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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혼자 된 자유'는 잠시… 밀려올 고독은 어쩔건가

[100세 시대] 급증하는 '5060 황혼이혼 황혼재혼'… 신중한 선택을
감정적 헤어짐, 고독감을 지우려는 재결합 모두 위험

입력 2021-06-08 07:00 | 신문게재 2021-06-0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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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빌 게이츠와 멀린다 게이츠 부부의 ‘황혼 이혼(gray divorce)’이 화제다. 하지만 이들의 이혼은 빌의 외도와 천문학적인 위자료가 큰 화제였지 이혼 자체가 큰 이슈는 아니었다. 미국에선 황혼 이혼이 이미 일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황혼 이혼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다. 이혼 소송 전문 변호사들 사이에선 “50대와 60대가 이제 최고의 고객”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결혼 적령기 미혼 남녀들 조차도 과반이 “평균 수명이 100세 정도 되면 2회 이상 결혼이 기본”이라며 사실상 황혼 이혼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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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외에서 황혼 이혼이 급격히 늘고 있다. 올해 1분기의 경우 전체 이혼 건수의 40% 이상이 황혼 이혼이다.

 

◇너무 빨리 늘어나는 황혼 이혼


대체로 최소 20년이 넘은 부부의 이혼을 ‘황혼 이혼’이라고 부른다. 이런 고령 이혼이 전체 이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5% 이내다. 문제는 증가 속도다. 한국과 일본의 70세 이상 공식 이혼율을 보면, 2000년대 이전까지는 비슷했는데 2017년에는 일본이 1000명 당 0.35명, 우리는 1.68명에 달했다.

통계청의 ‘2021년 3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나라 이혼 건수 2만 5206건 가운데 황혼 이혼이 40.4%인 1만 191건에 달했다. 분기 기준으로는 작년 1분기에 비해 6.9%나 늘었다.

전체 이혼 건수 대비 황혼 이혼 비율은 2019년 34.7%(3만8446건/11만 831건)에서 작년에 37.2%(3만9671건/10만6500건)로 높아졌다가 올해 1분기에 40%를 넘어서며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잠재 황혼 이혼자들은 줄을 섰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60대 이상 여성의 이혼상담은 전체 연령대 중 22.3%로 10년 전에 비해 3.2배 늘었고, 60대 남성은 43.5%로 4.1배나 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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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도 황혼 이혼, 왜?

이혼 전문 변호사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5060 세대의 황혼 이혼은 ‘권태기’와 맞물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제까지는 재산 증식이나 육아, 교육 같은 공통의 목표를 위해 의견을 맞춰왔던 두 사람이 이제는 쌓아 두었던 불만을 표출하다 서로에게 지치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코로나 사태로 부부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황혼 이혼을 부추긴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본적으로는 ‘100세 시대’에 기대수명이 늘고 있다는 점도 배경이 된다. 최소한 20년 이상을 더 살아야 할텐데, 이제라도 나만의 소소한 행복을 찾고 싶다는 노년층이 늘고 있다. 여성의 경우 남편의 폭력 혹은 무시당하고 있다는 자존감 때문에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과거와 달리 항혼 이혼에 관한 시선도 따갑지 않다. 부러워 하는 시선까지도 생겼다. 위자료나 재산분할을 해 주고도 어느 정도는 경제적 여유가 있다는 상징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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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이혼을 피하려면…

자발적인 황혼 이혼이 처음에는 자유로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혼 후 외외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어르신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혼자’라는 자유감이 이내 ‘고독감’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자녀나 경제력이 해결해 줄 수 없는 부분이다.

미국 보올링 그린 주립대학의 수잔 브라운(Susan Brown) 박사는 황혼의 이혼을 피하는 5가지 방법을 제시해 주목을 끈 바 있다. 먼저, 부부 간에 친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다음은 ‘우정’을 잘 유지하는 것이다(‘사랑’이 아니다). 어려운 시간을 함께 이겨내는 경험을 공유하는 것, 함께 모험에 도전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은 다른 사람보다 배우자에게 더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혼, 피할 수 없다면 대비해야

황혼 이혼에서 늘 문제가 되는 것은 재산분할이다. 육아분담 보다 더 치열하다고 한다. 이혼 후 2년까지 청구할 수 있다. 법원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부부의 ‘기여도’이다. 황혼 이혼은 대부분 아내는 전업주부인 경우가 많아 어떤 남편은 아내가 전혀 돈을 벌어오지 않았다며 재산 분할을 거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재판에서는 어떤 경우든 40% 정도에서 많게는 절반까지 재산분할을 인정해 준다.

이 때 배우자의 퇴직금이나 국민연금, 특유 재산이 논란의 불씨가 된다. 특유 재산은 혼인 전부터 보유했던 재산이나 혼인 중 부모로부터 증여나 상속받은 재산이다. 원칙적으로는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지만 황혼 이혼의 경우에는 다르다. 혼인기간이 길고 증여나 상속 후 상당기간이 지났다면 기여도를 상당부분 인정받을 수 있다. 어느 한 쪽도 포기할 수 없는 재산이니 서로 꼼꼼히 살피는 게 좋다.

국민연금도 분할해 받을 수 있다. 혼인 기간이 5년 이상인 부부가 이혼할 때 노령연금 수급권자가 60세가 되면 분할연금을 받을 수 있다. 요건을 갖추게 된 이후 5년 이내에 청구해야 효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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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재혼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하지만 사랑 보다는 고독감을 재우기 위해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신중한 대처가 요구된다.

 

◇황혼 재혼도 생각해 봐야

통계청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가장 최근 통계인 2017년에 65세 이상의 황혼 재혼 건수가 남성은 2684명, 여성은 1202건이었다. 2000년에 비해 각각 2배와 6배가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동안 재혼 건수가 줄었는데 황혼 재혼만 급증했다.

황혼 재혼이 노년의 우울감이나 스트레스를 상당 부분 해소해 준다는 점은 공감되는 부분이다. 한국노인의 전화에 따르면 황혼 재혼자들의 73% 가량은 ‘고독감’ 때문에 재혼을 선택한다. ‘사랑해서’ 선택하는 경우는 5% 안팎에 불과하다.

여기서 한 번쯤 생각해야 할 것이, 고령자 재혼의 경우 사실혼이 많다는 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재혼 노인 중 많아야 30% 정도만이 법률혼 관계다. 재산을 둘러싼 가족 간 이해관계 때문이란다. 이것이 나중에 또 다른 불씨가 되기도 한다. 연령대를 불문하고 사실혼 지속기간이 평균 5년 정도에 그친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는 ‘팩트’다. 사실혼 배우자는 동거인이 사망할 때 원칙적으로 상속을 받지 못한다. 해외에선 일부 보완책이 나오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이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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