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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C 음료는 빨대로, 치아 걱정되면 알약 드세요

어린이용 씹어먹는 제품, 당분·첨가물 다량 함유 … 과일소주, 산성 약 2.5배 높아

입력 2017-03-2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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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 전 비타민C는 신 것을 넘어 쓴맛이 나므로 제품 제조 과정에서 먹기 쉽도록 설탕이나 과일향 등 첨가물이 함유되는 경우가 많아 치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영양제나 건강기능식품은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되지만 많이 먹는다고 무조건 몸에 좋은 것은 아니다. 특히 비타민C는 얼마나, 어떻게 섭취하느냐에 따라 미치는 영향이 정반대로 나타날 수 있다. 비타민C 외에도 평소 몸에 좋다고 알려진 영양소나 음식물이 유독 치아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환절기에 접어들어 면역력이 떨어져 쉽게 피로해지고 치아 건강에 문제가 생긴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럴 때 면역력 강화를 위해 비타민C 영양제를 많이 찾는다. 비타민C가 부족하면 잇몸이 약해져 치아가 흔들리거나 빠지고, 모세혈관이 파괴돼 출혈이 동반된다. 요즘엔 흔치 않지만 과거 선원들 사이에서 자주 발생했던 괴혈병은 비타민C 결핍으로 치아에 가장 먼저 이상증세가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비타민C 제품은 당분이 많고 산 성분이 강해 오히려 충치와 치아 부식의 원인이 된다. 잇몸질환이나 구강 내에 염증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구강 상태를 고려해 비타민제를 복용해야 한다.


충치균에 노출되기 쉬운 어린이는 치아를 부식시키는 씹어먹는 비타민C 제품의 섭취를 자제하는 게 좋다. 더구나 가공하기 전 비타민C는 맛이 신 것을 넘어 쓴 정도여서 먹기 쉽도록 제조 과정에서 설탕이나 과일향 등 첨가물을 넣는 경우가 많아 치아부식을 촉진한다. 특히 씹어먹는 어린이용 비타민C 제품은 아이들의 입맛을 당기게 하기 위해 당분이 다량 함유한다.


당분은 치아에 달라붙어 양치질을 해도 잘 떨어지지 않는다. 이후 충치균이 당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산이 분비돼 치아가 부식되고 충치가 발생할 수 있다. 진세식 유디치과 대표원장은 “유치는 충치 진행 속도가 상당히 빨라 나이가 어리다면 비타민을 필요 이상으로 자주 먹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며 “충치균이 치아 속으로 뻗어가면 치근 주변에 염증이 생기고, 신경까지 침범할 경우 치아가 까맣게 변색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초콜릿이나 바닐라향을 내는 합성착향료, 비타민을 알약이나 캡슐 형태로 만들어주는 화학부형제 등은 치아 외에도 신체 전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지난달 김용익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비타민제 포함 281개 어린이용 건강기능식품 원료 자료에 따르면 81%가 합성착향료와 화학부형제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화학부형제 중 ‘스테아린산마그네슘’, ‘이산화규소’, ‘히드록시프로필메틸셀룰로오스(HPMC)’ 등의 사용량이 많았다. 이산화규소는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발암물질로 폐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스테아린산마그네슘은 체내 장기의 독소 수치를 높이고, HPMC는 가슴통증이나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


복용이 간편해 인기를 끌고 있는 물에 녹여 먹는 비타민C도 치아를 손상시킬 수 있다. 비타민C 제품 중 상당수가 체내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음료 형태로 출시된다. 비타민C 음료는 알약을 삼키지 못하는 사람도 편하게 먹을 수 있고 상대적으로 맛이 좋아 습관적으로 먹게 된다.


하지만 비타민C 음료는 알약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입 안에 머금고 있는 시간이 길고 치아에 닿는 면적도 넓다. 보통 입 속 산도가 PH 5.5 이하가 되면 치아를 보호하는 에나멜(법랑질)층이 손상되기 시작한다. 비타민C 음료의 평균 산도는 약 pH 2.5~3으로 산성이 강해 치아가 약한 사람이 습관적으로 마시면 에나멜층이 산과 반응해 부식될 수 있다.


비슷한 이유로 건강식품으로 알려진 홍삼음료도 치아 부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최근 홍석진 전남대 치의학전문대학원 예방치과학교실 교수팀의 연구결과 국내 유통 중인 홍삼음료의 산도를 조사한 결과 평균 pH 3.5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홍삼음료에 첨가되는 구연산의 경우 30~60분 내에 치아 법랑질을 부식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여성에게 인기인 과일소주도 치아를 상하게 한다. 지난해 김백일 연세대 치대 예방치과학교실 교수팀이 △자몽에 이슬 △좋은데이 자몽 △순하리 처음처럼 복숭아 △좋은데이 복숭아 △순하리 처음처럼 유자 △좋은데이 유자 등 과일소주 6종과 참이슬 클래식·처음처럼·좋은데이 등 일반 소주 3종의 산도 등을 분석한 결과 과일소주 6종은 pH 2.56~2.91으로 강한 산성을 나타냈다. 산도가 3.7 정도인 오렌지주스보다 더 강한 산성을 띠는 셈이다. 반면 일반 소주 3종은 pH 6.96~8.35에 불과했다.


진 원장은 “에나멜층이 약하거나 구강 내 염증이 있는 사람은 알약 형태의 비타민C를 삼키는 방식으로 먹는 게 좋다”며 “알약을 복용하기 힘들다면 음료 형태의 비타민C를 선택하되 빨대를 사용해 비타민C가 치아에 직접 닿는 면적과 구강 내에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씹어 먹는 비타민C는 복용 뒤 물로 입 안을 헹궈주고, 양치질은 20~30분 뒤 해야 한다. 산도가 높은 비타민C를 먹고 바로 양치질을 하면 치아 겉면을 구성하는 법랑질이 산에 의해 녹아 내릴 수 있다. 


영양제나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천역식품도 치아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 오렌지 등 감귤류는 비타민C가 다량 함유돼 너무 많이 먹으면 산 성분에 의해 치아 법랑질이 손상된다. 2011년 영국영양학저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자몽주스는 콜라만큼 치아 부식성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건포도와 견과류는 칼슘과 비타민이 함유돼 치조골을 튼튼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시금치는 플라크 생성을 억제하고 치아 부식을 막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시금치에 함유된 비타민A와 C는 부어있는 잇몸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된다. 고등어 같은 등푸른생선은 무기질이 많고 치아를 단단하게 해주는 불소 성분이 풍부해 입 속 세균을 제거해준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1616@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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