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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뒤태노출, 팔색조 연기, 시나리오 집필까지..당신이 몰랐던 '최귀화'

[人더컬처] 이색 사극 영화 '기방도령' 육갑役 최귀화
스스로 "장르물에 어울리는 얼굴"이라 디스하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작품 꿈꿔

입력 2019-07-30 07:00 | 신문게재 2019-07-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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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장르물에 특화된 얼굴”이라고 말하는 초귀화. 지난 10일 개봉한 ‘기방도령’에서 영화로는 최초로 본격적인 코미디 장르에 도전했다. (사진제공=판씨네마)

 

“실제 제 뒤태 보다 못하지만 그래도 만족합니다.(웃음)” 


영화 ‘기방도령’은 이색 사극을 표방한다. 유교 사상이 팽배한 시대, 기방에서 자란 남자가 여인의 마음을 훔친다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모두 한복을 입고 그 시대의 말투를 쓰지만 유독 육갑(최귀화)만이 현대 억양으로 웃음을 터트린다. 

 

스토리는 아이돌 그룹출신 2PM 준호이 연기하는 허색의 러브 스토리지만 실질적으로 영화를 살리는 이는 최귀화인 셈이다. 조용히 군입대를 한 주인공을 대신해 라운드 인터뷰 테이블에 앉은 최귀화는 그런 부담조차 특유의 아우라로 감싸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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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방도령’의 최귀화(사진제공=판씨네마)
“최초의 남자 기생 허색(준호)이 유연히 길에서 만난 도인 역할이에요. 속세에 뜻이 없고 나체로 다니는 특이한 캐릭터죠. 기방 ‘연풍각’을 살리려는 허색을 도와주지만 그를 키워준 난설(예지원)과 로맨스도 있고 모태솔로인 것도 특이하고. 무엇보다 쉽게 할 수 없는 캐릭터라 끌렸던것 같아요. 물론 대역을 쓰긴 했지만 제 엉덩이가 더 잘생겼기에 아쉽긴 하더라고요.” 

 

등장부터 심상치 않다. 장발에 온 몸은 때투성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뒷 모습이 화면 가득 스친다.

 

원래 이름도 없었던 역할이었지만 최귀화의 아이디어로 왕족의 혈통이라는 설정까지 더해지면서 코믹함을 더했다. 

 

그는 “시대의 배경이 고려 왕건과 이어지길래 나라를 세운 왕족이었음에도 쇠퇴한 이후 속세를 떠난 걸로 하면 어떨까 싶었다”면서 “육갑이라는 이름도 그냥 소개하지 말고 토정비결의 한 챕터로 접근해서 랩으로 풀었다”고 밝혔다.

감독은 최귀화의 아이디어를 듣고 즉석에서 한장 반 분량의 대사를 만들었다고. 애초 12지신으로 시작하는 한두 구절만 담으려던 그는 라임을 맞춘 랩으로 자신을 소개하며 ‘기방도령’의 웃음을 책임진다.

 

최귀화는 강렬한 외모에 걸맞는 캐릭터로 연극 무대를 평정해왔다. 2014년 드라마 ‘미생’에서 짠내 나는 만년 박대리 역할로 대중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후 다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존재감과 연기력은 인정 받았지만 고달팠던 연극무대를 보상받기라도 하듯 33편의 영화 중 18편이 지난 5년간의 필모그래피를 가득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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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방도령’의 한 장면. 추운 겨울에 촬영해 풀을 뒤집어써 때를 만들고, 장발과 수염을 붙이며 도인의 느낌을 살렸다. (사진제공=판씨네마)

 

“과거에 비해 들어오는 시나리오가 많아지고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감사하죠. 그래도 끝까지 고수하는 제 지론은 시쳇말로 ‘안전빵으로 가는 역할’은 하지 말자는 거예요. 코미디 장르는 사실상 ‘기방도령’이 처음이죠. 처음에는 이게 왜 나에게 들어왔을까 싶었는데 열녀를 강조하던 시대와 사회적인 통속들을 조롱하는 내용이더라고요. 제목만 보면 야할 것 같지만 난잡하지 않고 착한 영화라 참여하게 됐습니다.”


최귀화의 취향은 사회고발성 작품이나 무게감 있는 소재를 다룬 영화다. 과거 ‘택시운전사’에서 짧지만 강렬한 등장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그가 추구하는 연기관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귀화는 “그때 ‘너무 무서웠다’ ‘길에서 만나면 때릴 것 같다’는 댓글을 보고 너무 기쁘더라”면서 “배우로서는 기분 좋은 반응”이라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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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방도령’의 최귀화(사진제공=판씨네마)

 

“제 외모가 장르물에 특화된 얼굴이라 쉽지 않아요. 의외로 사람 냄새나는 휴먼 장르를 꿈꾸는데 요즘 영화 제작 자체가 그런 장르를 추구하지 않으니까요. 얼굴과 원하는 장르가 극과 극으로 따로 노니까 대안으로 시나리오를 직접 써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어요. 지금 투자 단계에 있죠. 물론 저는 출연하지 않습니다.(웃음) 실력좋은 신인 감독님의 손끝에서 곧 선보일 계획입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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