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영화연극

[‘다’리뷰] ‘윌 파워’에 대항한 ‘바닥’ 형제들의 분투기, 뮤지컬 ‘썸씽로튼’…‘오믈릿’ 말고 나 자신답게!

16세기 영국 르네상스 시절의 인기스타 윌리엄 셰익스피어에 대항하기 위한 바텀 형제의 인류 최초 뮤지컬 제작기 ‘썸씽로튼’
‘레미제라블’ ‘렌트’ ‘코러스라인’ ‘위키드’ 등 유명 뮤지컬 작품, 셰익스피어 소설, 시 등 곳곳에 배치

입력 2019-06-28 22:37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썸씽로튼
뮤지컬 ‘썸씽로튼’ 내한공연(사진제공=엠트리뮤직, 에스앤코)

 

어쩌다 ‘햄릿’(Hamlet)은 ‘오믈릿’(Omelet)이 됐을까. ‘라이온 킹’의 악당 스카와 ‘햄릿’의 연인 오필리어는 왜 한 무대에 올랐을까. ‘베니스의 상인’ 속 악덕 유태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은 왜 ‘거기서’ 나올까. 그 시절의 셰익스피어는 지금의 록스타 같은 인기를 누렸을까.

16세기 시인과 희곡 작가가 각광받는 문화 르네상스 시대. 그 르네상스의 한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이는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변주되고 사랑받는 작품을 써낸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다. 여기 가도 셰익스피어, 저기 가도 셰익스피어, 온통 셰익스피어만을 연호한다. 

 

SHAO[썸씽로튼 최초내한]기자간담회_01(커크패트릭 형제)
뮤지컬 ‘썸씽로튼’의 출발점인 커크패트릭 형제(사진제공=엠트리뮤직, 에스앤코)

 

뮤지컬 ‘썸씽로튼’(6월 30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은 하늘을 찌르는 ‘윌 파워’로 슈퍼스타가 된 셰익스피어(매튜 베이커)에 집착하며 그를 이기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극단의 리더 닉 바텀(매튜 제니스)과 메인작가 나이젤 바텀(리처드 스피탈레타) 형제를 통해 자신답게 서는 것의 가치를 전한다.

뮤지컬 ‘섬씽로튼’은 극 중 바텀 형제처럼 커크패트릭(Kirkpatrick) 형제의 재기발랄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형 커리(Karey) 커크패트릭은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스머프’ 시리즈를 비롯한 ‘아빠가 줄었어요’ ‘치킨 런’ ‘샬롯의 거미줄’ 등의 각본가이자 채닝 테이텀 등이 참여한 애니메이션 ‘스몰풋’의 감독으로 영국의 희극 작가 존 오파렐(John O’farrell)과 공동으로 대본을 집필했다.  

 

썸씽로튼
뮤지컬 ‘썸씽로튼’ 내한공연(사진제공=엠트리뮤직, 에스앤코)

‘썸씽로튼’의 작사·작곡가인 동생 웨인(Weyne)은 베이비 페이스, 에릭 크랩튼 등과 작업한 작곡가이자 기타리스트 겸 키보디스트다.  

 

커크패트릭 형제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썸씽로튼’은 뮤지컬 ‘렌트’ ‘인더하이츠’ ‘애비뉴Q’ 등의 프로듀서 케빈 맥컬럼(Kevin McCollum), ‘알라딘’ ‘북오브몰론’ 등의 케이시 니콜로(Casey Nicholaw) 연출 등 쟁쟁한 할리우드와 브로드웨이 창작진들을 만나면서 무대화에 이르렀다.

그야 말로 ‘윌 파워’를 발휘하며 꼭대기에 선 윌리엄 셰익스피어, 맨 밑바닥에서 그를 이기기 위해 분투하느라 진짜 자신을 잃어버린 ‘바닥’(바텀) 형제의 이야기는 웃음을 선사하는 동시에 눈물을 자아내기도 한다.

“삶이란 네가 만드는 거란다.”

‘햄릿’ 중 플로니어스가 아들 레어티스에게 하는 “낮이 밤을 따르듯 하늘은 파랗게 변하지. 그것이 내가 아는 진실. 그리고 무엇보다 너 자신에 충실하라”는 대사는 이 극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다.

