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정치 · 정책 > 정책

[기후위기 속 장애인⑫] ‘제로웨이스트’ 정착 에든베러…장애인에도 세심한 배려

에든버러, 제로웨이스트 매장 ‘Weigh to go’·‘The Body Shop’ 방문
“장애인, 노인, 어린이도 ‘NO플라스틱’ 관심 많아 참여할 방법 구상”

입력 2023-11-20 07:00 | 신문게재 2023-11-20 13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수정
지난 9월 18일(현지시간) 방문한 에든버러 제로웨이스트샵 ‘웨이투고’(Weigh to go) (사진=이정아 기자)

 

“파스타 면을 가져가려면 밑에 있는 스쿱으로 떠서 킬로그램(kg)에 맞게 돈을 내면 돼요. 요리에 필요한 허브나 월계수, 파슬리 그리고 올리브 오일은 저쪽에 있으니 편하게 보세요. 그런데, 가져갈 용기는 어디에 있나요?”

지난 9월 18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크라이턴 27번가에 위치한 ‘웨이투고’(Weigh to go). 오전 10시에 문을 여는 이곳은 아침부터 식료품을 사러 온 손님들로 가득했다. 저마다 한 손에 유리 병 또는 음식을 담아갈 통을 들고 있었다.

‘웨이투고’의 원칙은 리필(refill)이다. 견과류, 허브, 향신료, 곡물, 우유, 올리브오일 등의 식자재부터 세제, 섬유유연제, 화장실 세정제, 샴푸, 바디로션, 천연비누 등 까지 다양한 순환형 가정용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P20230918_103132109_4FA923D1-1AF9-4F6E-A2DF-2772B29CFB7A
지난 9월 18일(현지시간) 방문한 에든버러 제로웨이스트샵 ‘웨이투고’(Weigh to go) (사진=이정아 기자)

 

내부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곧 없는 물품을 찾을 수 있다. 바로 물건을 담아갈 수 있는 비닐봉지와 포장이 된 플라스틱 용기다.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본인이 산 물건을 본인이 직접 담아가야 한다.

고체가 아닌 액체 형태의 물건도 마찬가지다. ‘웨이투고’에서 제일 인기 있는 제품 중 하나인 코코넛 바디 워시는 1리터(L)당 7.50파운드(GBP). 이 바디워시를 쟁취하려면 담아갈 통은 필수다.

‘웨이투고’의 직원 로버트(Robert)는 “에든버러에는 우리처럼 플라스틱을 지양하고 리필, 재사용을 추구하는 샵이 많다”며 “취지가 명확하고 샵 운영 기간도 길다 보니 손님들도 플라스틱 요청보다는 본인들이 스스로 용기를 가져오고 있다”고 전했다.

스코틀랜드에는 ‘제로웨이스트’(zero waste)가 곳곳에 정착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의 목표는 쓰레기 배출을 ‘0’, 즉 제로에 가깝게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일상에서는 비닐봉투, 일회용 컵 등 새로운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을 금지하고 이미 생산된 물품을 재사용 함으로써 쓰레기를 줄이고 있다.

 

수정3
지난 9월 18일(현지시간) 방문한 에든버러 ‘더바디샵’(The Body Shop) (사진=이정아 기자)

 

에든버러 제임스 스퀘어(James Square)에 위치한 ‘더바디샵’(The Body Shop) 또한 대표적인 제로웨이스트 매장이다. 같은 날 방문한 ‘더바디샵’ 입구에는 리필·리유즈·리사이클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더바디샵’은 포장 패키지의 70% 이상을 재활용할 수 있는 소재로 제작하고 있으며 매장 한편에서는 상품 공병을 수거하고 리필이 가능한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만약 비닐봉투를 요청한다면 종이봉투를 추천한다.

이본(Yvonne) 더바디샵 제임스스퀘어 점장은 “‘더바디샵’은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대해 몰두하고 있다. 1990년대에는 이미 분해되는 비닐봉투를 제작하기도 했다”며 “플라스틱을 재사용하기 위해 샴푸와 컨디셔너 모든 병의 포장재에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에든버러에서는 이미 생산된 플라스틱을 다시 재활용하는 문화가 정착됐다. 동시에 ‘제로웨이스트’ 사각지대인 장애인에 대한 고민도 함께 시작됐다.

 

P20230918_100204347_EF64E53B-10D8-46F9-B63C-50FCCE834B20
지난 9월 18일(현지시간) 방문한 에든버러 ‘더바디샵’(The Body Shop)에서 이본(Yvonne) 더바디샵 제임스 스퀘어 점장(왼쪽)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정아 기자)

 

로버트는 “‘웨이투고’에서도 장애인, 노인, 어린이 등 신체적 취약계층이 물건을 담아가기 위해 플라스틱을 요청할 때가 많다”며 “우리는 이들이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제로웨이스트에 참여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례로 ‘웨이투고’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위해 종이봉투를 비치하거나 에코백을 팔고 있다”며 “손님들이 가져오는 플라스틱 가방 등을 보관하고 있다가 필요한 사람에게 줄 때도 있다. 우리의 목적은 환경을 위해 플라스틱을 재사용하자는 것이지 취약계층을 무시하면서까지 완전히 금지하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본 또한 “‘더바디샵’에서는 비닐봉투를 요청할 경우 종이봉투를 먼저 권유한 후 신체적 장애인 등 꼭 필요한 경우에만 분해할 수 있는 비닐봉투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바디샵’은 장애 친화 매장으로 정책상 계단이 없고, 통로가 넓고, 계산대도 데스크 높이가 낮은 장애인 계산대를 별도로 설치해야 한다”며 “이는 ‘리필 스테이션’에도 반영돼 장애인을 배려하는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에든버러(스코틀랜드)=이정아 기자  hellofeliz@viva100.com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