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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지옥’ 연상호 “세계 1위에 어리둥절… K콘텐츠 ‘결궤’ 깨져”

[人더컬처]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연상호 감독

입력 2021-11-29 18:00 | 신문게재 2021-11-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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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
연상호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자고 일어나니 전 세계 1위란 소식에 당황하고 어리둥절했어요. 하하” 

‘오징어게임’에 이어 넷플릭스 글로벌 1위를 꿰찬 K콘텐츠 ‘지옥’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지옥’은 연 감독과 ‘송곳’의 최규석 작가가 공동으로 집필한 동명 웹툰이 원작으로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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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의 한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지난 19일 공개 이후 24시간 만에 글로벌 1위를 차지하며 공개 8일 차에 정상을 밟은 ‘오징어게임’의 기록을 단축시켰다. CNN은 “올해 한국드라마들이 끝내준다”며 ‘오징어게임’과 ‘지옥’을 같이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할로윈 축제에 맞춰 흥행가속도를 달렸던 ‘오징어게임’과 달리 ‘지옥’은 국내는 물론 기독교 신앙이 뿌리인 북미지역에서도 다양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중이다. 이같은 반응에 대해 연 감독은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넷플릭스와 영상화를 구상할 때부터 보편적인 대중을 만족시키기보다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을 위한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어요. 오히려 제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신기했죠. 아무래도 세계관이 생소하다 보니 대중이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다소 필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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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지옥’을 둘러싼 논쟁거리는 크게 종교와 사회, 두 가지로 나뉜다. 연 감독은 “‘지옥’은 ‘코스믹 호러’(미국 소설가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가 자신의 괴기물에서 발전시켜 제시한 문예철학) 장르의 일종으로 실체를 알 수 없는 우주적 공포와 직면한 인간의 공포를 다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종교는 인간의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주기 좋은 매개체죠. 개인적으로 교회에 다니고 있지만 종교는 믿음이라기 보다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살인인가 천벌인가’라는 부제처럼 ‘지옥행’이 살인이든 천벌이든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묻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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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의 한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혼란을 틈타 세를 키운 신흥종교단체 새진리교와 이들을 따르며 일종의 자경단 역할을 하는 극성단체 ‘화살촉’은 진보와 보수, 남과 여, 세대 간 혐오로 점철된 우리 사회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다른 의견이나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폭행하고 이 모습을 유튜브로 생중계하며 평범한 시민조차 구경꾼으로 만들며 간접 폭행에 동조하게끔 만든다. 

연 감독은 “실제 사건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기보다 특정 사건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사회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로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또 ‘화살촉’의 활동을 자극하는 유명 BJ 역의 김도윤에 대해서는 “얼굴을 메이크업으로 가리고 프로파간다 스피커로서 사람들을 끌기 위한 역할에 충실했다”며 “BJ가 늘 말을 많이 하니 목이 쉬어 있어야 한다는 디테일까지 염두에 두고 연기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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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부산행’부터 ‘지옥’까지 연이어 한국판 디스토피아를 그려낸 점도 눈 여겨 볼만 하다. 두 작품 모두 삶의 종착지를 표현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죽음이 인간 여정의 종착지고 종착지가 언제, 어디인지 안다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핵심이죠. ‘부산행’에서 부산이라는 종착지가 인생과 닮았다면 ‘지옥’에서는 고지를 받은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그리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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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의 한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지옥’이라는 상징적 제목은 큰 의미를 담고 지은 것은 아니다. 막상 제목이 생기자 감독 역시 “실체가 없는 지옥이라는 공간의 어떤 면을 보고 ‘지옥’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궁금증이 생겼다고 한다. 이런 점들이 ‘지옥’의 창작과정에서 모티프가 됐다. 

‘부산행’과 ‘반도’에 이어 ‘지옥’에서도 아기가 희망의 상징으로 그려지는 것도 인상적이다. 연 감독은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니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 희망을 갖지 못하는 사회야말로 끔찍한 사회라고 생각한다”며 “아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시즌2의 주요 모티프가 된다”고 말했다. 연 감독은 현재 최규석 작가와 ‘지옥’ 시즌2를 내년 여름께 웹툰으로 선보이기 위해 작업 중이다. 연이어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흥행하는 현상에 대해서는 ‘결궤’(決潰)가 깨졌다는 표현을 썼다. 

연상호 감독
연상호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한국 영화, 드라마가 10여 년 전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조금씩 쌓아온 신뢰가 폭발한 것이라고 봅니다. 세계시장의 벽에 천천히 균열을 내기 시작해 둑이 무너진 것처럼 쏟아지는 셈이죠.”

연 감독 역시 ‘부산행’ 이후 할리우드에서 많은 러브콜을 받았지만 당장은 배우 강수연 주연 SF영화 ‘정이’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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