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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장애인은 우리의 동료… 사회 인식 바뀌어야"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사회적기업 '향기내는사람들' 이민복 공동대표
“수줍음 많던 장애인 직원들, 마음 열고 다가올 때 기적이라 느껴”

입력 2023-10-30 07:00 | 신문게재 2023-10-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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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즈빈스 이민복 공동대표(사진=이철준PD)

 

“사회적 기업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쫓아야 한다. 비정부기구(NGO)의 속성을 가지면서도 기업의 치열함을 놓쳐선 안 된다. 취약 계층에게 서비스나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목적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2008년 시작된 사회적기업 ㈜향기내는사람들 이민복 공동대표의 말이다.

사회적기업이란 취약계층에 사회서비스나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을 말한다.

이민복 공동대표는 “사회적 기업은 NGO가 아닌 기업과 경쟁하는 곳”이라며 사회적 가치와 기업 경쟁력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화두를 던졌다. 항상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되, 일반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치열하고 프로답게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운영하는 향기내는사람들은 카페, 컨설팅, 커피 스쿨, 커피차 등의 사업을 통해 장애인 전문가를 양성해 함께 일하는 문화를 만드는 기업이다. 그중에서도 향기내는사람들의 커피브랜드 ‘히즈빈스’의 핵심 인력은 장애인이다. 다양한 지역에 있는 히즈빈스 매장에서 근무하는 장애인 바리스타들이 매일 커피를 내린다.


◇ 일자리 필요한 장애인, 히즈빈스 ‘바리스타’로 사회와 소통

 

히즈빈스에서 커피를 제조하고 있는 바리스타.(사진=히즈빈스
히즈빈스에서 커피를 제조하고 있는 바리스타.(사진=히즈빈스 홈페이지)

 

히즈빈스는 2009년 1호점인 한동대점을 오픈한 이후 현재 국내외에 31개의 지점을 두고 있다. 히즈빈스에서 근무하는 장애인 바리스타는 약 120명이다. 연말이 되면 히즈빈스 매장은 34개, 장애인 바리스타는 140여 명이 된다.

히즈빈스 매장은 기업의 장애인 고용의무에 따라 주로 기업 내에 들어선다. 이 대표는 “신규 매장 개설이 확정되면 장애인고용공단, 장애인 복지기관 등의 도움을 받아 지원자들로부터 이력서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때 히즈빈스가 가장 눈여겨보는 것은 일을 능숙하게 하는 역량이나 경험이 아닌 ‘일에 대한 의지’다. 바리스타 일을 잘하는 사람을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커피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일하려는 의지가 드러나는 지원자는 향후 역량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채용한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정신장애인(조현병·양극성장애·반복성 우울장애 등)의 경우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지, 혹은 치료가 아닌 일터가 필요한지를 집중적으로 살핀다. 이력서 검토와 면접, 사회복지사와의 소통을 거쳐 최종적으로 채용되면 히즈빈스 일원으로 근무하게 된다.

히즈빈스는 고객에게 양질의 커피 맛도 선사한다. 8단계로 이뤄진 장애인 특화 교육 커리큘럼을 통해 전문가로 키워내는 것이 비결이다. 먼저 히즈빈스 바리스타는 가치교육과 직무 이론 교육을 받은 뒤 위생·청결교육, 서비스 및 고객응대, 현장 직무 매뉴얼, 현장 직무 실습, 현장 실습 및 최종평가, 가상현실(VR)·게임 교육을 순차적으로 받는 과정을 거친다. 히즈빈스는 커피 매장과 함께 로스팅·디저트 공장도 운영해 신선한 원두와 디저트 맛을 보장한다.

