 꿈꾸는 ‘근본 있는 음악가’에 대해 임윤찬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 굉장히 깊게 깔려 있고 두려움 없는 표현을 하는 사람 그리고 굉장히 진실되면서도 예측불가능한 타이밍에 가볍게 던지는 유머가 있는 음악가”라고 정의했다.

“또 다른 하나는 연주를 했을 때 귀로 듣고 머리로 생각한 끝에 너무 좋다고 할 때가 있는가 하면 첫음을 치자마자 귀가 들을 시간도 없이 심장을 강타하는 음악이 있죠. 저는 심장을 강타해버리는 음악을 하는 분들이 ‘근본 있는 음악가’라고 생각해요. 노력으로 될 건 아니고 시대가 내린 천재, 축복받은 사람들만이 할 수 있죠. 저같이 평범한 사람은 매일매일 연습하면서 진실되게 사는 게 그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후로도 임윤찬은 마린 알솝(Marin Alsop)이 음악감독으로 있는 볼티모어교향악단과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 ‘피아노 협주곡 제2번’(Piano Concertos No. 2 C minor) 협연, 5월 루체른심포니·센다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Piano Concerto No.2 in f minor Op.21) 협연, 6월 한달여에 걸친 한국 리사이틀 투어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간다.

다음 레퍼토리로 준비 중인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골든베르크 변주곡’(Goldberg Variations BWV 988)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아직 음표 뒤 내용들을 찾아볼 시간은 부족했어요. 하지만 이 곡 역시 제가 10년 넘게 내면에서 숙성시켜왔어요. 여름부터 작업을 할 예정입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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