이 극의 재미는 ‘햄릿’ 중 궁을 지키는 경호원의 대사 “Something is Rotten in the State of Denmark”에서 인용한 제목 ‘썸씽로튼’처럼 뭐 하나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 속에서도 계속되는 눈물겨운 인류 최초의 뮤지컬 제작기다.

그들의 분투에는 닉의 당차고 선진적인 아내 비아(에밀리 크리스틴 모리스), 삼촌과 같은 예언가를 꿈꾸는 마이크 노스트라다무스(그렉 캘러패터스), 유대인 대부업자로 바텀 형제의 후원자가 되고 싶어 안달이 난 샤일록(피터 슈레이스), 길잡이인 음유시인(데빈 할로웨이) 등이 함께 한다.

썸씽로튼
뮤지컬 ‘썸씽로튼’ 내한공연(사진제공=엠트리뮤직, 에스앤코)

 

어쩌면 뮤지컬은 16세기 르네상스 시대를 풍미했던 윌리엄 셰익스피어 연극의 대항마로 생겨났을지도 모른다. 이 같은 가정에서 시작한 ‘썸씽로튼’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위한 스토리텔링,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 차진 넘버들, 무대연출, 매력적인 캐릭터 구축 등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인류 최초의 뮤지컬 제목은 ‘오믈릿’. 엉터리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가 어설프게 전하는 미래의 뮤지컬 흥행 요소가 막무가내로 덧칠된다. 절실한 닉과 그를 따르는 극단원들의 분투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눈물겹다.

그 과정에서 불거지는 형제의 갈등, 여자들은 집에서 살림만 하던 시대에 걸크러시로 변주된 여성 캐릭터와 지혜로운 활용 등도 흥미롭다.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셰익스피어가 판치는(?) 런던을 떠나 정착한 신대륙의 정체는 그야말로 놀라운 ‘반전’이다.
 

썸씽로튼
뮤지컬 ‘썸씽로튼’ 내한공연(사진제공=엠트리뮤직, 에스앤코)

 

눈물이 날 정도로 우스꽝스럽지만 진짜 눈물이 날 정도로 서글픈 뮤지컬 ‘오믈릿’ 제작기를 담은 ‘썸씽로튼’의 매력은 아는 만큼 보이고 그만큼 웃을 수도, 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햄릿’ ‘로미오와 줄리엣’ ‘베니스의 상인’ ‘헛소동’ ‘십이야’ ‘리처드 3세’ ‘코리올라누스’ 등 셰익스피어 대표작들과 ‘시카고’ ‘레미제라블’ ‘에비타’ ‘렌트’ ‘애니’ ‘코러스 라인’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위키드’ ‘캣츠’ ‘헤어’ ‘사운드 오브 뮤직’ ‘지붕 위의 바이올린’ ‘메리 포핀스’ ‘맨 오브 라만차’ ‘웨스트사이드스토리’ ‘드림걸스’ ‘오페라의 유령’ 등 유명 뮤지컬에서 인용하고 차용한 구절과 장면들로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모른다고 그 재미가 반감되지는 않는, 독특한 매력의 뮤지컬이기도 하다.

가죽점퍼를 입은 셰익스피어와 그의 화려한 쇼맨십으로 꾸린 ‘윌 파워’는 퀸, 비틀즈 등의 콘서트를 연상시키는가 하면 삐딱하지만 매혹적인 포시 스타일의 재즈댄스와 신명나는 탭, 그루브를 타는 핑거 스냅 등까지가 한꺼번에 섞인다.  

 

썸씽로튼
뮤지컬 ‘썸씽로튼’ 내한공연(사진제공=엠트리뮤직, 에스앤코)

 

셰익스피어의 ‘헛소동’(Much Ado About Nothing)에서 인용한 “대소동처럼(With Much Ado) 최신, 최고만 쏟아져 나오는” 시대는 그 르네상스만의 분위기는 아니다. 

 

계란과 오믈렛 탈을 쓰고 진지하게도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하는 뮤지컬 ‘오믈릿’ 제작기를 보고 있노라면 최신만을 추구하고 최고에만 열광하는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썸씽로튼’은 그 제목처럼 뜻대로 돌아가는 경우라고는 없는 세상사에 좌절하고 절망하면서도 살기 위해 분투하는, 어쩌면 지금 이 시대 누구나의 이야기다. 누군가를 넘어서기 위해 혹은 살아 남기 위해 애쓰다 진정한 나를 잃어버리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 않은가.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