히즈빈스 각 매장에는 장애인 바리스타를 돕는 비장애인 매니저도 있다. 이들은 주로 장애인 바리스타들의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하는 등 조력자 역할을 한다. 이 외에도 히즈빈스는 비장애인 전문 관리자를 포함한 ‘7인 지지자 시스템’을 갖춰 장애인 직원의 개인적인 어려움이나 직무상 문제가 발생할 때 즉각 대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장애인 직원(정신장애인)의 근속기간도 눈에 띈다. 히즈빈스 장애인 직원의 90%는 평균적으로 3년 반 정도 근속한다. 장애인 고용은 물론 관리에서도 전문성을 갖췄다는 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대표가 꼽은 히즈빈스만의 매력은 따로 있다. 이 대표는 “히즈빈스의 구성원들은 대부분 자기 회사를 사랑한다. 우리 회사가 하는 일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고 있고 자랑스러워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앞으로도 회사와 자기 일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구성원들로 붐비는 히즈빈스를 꿈꾼다고 했다.

또 이 대표는 처음엔 대부분 수줍어하던 히즈빈스의 직원들이 점차 마음을 열고 변화하는 모습이 보일 때 행복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보통 정신장애인들은 자존감이 높지 않은 편인데, 히즈빈스에서 일하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을 열고 다가와 주는데 이게 바로 기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위기 딛고 나니 올해 매출만 50억원 이상…“어려웠던 만큼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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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즈빈스 이민복 공동대표(사진=이철준PD)

 

히즈빈스가 30개가 넘는 매장을 내기까지 숱한 위기도 있었다. 히즈빈스 매장이 많았던 포항에 2017년 지진이 강타했고, 2020년엔 코로나19로 일부 매장 운영이 어려워지기도 했다. 향기내는사람들의 창업주인 임정택 대표의 건강상 이유로 최근 2년간 공백이 생겼던 점도 위기였다.

하지만 위기는 히즈빈스와 이 대표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 대표는 “회사가 어려웠던 시기엔 구성원들도 힘들어했지만, 꿋꿋하게 위기를 극복해 나가려고 노력해 준 덕분에 그만큼 회사도 성장할 수 있었다”며 직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어 “히즈빈스는 2020년 22억원에서 이듬해 27억원, 지난해 36억원까지 매출이 성장했고 올해는 55억원 정도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히즈빈스 구성원과 매장이 확대될수록 직간접비나 크고 작은 변수도 늘어날 테지만, 구성원들과 함께 극복해 나가겠다는 것이 이 대표의 각오다.


◇ “장애인 고용 창출 확대, 사회적 인식부터 바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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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향기내는사람들 이민복 공동대표(사진=이철준PD)

 

히즈빈스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데 기여하고 있다. 히즈빈스 매장이 운영되고 있는 다양한 기업이나 병원에서는 장애인 바리스타와 고객들이 친구가 된다. 고객들은 직원들의 안부를 묻고, 음료가 다소 늦게 나와도 이해하고 기다린다. 이 대표는 이러한 모습들이 조직문화나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사회의 인식이 변화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장애인 경제활동 실태조사’ 결과만 봐도 정신장애인의 고용률은 11.3%로 전체 15개 장애유형 중 가장 낮았다.

또한 현행법에 따르면 상시근로자 100인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민간사업주는 전체 근로자의 3.1%를 장애인 근로자로 구성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의무고용률을 채우지 못한 공공·민간 사업체가 지난해 납부한 고용부담금 규모는 8500억원이 넘었다. 전년과 비교해도 약 10% 증가한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장애인은 미고용 시 벌금을 내야 하는 부담스러운 대상이 아니라 얼마든지 함께 일할 수 있는 동료”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기업에서 장애인에게 맡길 일을 마땅히 찾지 못하거나, 채용해도 관리가 부담스러워 그냥 고용부담금을 납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어릴 때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생활하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보니 장애인들 스스로도 사회에 나오거나 노출되기를 부담스러워하는 것”이라며 사회적 인식 변화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향기내는사람들은 지난 6월 기술창업교육회사 퍼센트와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고용기회 확대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끝으로 이 대표는 ‘위대한 회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가 말하는 위대한 회사는 매장 100개, 매출 100억원을 찍는 게 아닌 세상을 바꾸는 회사다. 이 대표는 “성공해서 혜택을 누리는 대신, 타인을 이롭게 하려는 회사가 위대한 것”이라며 “단단하면서도 가치 중심적인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도수화 기자 do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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