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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액션 싫다'던 지창욱, 이렇게 잘 하면 시즌2 가야죠!

[人더컬처] 디즈니+ '최악의 악' 지창욱
"가장 애정하는 작품 뽑으라면 무조건 '이 작품' 할래요"

입력 2023-11-13 18:30 | 신문게재 2023-11-1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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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창욱은 ‘최악의 악’에 대해 “총천연색의 누아르”라고 표현했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동료 선후배가 봐도 ‘고생’이 보이나 보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최악의 악’을 본 지인들은 “재미있더라”는 말 다음으로 하나같이“고생 좀 했겠는데…”라고 했단다. 누군가는 언더커버(첩보) 장르가 너무 뻔하다고 하지만 이 작품은 다르다.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중-일 마약 거래의 중심 강남 연합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경찰이 조직에 잠입해 수사하는 과정을 그린 누아르로 풀어냈다. 어둠으로 치자면 동트기 직전. 영화 ‘무간도’ ‘신세계’와는 사뭇 다른 인간의 가장 어두운 지점을 작심하고 파고든다.

지창욱은 마약 수사를 위해 위장잠입한 경찰 준모 역을 맡아 극중 보스 기철(위하준)의 의심을 확신으로 이끌며 극을 이끈다. 여기에 기철의 첫사랑이자 자신의 아내인 의정(임세미)이 엮이면서 ‘최악의 악’은 끝으로 질주한다. 

 

최악의 악
‘최악의 악’은 공개 2주만에 한국 1위를 차지한데 이어 일본, 홍콩, 터키 등 현재까지 공개된 6개국에서 TOP10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사진제공=디즈니+)

로맨스에서 치정 그리고 배신과 음모까지 더해진 긴 서사에 대해 지창욱은 “과정은 고통이었는데 되돌아보니 재미있었던 기억뿐”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사실 ‘더 K2’ 이후 액션을 다신 안 하려고 했는데 어느새 ’최악의 악‘을 위해 액션 스쿨에 다니고 있더라고요. (웃음) 무엇보다 제 첫 누아르 도전작이라는 점에서 분명 숙제의 느낌이 강했습니다. 캐릭터에 대한 집중과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 힘들었다면 ‘최악의 악’ 속 인물 간 관계가 흥미로웠기 때문에 즐겁게 촬영했죠.”  

 

보기만 해도 어려운 문제집이었는데 다 풀고나니 유독 뿌듯했던 감정의 기억이 지창욱의 표정에서 읽혔다. 후반부 중국 마약공장 유통의 핵심인 해련(김형서)이 등장하며 몸과 마음이 따로인 사각관계의 시작은 지창욱을 더욱 몰아 붙였다. 

 

“내적갈등이 잘 보여지길 원했다. 드라마 주인공으로 가져야 하는 도덕적 관념을 배제시키는 게 나의 몫이라고 봤다”는 말로 치열했던 현장을 표현했다.

“저는 준모가 무너져가는 과정 그리고 사람의 욕심과 자격지심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연기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늘 표정이 묘하고 결국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사람의 모습이랄까.”

지창욱의 말대로 ‘최악의 악’은 시리즈물로서 인물들의 관계를 깊이 조망한다. 의상 역시 다른 언더커버물이 지닌 무채색이 아닌 화려함 그 자체다. 그는 “형광색 멜빵 바지를 입은 불량서클의 느낌이다. 전혀 안 어울릴 거라 생각한 것들이 탈색돼 묘하게 어울리는 지점들이 있다”며 작품이 가진 차별성을 강조했다. 이어 “나 또한 자존감이 높지 않고 콤플렉스가 있어서인지 이 역할이 가진 원초적 본능이 이해가 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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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한 시골형사였던 준모는 ‘두계급 특진’이라는 달콤한 미끼와 기철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마약거래,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 이에 지창욱은 “마약 카르텔 보스인 기철보다 더한 악행을 하는 후반부를 보면 세련된 외형이 돼 있다”며 인간의 양면성을 짚었다. (사진제공=디즈니+)

 

“그가 가진 피해의식과 열등감, 승진에 대한 욕심이 시나리오때부터 눈에 밟혔어요. 대대로 경찰인 처가의 힘이 막강하고 심지어 아내도 서울청 보안과 엘리트잖아요. 마약중독자 아버지를 둔 시골 강력반 형사의 욕망이 처절하게 담겨있어서 더욱 끌렸던 것 같아요.”

기철을 그저 ‘목표’로만 보는 준모를 연기했지만 ‘성당누나’였던 첫사랑을 바라보는 보스의 눈빛을 의식하는 남편의 심리는 같은 남자가 봐도 흥미로웠다. 그는 “심지어 내가 몰랐던 나의 표정이 나오더라”며 배우로서의 기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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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존감을 일부러 높일 이유는 없다고 본다.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면 긍정의 시너지가 나온다는 걸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미소지었다.(사진제공=디즈니+)

“평소의 제 연기톤보다 훨씬 진하고 어두웠어요. 가만히 보면 신혼집인데도 마냥 행복하기보다 좀 가라앉은 인테리어가 눈에 띄실 거예요. 조명, 미술, 편집, 분장 등에 정말 많이 공을 들인 작품이란 걸. 그래서 공개 후 ‘MZ누아르’라는 평가가 나온 것 같아요. 사실 제가 그 세대가 아니라서 그런지 그 말이 유독 기쁘게 와닿던데요?”  

 

지창욱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유독 실험적이거나 과하게 대중적인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독립영화 ‘슬리핑 뷰티’에서 출발해 드라마 ‘무사 백동수’ ‘웃어라 동해야’와 뮤지컬 ‘쓰릴 미’ ‘그날들’까지 유망주에서 대세배우로 자리잡기까지 도전을 거듭했다.

특히 ’기황후‘에서 보여준 질투에 눈 멀어 광기를 드러내는 황제 역할은 그가 꽃미남 스타에 안주하지 않고 연기적 스펙트럼에 집중하고 있음을 여실히 증명했다. 

 

“군대에서 처음 본 연애 관찰예능을 보고 충격 받았다. 이렇게 재미있는데 배우는 뭘 해야할까 싶더라”는 그는 “카메라 앞에서 대중을 속이지 말자가 모토가 됐다”고 말했다.

최근 대선배인 유오성과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를 촬영 중이라는 지창욱은 “도대체 ‘친구’를 몇번이나 봤는지 모른다. 내가 몸과 마음을 모두 이용해서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할 때마다 ‘관객들이 의심해도 끝까지 가보는거야’라며 응원해 주시는 분”이라며 남다른 인연을 전했다.

“사실 액션이 너무 하기 싫거든요.(웃음) 이상하게 아이디어는 샘솟아요. 극 중 칼을 입에 물고 나온다거나 아킬레스 건을 끊는 건 원래 시나리오에는 없었어요. 의견을 말씀드렸더니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사실 ‘최악의 악’을 찍고 나서는 좋은 캐릭터와 글이 있으면 액션이라도 할 것 같아요. 참 사람마음이란….”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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