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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몸질환 보조제 ‘이가탄’, 치과치료 받지 않으면 무용지물

임상 근거, 비타민C 영양제와 다르지 않아 … 효능 축소 후에도 '약' 오인광고 지속

입력 2018-05-0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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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탄
명인제약의 잇못질환 보조제 ‘이가탄’
명인제약의 ‘이가탄F캡슐’이 2016년 8월에 잇몸질환 ‘보조치료제’로 효능이 축소된 후에도 200억원 이상의 연매출을 유지해 주목을 끈다.

임상 근거가 부족한데도 이 같은 호실적을 기록하는 것은 잇몸병을 치료하는 ‘약’으로 오인하게 만드는 광고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 회사는 의약품재평가 후에도 기존 광고 문구인 ‘아프고 피나는 잇몸병엔 이가탄’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방영한 최신 이가탄 TV광고에선 배우 박상원·이선균·김지호 씨가 모델로 출연해 “붓고 피날 때 탁월하게, 아픈 잇몸을 건강하게, 먹어보면 잇몸이 확실히 달라집니다”고 홍보한다.

이가탄은 주성분으로 지혈제 카르바조크롬 2㎎에 항산화제인 비타민C(아스코르빈산) 150㎎·비타민E(토코페롤) 10㎎·지소염제 리소짐염산염 30㎎ 등 4가지의 합성화합물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2013년 12월 MBC의 ‘불만제로 UP’ 방영을 계기로 효능 논란이 재점화되면서 적응증이 ‘치은염·치주농루에 의한 잇몸 발적·부기·출혈·통증 완화’에서 ‘치주치료 후 치은염 및 치주염 보조치료’로 강등됐다.

의약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가탄을 복용하는 것이 괴혈병을 예방하는 비타민C 영양제를 섭취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염화리소짐 성분은 일본에서 개발됐는데 전문가들이 잇몸병치료제로 효능이 없다고 밝히면서 현지에선 관련 약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카르바조크롬도 잇몸병 치료 효과를 입증한 연구는 희박한 실정이다. 비타민C와 비타민E는 항산화제로서 잇몸질환 부위에 생성되는 활성산소를 제거, 염증 억제효과가 기대되지만 관련 이를 입증한 임상 자료를 찾기 힘들다.

치과의사들은 치은염 등 잇몸병은 내과질환처럼 약으로 치료할 수 없고, 외과 차원에서 치태나 치석 등 원인인자를 제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단언한다.

이가탄은 2009년에 국내 만성치주염 환자 42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에서 위약 대비 치은과 치은출혈 등 증상 개선 효과가 입증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들 환자가 공통적으로 치석제거술(스케일링) 후에 4주간 약을 복용하고, 구강 위생교육도 받아 평소보다 치아와 잇몸을 꼼꼼하게 관리해 이가탄만의 효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명인제약은 1991년에 이가탄을 출시하면서 마케팅 효과를 가장 톡톡히 누린 제약사로 평가된다. 최근 3년간 1400~1500억원의 매출 중 17~18%를 광고선전비로 써왔다. 한국광고총연합회가 집계한 ‘2017년 상반기 500대 광고업체’ 자료에 따르면 명인제약은 제약사 중 광고비를 가장 많이 지출했다. 총 광고비 192억원 중 이가탄의 TV광고비로만 169억원을 썼다. 지면·온라인 광고 비용을 합하면 이가탄의 매출과 맞먹는 수준이다.

종근당 영업사원으로 제약업계에 진출했던 이행명 명인제약 회장은 공격적 마케팅으로 회사를 키워왔다. 이가탄 광고제작 전반을 직접 챙기는 걸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은 약의 판매를 늘리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회사 브랜드를 알기기 위한 목적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 회사 매출의 약 80% 이상은 정신·심혈관질환 중심의 복제약(제네릭의약품)에서 거두고 있다.

명인제약의 광고업무는 이 회장의 두 딸이 100%(이선영 씨 52%, 이자영 씨 48%) 지분을 가진 관계사 메디커뮤니케이션이 맡고 있다. 이 회장이 자녀 회사에 광고 물량을 몰아주고 있지만, 두 회사의 감사보고서에는 이런 내부거래 사실이 드러나지 않아 회계정보 투명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상장사라도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를 누락하는 것은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김선영 기자 sseon000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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