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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사의 찬미’ ‘일소개춘’…유에민쥔의 따듯한 조롱 ‘한 시대를 웃다’展

입력 2020-11-3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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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에민쥔
유에민쥔 ‘한 시대를 웃다’展 중 ‘세상에서 가장 슬픈 웃음’ 섹션의 ‘처형’. 2007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 출품돼 590만 달러에 낙찰된 작품으로 스페인 작가 프란시스코 고야의 ‘1808년 5월 3일의 학살’을 패러디했다.(사진=허미선 기자)

 

“저 역시 다르지 않게 느끼고 있습니다. 친구로서나 작가로서나 평화롭게 웃고 있고 심각한 경우가 별로 없거든요. 성정 자체가 순하고 술을 좋아하고 잘 웃고 사람 좋아하고…책을 많이 읽는 작가 중 한 사람이기도 하죠.”

중국 현대 미술계의 4대천왕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유에민쥔(岳敏君)에 대한 “따뜻한 조롱”이라는 평가에 대해 서울 개인전 ‘한 시대를 웃다!’(2021년 3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5, 6전시실)의 윤재갑 큐레이터는 동의를 표했다.

‘한 시대를 웃다!’의 큐레이터인 윤재갑 상하이 하우아트 뮤지엄 관장은 광주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총감독 시절이던 1995년 첫 인연을 맺은 유에민쥔의 25년지기 친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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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에민쥔 ‘한 시대를 웃다’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윤 관장의 귀띔처럼 한국에 자주 오가는가 하면 깍두기를 좋아하기도 하는 유에민쥔의 작품세계는 ‘한 시대를 웃다!’전에서 처음으로 전·후기로 나뉘어 대비를 이룬다. 윤재갑 관장은 “전기, 후기로 나눈 개념 자체가 이번 전시에 처음 도입됐다”며 “유에민쥔도 모른다”고 웃었다.

전시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웃음’(The Saddest Laugh in the World), ‘한 시대를 웃다’(A-Maze-Ing Laughter of Our Times), ‘死의 찬미-죽음을 기억하고 삶을 사랑하라’(The Praise of Death-Memento Mori, Carpe Diem!, 이하 사의 찬미), ‘조각광대’(Slapstick Comedy), ‘일소개춘 一笑開春-한번 크게 웃으니 온 세상이 봄이다!’(이하 일소개춘) 다섯 개 섹션과 유에민쥔의 작품을 도예가 최지만, 전통 방식의 판화공방 P.K 스튜디오가 콜라보한 ‘스페셜 존’으로 구성된다. 

 

유에민쥔
유에민쥔 ‘한 시대를 웃다’展 중 ‘死의 찬미-죽음을 기억하고 삶을 사랑하라’ 섹션에서 만날 수 있는 후기작품 ‘기사회생’(왼쪽)과 ‘눈빛’(사진=허미선 기자)

 

윤재갑 관장이 “자신이기도 한, 끊임없이 웃은 얼굴이 아바타처럼 무수히 반복되는 것이 두드러지는 형식적 특징”이라는 전기 작품들에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충돌하던 중국을 고스란히 관통하며 체화한 작가 유에민쥔의 트레이드마크인 자조적 웃음과 냉소가 담겼다.

이 섹션에서는 자본과 권력, 폭력 앞에 그저 쉼 없이 웃을 수밖에 없는 현실과 2007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 출품돼 590만 달러에 낙찰된 1995년작 ‘처형’도 만날 수 있다. ‘처형’은 당시 중국 현대미술 최고 경매가를 갈아치운 작품으로 스페인 작가 프란시스코 고야의 ‘1808년 5월 3일의 학살’을 패러디했다. 

 

유에민쥔
유에민쥔 ‘한 시대를 웃다’展 ‘조각광대’ 섹션 중 ‘웃음이 웃음이 아니다’ 앞에서 전시에 대해 설명 중인 큐레이터 윤재갑 상하이 하우아트 뮤지엄 관장(사진=허미선 기자)

 

윤재갑 관장이 “눈여겨볼 만하다”고 꼽은 ‘사의 찬미’와 ‘조각광대’ ‘일소개춘’은 해골과 웃음을 결합한 삶과 죽음, 인간 사회, 거대 청동 조형물에 빗댄 풍자와 비판 등을 다룬 후기 작품이다.

윤재갑 관장은 “유에민쥔의 트레이드마크인 웃음으로 대표되는가 하면 아방가르드하고 아나키스트적으로 이념과 이데올로기, 자본주의 등을 비판하던 전기에 비해 해골, 콜라주, 바이러스 등을 소재로 한 후기 작품들은 주목받지 못한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웃음은 위대하고 죽음은 영광이다’(2012), ‘기사회생’(2014), ‘눈빛’(2013), ‘뼈’(2014), ‘바라보다’(2012, 이상 사의 찬미), ‘웃음이 웃음이 아니다’(2012), ‘짐승같은 인간’(2016, 이상 조각광대), ‘부상화’ ‘백합’(2020), ‘하늘 가득히 퍼지다’ ‘태어날 때부터 존재하는 것’(2016), 2019~2020년 작업된 ‘콜라주’ 시리즈(이상 일소개춘) 등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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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에민쥔 ‘한 시대를 웃다’展 중 후기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일소개춘 一笑開春-한번 크게 웃으니 온 세상이 봄이다!’ 섹션(사진=허미선 기자)

 

삶과 죽음, 인간과 짐승, 꿈과 현실, 나타남과 사라짐, 웃음과 슬픔 등 극과 극처럼 보이는 것들을 유에민쥔은 ‘일여’(一如)와 ‘일화’(一花)로 승화시킨다. 생사, 웃음과 슬픔, 선악 등 순환되고 변화돼야 마땅할 것들은 ‘인간’의 욕망, 인간 중심주의로 맥이 끊기는가 하면 비극으로 치닫는다.

작품 속에서 꽃이 되고, 바이러스가 되고, 레닌·이탈리아의 극작가이자 언어학자인 조르지오 트리시노가 된 유에민쥔에 의해 인간 중심주의가 만들어낸 환경오염, 인간이 숨 쉴 때마다 공기 속으로 퍼져가는 바이러스 등 우주의 모든 것들은 하나처럼 순환하고 변화를 모색한다.

윤재갑 관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인간 중심주의를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에 집중한다”며 “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바이러스와 공존할 것인지, 또 어떻게 우주적인 존재와 교감하고 어떻게 꽃·동물과 같이 살아갈 것인지에 방점을 뒀다”고 전했다. 

 

유에민쥔
유에민쥔 ‘한 시대를 웃다’展 중 전시장 마지막의 스페셜 존(사진=허미선 기자)

 

유에민쥔 개인전 ‘한 시대를 웃다!’의 주관·주최사인 XCI의 노마 아트디렉터는 “차이나 아방가르드, 해학적 혁명가, 억대 그림값의 작가 등 캐릭터성 아우라 보다는 인간의 감정과 자연을 얘기했던 작가 유에민쥔의 진정한 매력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기회의도를 밝혔다. 이어 “중국미술이나 4대천왕, 작품값 등 보다는 인간과 자연, 감정, 웃음 등에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윤재갑 관장은 “애초 유에민쥔이 내한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무산돼 아쉽다”며 ‘웃음’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어느 때보다 웃음이 필요한 시대죠. 이 전시를 통해 우리에게, 모든 세상에 걱정은 사라지고 웃음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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