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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속 장애인⑬]“에코에이블리즘은 명백한 차별… 환경정책, 장애인과 함께해야”

[인터뷰] 맨디 리틀우드 헤리엇와트 대학 교수
에든버러서 ‘에코에이블리즘’ 첫 공공연구 주도

입력 2023-11-20 07:00 | 신문게재 2023-11-2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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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디 리틀우드(Mandy Littlewood) 헤리엇와트 대학(Heriot-Watt University) 교수 (사진=이정아 기자)

 


기후위기의 대응책으로 부상한 친환경적인 생활방식이 장애인 등 건강 취약계층에 차별을 가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환경정책 논의 과정에서 장애인이 제외되는 ‘에코에이블리즘(Eco-Ableism)’ 현상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맨디 리틀우드 해리엇와트 대학 교수는 지난 9월20일(현지시간) 헤리엇와트 대학에서 <브릿지경제>와 만나 “한국은 새로운 친환경제도를 제정하려는 과정에서 장애인 등 개인이 겪는 잠재적 차별 문제를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지난해 6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Single use plastics ban) 법안이 통과됐다. 영국 국가 중 최초로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한 것이다. 이 법안은 6개월의 계도 기간을 거친 뒤 올해 1월부터 시행됐다.

이 과정에서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생활 방식이 장애인 등 건강 취약계층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아보고자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맨디 리틀우드 교수다.

맨디 교수를 포함한 헤리엇와트 대학 연구진은 이러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작년 8월 웨스트로디언 도서관 및 카르모디언 더 어빌리티 센터와 협업해 ‘에코에이블리즘’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스코틀랜드에서 이뤄진 첫 공공연구인 것이다.

맨디 교수는 “현재 친환경적인 생활 방식에 대한 논의는 학교부터 지역사회 단체, 기업, 정책 결정자까지 다양한 공동체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며 “그러나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은 대화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구 과정에서 장애인이 ‘에코에이블리즘’을 경험한 사례가 전방위적으로 나타났다며 장애인들이 친환경적인 생활방식에 적응하지 못했을 때 느끼는 죄책감이 높다고 주장했다.

맨디 교수는 “장애인들은 종이로 식품을 포장하는 작은 독립 가게들을 이용하지 않고 온라인 쇼핑이나 대형 마트를 이용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일부 사람들에게는 재활용을 하기 위해 용기를 씻는 것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그러면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재활용품을 버릴 때 친구나 이웃과 함께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쓰레기통은 매우 무겁고 장애인의 눈높이에서 높게 설치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었다”며 “결국 버리기 쉬운 플라스틱에 담긴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에코에이블리즘’은 사회 전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공공연구에 참여한 이들은 온실가스 감축 정책으로 이동권 보장이 축소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디젤경유차에서 전기자동차로의 전환 정책이 큰 장벽으로 다가온다는 의견이다.

“또 장애인은 자동차에 휠체어 탑재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이 기준을 충족하는 전기차는 아직 생산되고 있지 않다”며 “개인용 자동차를 제한하고 대중교통을 늘리자는 정책이 ‘에코에이블리즘’의 대표적 사례”라고 덧붙였다.

맨디 교수는 “다행히 스코틀랜드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 제외 대상에 장애인 등 건강 취약계층이 포함됐다”면서도 “자원이 필요한 사람이 더 많은 자원을 사용한다고 해서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정책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환경 정책이 설계되거나 변경될 때 그러한 방식이 장애인에게 어려움을 주지 않는지 고려해봐야 한다”며 “결국 장애인들이 원하는 건 평등한 대우를 받고자 하는 것이다. 이 부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에든버러(스코틀랜드)=이정아 기자  hellofeliz@viva100.com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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