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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바둑, 어렵지 않아요”… AI로 다음세대 키우는 반상의 로맨티스트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김찬우 메타바둑 대표 겸 한국기원 프로 6단

입력 2021-09-06 07:00 | 신문게재 2021-09-0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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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우 6단이 메타바둑 잠실본점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한 후 인공지능 바둑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철준 기자)

  

프로 바둑기사 김찬우 6단의 이력은 흥미롭다. 고교 시절 늦깎이로 바둑을 배워 프로를 꿈꾸더니, 1998년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 우승으로 특별 입단하는 기적을 썼다. 입단 이후에도 반상의 승부사이기 전에 로맨티스트다운 기질을 보였다. 2006년 북한이 개발한 AI(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은별’을 국내에 들여왔으며, 모바일 게임업체와 손잡고 바둑 앱을 출시하는 등 바둑계 미래를 몇수 앞서 내다봤다. 그런 그가 이제는 AI로 바둑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했다. 바둑교육이 코로나19로 일대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지만, AI 묘수가 기사회생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확신이다.  

 

 

◇바둑, 입문 장벽을 넘어라

김 6단은 바둑교육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다. 프로 입단 이후에 토너먼트 프로로 나서기보다, 바둑교육에 매진하며 후학 양성을 자신의 소명으로 삼았다. 하지만 바둑 꿈나무들이 나날이 줄어드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이를 타개할 묘수가 무엇인지 장고에 들어간다.

“1990년대만 해도 이창호 9단이 매스컴 헤드라인을 장식할 정도로 대중적 관심이 컸습니다. 바둑을 배우겠다는 꿈나무들도 넘쳐나던 시기였죠. 하지만 2000년대 이후부터는 바둑에 관심을 가지는 아이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바둑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예전만 못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바둑은 어렵다’는 교육적 부재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봐요.”

실제 바둑은 입문 과정이 쉽지 않다. 5000여년의 역사와 함께 중국 고대에서 ‘만 가지 놀이의 제왕’으로 통한 바둑에 누구나 한번쯤은 호기심이 발동했을 것이다. 그러나 바둑 입문자 중 절반 이상은 1년도 안 돼 바둑 배우는 것을 포기한다.

“바둑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방향성을 잡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장기나 체스는 기물이 없어질수록 누가 유리한지 대강 가늠할 수 있잖아요. 바둑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집이 많은 쪽이 이긴다지만, 초보자들은 자신이 목적지를 향해 잘 가고 있는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특히 이러한 방향성을 염두에 두고 교육 커리큘럼을 짜야하지만, 대부분의 바둑교육은 전체가 아닌 부분에만 치중해있어요. 안전 운전의 전체 맥락은 가르치지 않고, 돌발 상황 대처 방식만 반복 주입시키는 것입니다. 실전에 바로 써먹을 수 없는 교육 방식은 자연스레 바둑의 흥미를 반감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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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바둑은 바둑TV ‘내일은 바둑왕’을 통해 프로그램의 우수성을 간접 입증했다.(사진=메타바둑 유튜브 캡처)

 


◇“경험부터, 힌트는 나중에”

김 6단은 이러한 문제점을 발견하면서 AI를 바둑교육의 해법으로 찾았다. 과거 북한 AI 은별을 국내에 들어왔을 때는 대중적 호기심 차원이 일부 있었지만, AI가 바둑교육과 밀접하게 맞닿아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은별 이후에도 AI는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2016년 알파고 등장에 바둑판이 확 바뀐 상황에서 AI의 교육 접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구상해온 교육 방식에 알고리즘을 짜는 작업을 끝마친 후 2018년 메타바둑을 설립했습니다.”

메타바둑은 시작하자마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앱을 통한 온라인 원격 수업부터 수준별 맞춤형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 단순한 암기와 반복학습이 아닌 바둑의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수업 등은 ‘유레카’를 외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강생이 더 많이 늘어나는 등 의도하지 않았던 비대면 효과를 누리고 있다.

“주입식 교육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바둑퍼즐부터 주사위바둑, 전투바둑, 등 관찰과 목표, 방법을 제시해주고 나머지는 자신이 직접 해결해보라고 던져줘야 합니다. 해보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그때 물어보면 됩니다. 우선은 경험에 충실하라는 거죠. 일반 게임들도 그렇잖아요. 즐기면서 하다가 힌트를 얻으면 몰입도가 더 높아지고 흥미도가 배가되는 것이죠. 바둑도 관심도를 꾸준히 높일 수 있느냐가 교육의 핵심이에요.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에 이에 맞춘 커리큘럼을 뒷받침해야합니다.”



◇바둑의 좋은 기억, 바둑팬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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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우 6단이 브릿지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이철준 기자)

메타바둑은 교육 효과성을 속속 입증하고 있다. 보통 바둑교실에서 1년이 지나면 약 30%만 남는다는 속설이 있지만, 이를 우습게 깨뜨리고 대다수가 수강을 이어가는 중이다. 3개월 수강한 초등학생 중에는 인터넷 바둑사이트에서 초단까지 뛰어오르는 일취월장 사례까지 나왔다. 기존 바둑교육보다 기력 향상 속도가 평균 5배 정도 빠르다는 설명이다.


메타바둑은 이러한 교육방식을 더 많이 확산시키기 위해 자체 교사 육성과 프랜차이즈 가맹 사업도 병행하는 중이다. 중국 시장에도 IP(지식재산권) 판권 계약 방식으로 진출하면서 해외 시장의 물꼬도 텄다.

“메타라는 단어가 가진 ‘초월’이라는 의미를 아이들이 잘 살려주고 있어요. 결국 메타바둑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이들에게 바둑의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바둑은 어렸을 때 한번은 꼭 경험해 봐야할 유익한 콘텐츠입니다. 이를 제대로 학습할 도구가 없어 경험하지 못한다는 것은 참 아쉬운 실정이에요. 나중 아이가 바둑을 그만두더라도 바둑에 대한 좋은 기억이 가득하다면, 그 아이는 분명히 바둑팬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이런 아이들이 많아질수록 바둑계도 예전의 부흥을 되찾을 것이 확실하고요.”

김 6단은 바둑교육의 질적인 성장에 크게 기여하고 싶다는 소망이다. 특히 메타바둑이 우수한 교육자를 양성하는 플랫폼으로 발돋움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엄밀히 볼 때 바둑을 잘 두는 교육자는 많지만, 잘 가르치는 교육자는 많지 않아요. 그러한 측면에서 메타바둑의 역할은 분명합니다. 스타 강사 하나로 관련 과목이 학생들에게 큰 호감을 얻는 것처럼, 바둑계도 스타 강사가 나왔으면 합니다. 하나 더 바란다면 메타바둑을 통해 바둑 학습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졌으면 해요. 보통 바둑을 다양한 경험을 쌓는 하나의 과정이라기보다 ‘혹시 내 아이가 프로기사가 될 수 있겠느냐’는 식의 기대심리로 접근을 할 때가 많습니다. 인식의 전환이 이뤄져야할 부분입니다.”

김상우 기자 ksw@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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