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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통찰의 비대칭

입력 2023-12-27 14:03 | 신문게재 2023-12-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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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국내 유수 증권사의 사장을 지냈고 40년을 필자와 자본시장에서 함께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다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모 인사가 최근 다음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이제 미래학 연구자로 살아가겠다”고 했다. 그는 정계를 떠나면서 왜 미래학을 새 삶의 주제로 삼았을까. 자본시장을 떠나 20년을 자본시장 교수로 일한 필자 역시 대학 퇴직 무렵에는 미래학회의 일원이 되어 있었다. 이렇듯 주가의 연구는 바로 미래에 대한 통찰력의 도전이다.

막바지의 2023년 국제증시가 야릇하다. 투자 재료에 앞선다는 수급 환경을 보면, 미국 국채에만 투자해도 4%가 나오는 안전 상품이 엄연하다. 주가수익비율이 천정인 고가의 기술주를 사상 최고가에서 매수하려는 대기자들이 줄을 선다. 빅 테크 대표주인 매그니피션트(magnificent) 주식 7개만 합쳐도 시가총액이 1경원을 넘는다. 이들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가의 문턱을 오르내린다. 이런 일들이 까닭 없는 신기루겠는가.

평소 존재감을 드러내기 좋아하는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 같은 이는 뭐가 심사에 뒤틀렸는지 “곧 대폭락장이 온다”며 어깃장을 놓고 있다. 체질적인 비관론자 ‘닥터 둠’ 루니엘 루비니 전 뉴욕대 교수도 대붕괴의 날을 예견하며 독설을 퍼붓는다. 하지만 그들은 이 돌연한 강세장의 부당성을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한다. 자본시장은 늘 절반은 사고, 절반은 팔기 때문에 장세 의견이 언제나 반으로 나뉘지만, 지금 장세는 하락주의자들이 마냥 발목을 잡으려 할 때만은 아닌 것 같다.

‘주가를 잘 모를 때는 오로지 주가에게 물어보라’는 말이 있다. 지금이 딱 그런 형국이다. 엘리어트 같은 분석가는 일생을 통해 긴 주기의 장기주가 움직임만 연구해 ‘엘리어트 파동’을 남겼다. 양적인 차트분석이었지만, 그의 해석은 우주론이 차용된 천문학을 배후로 두었다. ‘대가’만의 통찰력이다.

1985년 내내 횡보 보합장세를 보이던 때에 필자는 나름 20%의 상승을 예상해 1986년 주가 차트를 제작했다. 하지만 2월에 바로 뚫렸고 다시 위로 15%를 더 그려 붙었지만 그 또한 상반기조차 못 갔다. 누더기 차트로 점철된 1986년 주가는 그렇게 1년에 두 배가 넘게 올랐고, 1985년 1월에 100포인트로 시작한 코스피 주가는 1989년 4월 1000포인트까지 9배나 올랐다. 우리가 후진국에서 개도국에 진입하는 대세의 기운을 그 당시에 누가 알았겠는가.

미국이 새로운 기술과 물자, 지식, 금융의 공급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동유럽과 중동에서 전쟁까지 벌여져 서방으로 국제공급망은 더 빠르게 동맹화하고 있다. 이 동맹효과는 국제안보와 통상에서 반영구적인 경제해법이자, 거의 제도적인 통상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세 때 ‘한자도시동맹’은 수백 년간 유지되며 번영을 공유했다. 지금이 미래로 가는 새로운 국제경제 질서의 도입부라면, 이를 선도하고 효과를 공유하는 기업들의 전도는 양양하지 않을 수 없다.

투자의 지혜를 얻고자 미래흐름을 찾아보려는 사람들이면 이번 시장의 움직임에서 역사적인 상서로움의 어떤 단초를 찾아보길 권한다. 그러면 2024년의 놀라운 주가전망도 스스로 보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이런 안목을 아주 소수만이 가진다는 점이다. 돈벌이의 통찰이 갖는 야속한 비대칭이다.

 

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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