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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음악실연권 2.0을 기대하며

입력 2023-05-01 14:23 | 신문게재 2023-05-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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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빌보드 핫100, 앨범200 차트 상위권 점령. 2023년 K팝의 위상은 부상 중이다. 오랫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빌보드 차트가 이제는 가시적 목표가 됐다. K팝이 빌보드를 호령하는 이 때 그동안 쉽게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던 음악실연권의 허술한 바닥이 드러나면서 대한민국 음악산업이 그 품격에 걸맞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지를 되돌아본다. 

노래를 부르든 악기를 연주하든 K팝 아티스트들은 음악실연자들이다. 그만큼 음악실연자들은 우리 대중음악의 지위를 세계 정상급으로 끌어올린 영웅들이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음악실연권을 법적으로 보호한다. 음악실연자는 “저작물을 연주·가창 등으로 표현하는 자”로 복제권, 전송권을 비롯한 법률상 권리를 인정받는다.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이하 음실련)는 1988년 설립돼 실연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창작활동을 지원해온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음악실연권의 개념조차 생소했던 30년 전부터 저작권집중관리단체인 음실련이 문체부의 대대적 지원과 함께 꾸준히 노력해 왔다. 그 결과 대중음악 생태계의 약자로 여겨졌던 많은 실연자들은 음실련을 통해 경제적, 영향력 측면에서 정당한 대접을 받게 됐다. 

하지만 음실련은 음원제작자, 기획사와 크고 작은 충돌을 일으키며 공멸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음실련은 복제권과 전송권을 모두 독점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송신가능화권(일본), 공중전달권(독일), 공중이용제공권(영국), 디지털오디오송신의 공연권(미국)을 보호하고 있지만 디지털음원서비스에 대한 전송권은 권리자와 이용자 간 직접계약으로 처리한다. 또한 싱크로나이제이션(Synchronization, 영화·드라마, 광고 등에 음악 삽입)에 따른 권리를 별도로 인정하는 외국과 달리 한국은 복제권의 일부로 파악해 음실련에 독점 신탁돼  있다. 외국의 예를 꼭 따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음실련에게 과도하게 권한이 집중돼 있다는 점은 국제 기준과 맞지 않는, 실무적으로 짚어야 할 문제다. 

우리 음악의 해외 유통 시 실연자 사용료의 징수 주체도 논쟁거리다. 과거 문체부가 음실련의 손을 들어준 바 있지만 음실련이 2018. 7. 1. 신탁계약약관을 개정해 관리 범위에서 ‘외국’을 제외했기에 예전의 유권해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그러자 실연자 입회시 약관 성격의 대리중개계약서 제출을 사실상 강제까지 하면서 음실련은 해외사용료 징수주체 지위를 고집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사용료를 음원유통사에게 직접 청구하는 근거도 명확치 않은 음실련의 관행은 그저 관행일 뿐이다. 그렇다면 음실련은 상호 관리계약에 의한 보상금 수령 등 최소한 역할만 수행하고 외국과 실무처리에 있어 잡음이 나오는 디지털음원서비스로 인한 해외 사용료는 음원유통사가 음원제작사를 통해 분배해야 할 것이다.

실연자가 음원 제작시 세션비 뿐 아니라 음실련을 통한 보상금까지 이중으로 지급받는 구조와 주실연자·부실연자 사이의 불공정, 불명확한 분배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 심지어 공정위의 표준계약에 의하면 가수의 실연 사용료는 음실련을 통해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사가 수령해 분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각종 비용을 이중 부담하는 만큼 재정이 나빠진 제작사는 수준 높고 다양한 장르의 음원을 제작할 수 없다. 실연자를 포함한 음악생태계 종사자들이 손익을 분담해야 하는 마당에 제작사만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

음실련이 세운 공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선진국 시스템과 비교해 불공정, 비효율적 폐해를 이대로 방치해서도 안된다. 많은 K팝 가수들이 음실련에 가입하지 않는 이유를 곱씹어봐야 한다. 업그레이드된 음악실연권 2.0에서 모든 이들의 상생, 웃음을 기대한다.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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