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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 파이터’ 변신한 연준에 日시장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함”

입력 2020-09-03 15:47 | 신문게재 2020-09-0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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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Financial Markets
지난 8월 24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에서 주식시세 전광판을 보며 뒷목 잡는 일본 시민. (AP=연합)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평균물가목표제’(flexible form of average inflation targeting)라는 새로운 전략 카드를 꺼냈다. 30년간 인플레이션 파이터였던 연준이 디플레이션 파이터로 변신한 큰 변화로 읽힌다. 고용이 안정화되기 전까진 물가상승을 허용하고 장기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연준에서 금리인상이 주제가 되는 것은 앞으로도 요원한 일”이라며 “연준은 현재 인플레이션에 대해 선제적으로 나설 필요가 없다. 2%에서 오버슈팅 하는 게 현재는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가 장기간 유지될 것이라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러한 연준의 변신으로 미국 시장에는 중장기 상승추세가 강화됐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시장 일부에선 연준의 방침 변화를 놓고 ‘일본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일본시장에서는 중앙은행의 노력만으로 2% 물가 목표를 달성한다는 게 쉽지는 않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연준의 새로운 카드 ‘평균물가목표제’에 대해 일본 투자자들은 어디서 본 것 같은 익숙함을 느끼고 있다. 바로 일본은행이 2016년 9월에 ‘수익률 곡선 제어(YCC)’ 정책과 함께 도입한 ‘오버슈트형 약속’이다. ‘오버슈트형 약속’이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안정적으로 2%를 초과할 때까지 본원통화 공급 확대 정책을 지속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물가가 2% 수준에서 일시적으로 넘어서도 기존의 정책을 변경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2%를 초과한 것으로 보일 때까지 완화정책을 지속하는 것이다.

이번에 연준이 도입한 ‘평균물가목표제’ 역시 일시적으로 물가상승률이 2%를 초과하는 상황이 도래해도 그동안 물가가 2%를 밑돌았던 상황을 상쇄하고 ‘평균적으로’ 2%를 달성할 수 있는 상황이 될 때까지 완화정책을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일본은행의 ‘오버슈트형 약속’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에 완화정책의 장기화에 대한 기대감을 낳게 한다.

목표는 정해졌는데 문제는 수단이다. 무엇으로 ‘오버슈트’를 할 것이냐이다. 일본의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2%를 크게 밑돌고 있다. 코로나19발 충격파와 최근의 유가 하락세를 고려해도 물가 압력이 여전히 약하다. ‘오버슈트형 약속’이 큰 효과를 보았다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도쿄의 8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격 변동성이 큰 신선식품과 에너지 제외)는 전년 동월 대비 0.3% 감소했다. CPI가 하락한 것은 4개월만이며, 2017년 3월에 기록한 ‘0.4% 하락’ 이후 3년5개월만의 최대 낙폭이다.

파인브릿지 인베스트먼트 채권운용부문 대표인 마츠카와 타다시는 “일본은행의 사례로 미루어 볼 때 연준의 새로운 전략으로 사람들의 기대 인플레가 오르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미국 금리가 점차 내려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오버슈팅’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7월 미국의 근원 CPI는 전년 대비 1.3% 올랐다. ‘목표치 2%’와는 아직 거리감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목표 2%를 달성한다는 것이 미국 경제에 과연 긍정적인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로이터는 “인플레이션이 진행되더라도 사람들의 ‘지갑’이 괜찮은 상황은 임금이 2% 상승했을 때”라며 “인플레이션만 심화된다면 실질소득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실업률이 오르고 임금도 정체된 가운데 물가만 오르는 상황은 사람들에게 ‘인플레이션 세금’을 걷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연준이 만일 물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완화정책을 장기화시키거나 부작용이 큰 수단을 취한다면 어떻게 될까. 미츠이스미토모은행의 모리타니 토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결국 버블로 이어지는 금융 불균형이 생길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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