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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에 쫓기며 결혼·출산 포기하는 청년들…한은 “이대로면 2050년 추세성장률 마이너스”

입력 2023-12-0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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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자 수 3개월째 증가 폭 확대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설치된 일자리 정보 게시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고 늙어가는 극단적인 우리나라 인구구조에 대한 한국은행의 경고가 나왔다. 초저출산·초고령사회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2050년대 추세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3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황인도 거시경제연구실장 등 연구팀이 공개한 경제전망보고서 ‘중장기 심층연구-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에 따르면 청년들이 경쟁에 쫓기고 고용·주거·양육에 불안함을 느끼면서 결혼과 출산을 포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81명(2021년 기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최저 수준이며, 홍콩을 제외하면 세계 최저다. 지난 2002년 이후 20년 이상 초저출산을 기록하고 있다. 인구 1000만 명 이상 국가 중 유일하다. 인구 고령화 속도도 전 세계(217개국) 1위다.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성장과 분배의 두 바퀴로 달리는 경제에 문제가 생긴다. 오는 2050년대에 마이너스 추세성장률을 기록할 확률이 68%다. 성장이 없으니 분배도 악화된다.

인구구조가 고령화되는 원인은 저출산 기여도가 약 70%, 기대수명 연장 기여도가 약 30%로 저출산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은이 고령화 근본 원인인 초저출산을 심층분석한 결과, 청년들이 체감하는 높은 경쟁압력과 고용·주거·양육에 대한 불안이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한국갤럽을 통해 전국 25~39세 청년 남녀 2000명(미혼자 1000명, 무자녀 기혼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경쟁압력 체감도가 높을수록 희망하는 자녀수도 적었다. 경쟁압력이 높은 집단의 평균 희망자녀수는 0.73명으로 경쟁압력이 낮은 집단(0.87명)에 비해 0.14명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이 심한 환경에서는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느라 출산을 기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주택마련에 걸리는 기간, 준비 정도를 감안한 ‘주거불안’ △취업을 못하거나 비정규직인 ‘고용불안’ △자녀에 대한 금전적 지원의무감이 강한 ‘양육불안’ 등의 경우에도 결혼의향과 희망자녀수가 낮았다. 미혼이거나 무자녀인 사유를 미혼자 및 무자녀 부부에게 질문한 결과 당사자들은 ‘결혼하고 싶지만 취업·생활안정·집마련 등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양육비가 부담되서’ 등 어려운 여건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16개 시도별 패널자료 분석에서는 주택전세가격과 함께 인구밀도가 출산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객관적인 통계로 보더라도 우리나라 청년들은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지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소득여건도 악화된 것으로 확인된다. 15~29세 고용률은 2022년 46.6%로 OECD 평균(54.6%) 보다 크게 낮다. 청년층 취업 준비기간도 장기화되고 있고, 이에 따라 결혼도 늦춰지고 있다. 15~29세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2003년 31.8%에서 지난해 41.4%로 9.6%포인트 증가했다. 임시직 근로자 비중은 27.3%(2022년 기준)로 OECD 34개국 중 네덜란드(27.7%) 다음으로 높아 고용안정성이 좋지 않다.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 위한 취업경쟁은 심화되고, 이에 따라 취업 스트레스를 느끼는 청년이 늘고 있다. 경제적 상황도 MZ세대 연령대(24~40세)의 근로소득 증가세는 타연령대 보다 상대적으로 부진한 반면 부채는 급증했다.

만일 △GDP 대비 가족 관련 정부지출 규모 △육아휴직 실 이용기간 △청년층 고용률 △도시인구 집중도 △실질주택가격 등 우리나라 출산 여건이 OECD 34개국 평균 수준으로 개선될 경우, 합계출산율은 OECD 평균 수준으로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고용·주거 불안과 경쟁압력을 낮추기 위한 정책이 절실하다”며, “우선 양질의 일자리 부족과 그에 따른 경쟁압력을 완화하기 위해선 신성장 산업을 육성하고 특히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는 한편 기회 다원주의 모델로 나아가 경쟁압력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출산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주택가격을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안정화하고, 이와 긴밀히 연관된 가계부채 문제의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고 보았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족관련 지원 예산 비중이 1.55%(2020년 기준)로 OECD 34개국 평균(2.2%)에 크게 못 미치는 만큼 지원예산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높일 것도 제안했다.

OECD 최하위권의 육아휴직 이용률을 제고하고, 부모 및 법률혼 중심의 정상가정 위주 지원체계를 다양한 가정형태에 대한 제도적 수용성을 제고하는 등 아이 중심 지원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황인도 한은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이 같은 정책노력을 통해 출산율을 약 0.2명 만큼 올릴 경우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40년대 평균 0.1%포인트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시산된다”며 “청년의 어려움을 덜기 위한 정책적 지원과 노동시장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구조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성장잠재력 약화 문제를 완화해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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