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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러시아산 원유금수조치…국내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입력 2022-03-09 22:06 | 신문게재 2022-03-1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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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연합뉴스)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금지를 결정하자 러시아가 자국 제품 수출 금지로 맞불을 놓으면서 국내 산업계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23.7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제재 조처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를 발표해 국제 유가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세계 2위 원유 수출국인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계속될 경우 국제 유가는 200달러까지 넘어설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고정 지출 중 약 30%를 유류비에 사용하는 항공사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연료비는 1조8000억원으로 전년(1조 2474억원)보다 44.3% 늘었다. 대한항공은 연간 3000만 배럴을 급유에 사용해, 항공유가가 1달러 오르면 3000만달러의 손해를 보게 된다.

물론 항공사는 저유가일 때 항공유를 미리 구매하며 유가 변동의 위험성에 대비한다. 하지만 국제선은 현지에서 연료를 주입해야 해서 비축유 사용이 불가능하다. 고유가 기조가 장기화할 경우 수익성 악화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여객사업이 활발하면 국제유가 상승분을 유류할증료로 충당할 수 있지만, 코로나로 이마저도 힘든 상황”이라며 “고유가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실적악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운항원가 중 20%를 연료비가 차지하고 있어 유가 상승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의 경우, 2020년 기준 연료 사용액은 5000억원이었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 연료 사용액은 6800억원을 기록했다.

정유 업계의 경우 유가 상승 시 단기적으로는 재고 평가 이익이 높아지나, 고유가가 장기화하면 오히려 석유 제품 수요가 위축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국내 정유사들이 수익 지표로 삼는 싱가포르 복합 정제 마진은 이달 첫째 주 배럴당 평균 5.7달러로, 전주 대비 1달러 이상 내렸다.

원유에서 추출되는 나프타가 기초 원료인 석유 화학 업계도 깊은 고민에 빠졌다. 유가 급등으로 나프타 현물 가격도 지난주 t당 1023달러로, 전주보다 26.9%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분을 당장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쉽지 않은 데다, 반영하더라도 모두 전가할 수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작년에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던 철강 업계도 비용 부담 우려가 커졌다. 업계는 연료비 연동분을 반영하는 전기 요금제에 따라 유가 상승 시 고정 비용도 올라가는 구조다. 따라서 전기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철강사들의 에너지 비용이 대폭 늘 전망이다. 그러나 업계는 당장 전기로 가동률을 조절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어 근심하는 분위기다.

러시아의 자국 제품 수출 금지로 원자재 가격 역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K-배터리’가 비상이다. 특히 배터리의 주 원재료인 니켈의 가격이 이날 장 중 한때 t당 5만5000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일 대비 90% 가까이 폭등한 수치다.

자동차 업계 역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전기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 전기차 가격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40% 정도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생산 비용의 70~80%가 원자재 비용임을 고려하면 전기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고, 가격이 오르면 전기차 수요도 줄어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박민규·김아영 기자 miminq@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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