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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울퉁불퉁 혈관 '비열' 신치료법… 일상회복 빨라진다

[트렌드] 여름철 더 괴로운 '하지정맥류' 치료법의 진화
최소침습 비열 치료로 통증 해소…고열로 인한 주변 정상 조직 손상 위험 줄여
“다리 무겁고 피로한 느낌 계속되면 적극 치료 검토해야”

입력 2021-08-18 07:00 | 신문게재 2021-08-1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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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상 입추(立秋)를 지나며 더위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한낮에는 여전히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기는 등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여름철은 혈관의 확장이 심화하는 계절로, ‘하지정맥류’ 환자의 고충이 더욱 커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해 하지정맥류 진단을 받은 국내 환자 수는 21만5947명으로, 이는 2015년 15만1239명에 비해 무려 42% 증가한 수치다.  

 

해마다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는 하지정맥류는 혈액 역류를 막는 다리 정맥 내 판막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질환이다. 혈관의 ‘문(門)’ 역할을 하는 판막이 손상되면 심장으로 가야 할 혈액이 다리 정맥에 고여 정맥이 확장되고, 심할 경우 피부 겉으로 꼬불꼬불한 혈관이 돌출되기도 한다. 

 

증상 악화에 따라 피부 변색·습진·궤양 등 보다 심각한 형태의 만성 정맥부전으로 발전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정맥류는 보통 ‘중년 여성 질환’이란 인식이 강하다. 통계적으로도 전체 환자의 약 68%(14만7929명)가 여성이고, 50대 중년 여성이 전체의 20%를 차지한다.

중년 여성이 하지정맥류에 쉽게 노출되는 이유는 ‘노화’와 ‘여성 호르몬 변화’로 다리 정맥과 혈관 벽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장시간 서서 혹은 앉아서 일하기, 다리 꼬기, 하이힐 등 혈액 순환을 방해하는 생활 습관으로 젊은 환자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환자 수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질환에 대한 인지도는 여전히 부족하다. 대한혈관외과학회와 대한정맥학회가 전국의 성인 1024명(일반인 900명, 환자 12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하지정맥류 질환 대국민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7명(74%)이 하지정맥류 질환명만 인지하고 있을 뿐 자세한 증상·원인·치료법 등은 모른다고 답했다.



◇하지정맥류 치료, 외과적 수술서 최소침습적 치료로 ‘변화’

 

] 정상 정맥과 하지정맥류 발생 혈관 차이
정상 정맥과 하지정맥류 발생 혈관 차이.

 

흔히 하지정맥류를 ‘현대인의 직업병’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사실 하지정맥류는 인류의 직립보행 역사와 함께해 온 만성질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질환의 역사가 긴 만큼 이를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고민과 연구가 이어져 왔다. 특히, 피부를 절개해 문제가 되는 혈관을 제거하는 ‘전통적인 외과 수술(발거)’에 머물러 있던 상황에서 ‘최소침습적 치료법’이 도입되며 하지정맥류 치료법에 큰 변화가 생겼다.

최소침습적 치료법 가운데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열을 이용해 문제의 혈관을 태우는 레이저와 고주파다.

혈관 내에 500~1000℃의 레이저 광섬유를 삽입해 혈관을 태우는 ‘레이저 정맥 폐쇄술(Endovenous Laser Ablation Therapy)’과 혈관 내 고주파 카테터를 삽입해 약 120℃의 열로 혈관을 폐쇄하는 ‘고주파 정맥 폐쇄술(Radiofrequency ablation)’은 수술 시 마취 및 절개 부위가 적어 통증이나 부작용 위험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고열로 인해 주변 정상 조직이 손상될 위험이 있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최소침습 비열(比熱) 치료법, 환자 편의성·치료 효과 높여

 

[사진자료] 메드트로닉_베나실(VenaSeal)
베나실 기기. (사진제공=메드트로닉)

 

가장 최근에 등장한 하지정맥류의 최소침습적 치료법은 열을 사용하지 않는 ‘비열(比熱) 정맥 폐쇄술’이다.

이 치료법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의료기기로는 메드트로닉의 ‘베나실(VenaSeal)’이 있다. ‘정맥’을 뜻하는 라틴어 베나(vena)와 ‘봉하다’, ‘밀폐하다’라는 의미의 영어 동사 실(seal)을 더한 베나실은 의료용 접합제 ‘시아노아크릴레이트’를 주입해 문제가 되는 혈관을 폐쇄함으로써 혈액을 근처 정상 정맥으로 우회하게 한다.

정맥 역류 혈관을 수술적으로 제거하거나 레이저·고주파 열로 태우지 않기 때문에 주변 정상 조직의 손상 위험, 시술 시·시술 후 통증과 멍을 줄인다는 장점이 있다.

비수술·비열 치료인 만큼 시술 후 회복 기간도 빠른 편이다. 베나실 시술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한 ‘WAVES Study’ 결과에 따르면, 시술 후 직장으로 복귀하는 데 걸린 기간은 평균 0.2일로 발거술(4.3일), 레이저(3.6일), 고주파(2.9일) 등 타 치료법 대비 짧았다. 운동을 포함한 일상생활로의 복귀까지 걸린 기간도 평균 2.4일로 나타났다.

베나실은 2011년 유럽 CE 인증을 획득한 뒤 2012년 유럽에서 첫선을 보였다. 201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이후 2019년 3월까지 전 세계에서 10만 건의 시술이 진행됐다. 국내에는 2017년 1월 출시됐으며, 지난해 12월 국내 도입 3년 만에 시술 1만 건을 달성했다.

아울러 시술 후 5년간 추적 연구 결과에서 대복재정맥 완전 폐쇄율이 94.6%로 나타나는 등 국내외에서 시행된 여러 임상 연구를 통해 치료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건 분당CS흉부외과의원 대표원장은 “하지정맥류 치료법이 다양해지면서 환자의 혈관 구조와 증상 등 특성을 고려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다리 저림이나 통증을 방치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면서 “울퉁불퉁 튀어나온 다리 혈관이 없어도 무겁고 피로한 느낌이 계속된다면 중증 질환으로 번지기 전 적극적으로 치료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상준 기자 ansang@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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